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65

덕유산 육구종주 32km 이번엔 덕유산 육구종주다. 육구종주는 전북 장수군 육십령 고개에서 무주 구천동 주차장까지 약 32km에 이르는 종주코스다.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오랜만에 안내산악회를 이용한다. 걷고 싶을 때 걷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시간적 구애 없는 자유로움 속에서 걷기를 좋아하는 성향으로 인해 시간적 제약이 있는 산악회 버스를 즐겨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벽 2시 반이 조금 지난 시각. 산악회 버스는 육십령 고개에 도착해서 산객들을 내려주고 떠난다. 육십령 휴게소 한켠에서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헤드랜턴 스틱 등 채비를 갖춰 덕유산 속으로 몸을 던져 넣는다. 종주 시작부터 길이 심상치가 않다. 급경사의 바위 너덜길을 나무 밑동에 묶.. 2023. 11. 27.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27km 세상살이가 그렇듯... 산행도 여행도 늘 계획대로만 흘러 가는 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의외의 돌발변수가 자유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고 때론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설악대종주를 염두에 두고 설악산 서북 주능선길에 들어섰지만... 단풍철 밀려든 산행인파로 인한 시간지체와 궂은 날씨로 인해 공룡능선을 포기하고... 27km의 서북능선 종주로 만족해야만 했던 아쉬운 산행이 되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진행 버스를 타고 남교리에서 하차한다. 다리를 건너 12선녀탕쉼터 뒷편으로 들어가서 남교리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한다. 야간산행금지라는 표지판이 서 있지만 문은 활짝 열려있다. 오직 헤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땅만 보고 걷기를 2시간째... 남교리 탐방지원센터로부터 5km 지점을 통과한다. 내 .. 2023. 11. 9.
지리산 화대종주 47km (종주 2일차, 세석 대피소~천왕봉~대원사) 지난 3~4년간을 돌이켜보면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정한 패턴으로 장거리 산행을 해 온 듯하다. 여름휴가철에는 제주도 한라산으로 구정명절이나 겨울철에는 설악산으로 그리고 추석연휴에는 지리산으로... 물론 구정명절이나 추석명절에는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종주 2일차. 세석 대피소의 이른 새벽. 웅성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아뿔싸~ 늦잠을 잤다ㅋㅋ 어젯밤 생각으로는 2시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3시쯤 장터목 대피소로 출발해서 대청봉에 올라 일출을 보려 했는데...ㅠ.ㅠ 그런데 헐~~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옳거니... 오히려 잘 되었다ㅋㅋ 어차피 일출을 못 볼거라면 잠이라도 더 자는게ㅋㅋ 아침을 챙겨먹고 비가 .. 2023. 10. 19.
지리산 화대종주 47km (종주 1일차, 화엄사~세석 대피소) 지리산 종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화대종주길에 오른다. 2020년 무박당일의 성중종주 (성삼재~중산리 33.4km), 2022년 1박2일간의 성대종주 (성삼재~대원사 42km)에 이어 이 번이 세번째 지리산 종주다.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경남 산청 대원사까지 약 47km를 1박2일 동안 걸어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를 탄다. 추석연휴라 고속도로가 막혀 밤 7시50분 출발예정이었던 버스는 8시 30분이 넘어서야 서울을 출발한다. 구례터미널에 도착해서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고 산행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식사를 할만한 곳이 없다는 말에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향한다. 화엄사에 도착해서 아쉬운대로 서울에서 싸온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새벽 1시.. 2023. 10. 3.
한라산 둘레길을 걷다 (7구간 사려니숲길 ~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 어제는 궂은 날씨로 인해 백록담을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으나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적당히 가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를 보여준다. 2022년 여름휴가 때 걸었던 한라산 둘레길 1~2구간에 이어 오늘은 7~9구간을 걷는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내린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사려니숲길 입출구가 위치해 있다. 7구간(사려니숲길) 10km 8구간(절물조릿대길) 3km 9구간(숫모르편백숲길) 6.6km 7구간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에서 시작해서 9구간 한라생태숲까지 도합 19.6km가 오늘 걸을 코스. 초입부터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 이방인을 반겨준다. 상쾌한 피톤치드가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제주의 숲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가 곧게 쭉쭉.. 2023. 9. 17.
한라산 관음사코스 우중산행 1년에 딱 한 번 뿐인 여름 휴가를 맞아 어렵사리 떠난 한라산 산행에서 비를 만나게 될 줄이야ㅠ.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많고 많은 날 중에서 하필이면 바로 그 날이라니...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구라청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정말 값진 경험이고 소중한 추억이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비를 맞으며 일부러 우중산행을 즐기는 산객들도 있는데... 언제 또 비 속에서 한라산에 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날씨가 좋았더라면 뙤약볕 아래 무더위 속에서 오르느라 고생 고생했을 수도 있겠다. 어찌보면 궂은 날씨가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산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의 선물로 너그러이 받아들이자. 세상만사가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 언제나 진리다... 2023. 8. 14.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13~15일차 (타메~남체~팍딩~루클라~카투만두) 트레킹 13일차. 타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선다. 오늘은 타메에서 남체를 거쳐 팍딩까지 갈 예정. 비록 하산길이지만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보니 만만치 않은 하루가 될 듯하다. 해발고도가 4000m 이하로 내려가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게다가 목적을 달성하고 하산하는 길이니 발걸음마저 경쾌하다. 마을을 지날때마다 신령스런 마니차와 스튜파, 룽다와 타르초 등 티벳 불교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마치 마을마다 신에게 충성경쟁이라도 하 듯... 척박하고 황량한 5000m 이상의 고지대와 달리 수목한계선인 4000m 이하의 지역에는 꽃도 나무도 풀도 무성하다. 특히 네팔의 국화인 랄리그라스가 꽃을 피워 그동안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느라 녹슬어 버린 감정에 기름칠을 해준다.. 2023. 7. 31.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12일차 (고쿄~렌조라패스~룽덴~타메) 트레킹 12일차. 오늘은 5000m급 7개 고지 중 마지막으로 해발 5415m의 렌조라패스를 넘는 날이다. 발이 무섭긴 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온 길이 어느새 쿰부 히말라야를 한 바퀴 돌아 마지막 고지를 넘는 날이 왔으니 말이다. 일찌감치 아침을 챙겨먹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 렌조라패스를 향해 길을 나선다. 초반에는 고쿄호수를 옆에 끼고 산자락을 돌아 완만한 길로 이어진다. 뜻밖의 산객을 만난다. 우리의 꿩을 닮은 듯도 하고... 우리는 용을 쓰며 올라야하는 이 높은 고산지대에서 유유자적 노닐고 있다. 남이야 신경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빨리 가라는 듯ㅋㅋ 고쿄마을이 해발 4790m, 렌조라패스 정상이 5415m... 오늘도 고도를 625m나 올려야하니 고달픈 하루가 예상된다ㅎㅎ 역시 히말라야답.. 2023. 7. 26.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11일차 (고쿄~고교리~고쿄) 이번 트레킹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루클라를 통해 히말라야에 첫 발을 디딘지 몇 일 지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하산할 날이 다가오다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걸 내려놓고 오직 두 발끝에만 집중했던 시간들...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은 심정이다ㅋㅋ 그 시간들이 벌써부터 그립다.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난 고쿄마을이다. 앞쪽으로는 에메랄드빛 고쿄호수를 마주하고 뒤로는 거대한 고줌바 빙하와 설산 준봉들이 마치 호위무사처럼 버티고 늘어서 있다. 마치 엽서에서나 볼 법한 그림 같은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고쿄 지역은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다음으로 인기 높은 트레킹 코스가 되었다. 오늘은 고쿄리에 오르는 날이다. 고쿄.. 2023. 7. 18.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10일차 (종라~촐라패스~당락~고쿄) 15일간의 트레킹 일정 중 9일을 4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먹고 자고 걸어야 하니 체력소모가 여간 많은게 아니다. 게다가 3Pass 3Ri 1Bc라는 이번 트레킹의 7개 목표지점에 오르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5500m급의 고지를 오르내려야 하니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여행 중 체력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게 3go(고)라는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싸는 문제는 어느정도 관리가 되고 있지만, 잘 먹는 문제는... 음식도 입맛에 안 맞거니와 고산지역이라 입맛이 실종되다보니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 상황. 매콤한 한국음식이 무척이나 그립다ㅎ 해발 5330m의 촐라패스를 넘는 날이다. 오늘은 종라를 떠나서 촐라패스를 넘고 당락을 거쳐 고쿄까지 가는 일정이다. 이미 난이도가 제일 높다는.. 2023. 7. 9.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9일차 (고락셉~칼라파타르~고락셉~로부제~종라) 이번 트레킹을 하면서 머리 속에 언뜻언뜻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송가인의 '오늘 같이 좋은 날'. 그 중에서도 바로 이 대목. "사람이 살면 몇 백년 산다고 아둥바둥 욕심을 내나 ...... 어차피 인생이란 한 번 뿐인데~" 맞는 말이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둥바둥 살 필요가 있나 싶다ㅋㅋ 광활한 대자연의 품속에 안겨보면 돈도 명예도 권력도 한낱 부질없는 뜬구름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해발 5140m의 고락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롯지 밖으로 나오자,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바로 에베레스트 최고의 조망처라는 해발 5550m의 칼라파타르로 향하는 길이다. 뒤쪽으로는 해발 7165m의 푸모리가 마치 공룡처럼 우뚝 서서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그들을 따라.. 2023. 7. 1.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8일차 (로부제~고락셉~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고락셉) 트레킹 8일째. 오늘은 해발 4910m의 로부제를 떠나서 5140m의 고락셉에 숙소를 잡아 배낭을 내려놓은 뒤, 5360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까지 왕복하는 일정이다. 일찌감치 아침을 챙겨먹고 로부제를 떠나 고락셉으로 향한다. 거친 돌길이라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두 다리엔 힘이 들어가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긴급환자를 이송하는지... 트레커 승객들을 태워 나르는지... 헬기들이 이른 아침부터 연신 우리 주변을 지나다닌다. 헬기를 보고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거나 기분 좋다고 "야호~" 하고 소리지르면 안된다. 기장이 구조 요청 신호로 오인해서 잘못하다간 수 십만원을 배상하게 될 수도ㅋㅋ 초반엔 그나마 평탄한 길이라 걷기 좋았는데 돌연 까마득한 높이의 가파른 언덕이 .. 2023. 6. 20.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7일차 (추쿵-콩마라 패스-로부제) 11년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온 후, 히말라야의 매력에 푹 빠져... 처음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꿈꿀 때만 해도 당시 계획은 가장 대중적인 코스를 따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와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정도. 하지만 꿈이 현실화 되어 가면서 에베레스트를 언제 또 갈 수 있겠나 싶어 이왕 가는 김에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하고 돌아오는 게 낫겠다 싶은 욕심에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끝판왕이라는 3패스 3리 트레킹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인생 뭐 있어? 한번 개겨 보는거지 뭐ㅋㅋ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7일째. 오늘은 콩마라 패스를 넘는 날이다. 아침 일찍 하얗게 눈으로 뒤덥힌 추쿵을 떠나 콩마라 패스를 향해 길을 나선다. 이틀밤 묵었던 추쿵 마을이 아득히 멀어.. 2023. 6. 10.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6일차 (추쿵-추쿵리-추쿵) 해발 4730미터의 추쿵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제부터 1주일 이상은 해발 4700미터에서 5550미터 사이에서 걷고 자고 생활해야 한다. 남미나 인도 라다크 지방 등 고산지역을 수차례 여행했지만 5000미터를 넘는 지역에서 걷거나 잠을 잔 적이 없기에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남체에서부터 매일밤 고산병 예방약이라는 다이아막스를 반 알씩 복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트레킹 일정에 차질이 생길만한 큰 불편함은 없지만... 무엇보다도 식욕이 실종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다운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 맡에 두었던 생수병이 꽁꽁 얼어있다. 4월말인데도 해만 떨어지면 기온이 곤두박질 친다. 오늘은 드디어 3패스 3리 1베이스캠프 중 첫번째 고지인 추쿵리에 오르는 날이다. 추쿵에서 해발 5550미터의 .. 2023. 5. 31.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5일차 (딩보체~추쿵) 온통 순백의 세상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딩보체 주변 풍경을 둘러본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눈이 밤새 히말라야를 하얗게 뒤덮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을 뒤집어쓴 히말라야 준봉들이 장엄하다 못해 압도적이다. 4월 말에 이런 설경을 원없이 보다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사실 어제 눈이 시작될 때만 해도 혹여 앞으로의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앞섰지만... 그건 그 때 가서 걱정하면 될 일이고 일단은 이 비현실적인 설경을 만끽하고 볼 일이다.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마도 햇볕이 뜨거우니 햇볕을 받는 곳은 바로 녹기 시작하고 햇볕이 없는 곳은 기온이 차가우니 다시 얼어 붙는 듯... 다보체와 촐라체를 바라보며 롯지를 나선다. 오늘은 딩보체를 떠나 해발 4.. 2023.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