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운드는
당일치기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결코 만만하게 생각할 만한 길은 아니다.
이유인즉슨,
고산 경험이 적은 여행자들은
고산병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
하기사, 우리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2000m도 되지 않는 걸 고려한다면...
2975m까지 올라야 하는 트리운드 트레킹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어쩌나?
K에게 그님이 달라붙었다^^
결국 길 위에 주저앉고야 만다.
반면에 앞서가던 H는
왜 빨리 따라오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서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 눈에도
발걸음이 천근만근인데
본인은 오죽 힘들까?ㅎㅎ
마지막인 듯 한 고개를 하나 넘으니...
이윽고 탁 트인 초원 같은 평지가 나타난다.
바로 트리운드 정상이다.
이 높은 곳에 이런 평지가 있을 줄이야.
한쪽에는 허름한 천막 매점이 있고
군데군데 텐트가 쳐져 있다.
마치 우리 일행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H는 어느새 가장 멋진 장소를 찾아
히말라야 설산의 웅장한 풍광을 만끽하고 있다.
역시 히말라야다.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은 어느새 잊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러고들 있다ㅋㅋ
고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 못할 광경이다.
고산에서는 해만 떨어지면
기온도 동시에 곤두박질 친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밤만 되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춥다ㅋㅋ
이럴 때 얼큰한 국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ㅎ
인도의 산 속에서
한국식 음식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ㅋㅋ
인도식으로 대충 한끼 때우고
모닥불 옆으로 달려간다.
트리운드 정상에 누워 있으면
별들이 근방이라도 얼굴 위로 쏟아질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기에...
그런 장관을 만나고자
굳이 정상에서 1박을 택했건만...ㅠ.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오늘이 보름날인지...
달이 밝아도 너무나 밝다ㅋㅋ
게다가 극심한 추위 때문에
별을 보는건 포기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ㅋㅋ
양떼들의 습격??
다음날 아침 너무나 시끄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 나왔더니...
양인지 염소인지 모를 녀석들이
들판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
때마침 해가 떠 오르려는지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환하게 밝아온다.
그러고보니 양떼 녀석들이 일출을 보라고
우리 일행을 깨웠나 보다ㅋㅋ
따끈한 짜이 한 잔으로
밤새 얼었던 몸을 녹인다.
어젯밤 우리의 숙소가 되어 주었던 텐트...
텐트가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길래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자다보니 옆구리가 너무나 시리고 춥다.
해서 팔을 옆으로 뻗어 보았더니...
어~라~~??
내 손이 텐트 밖에 있네ㅋㅋ
텐트의 한쪽면이 터져있는 걸 모르고 잤다.
주인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다음날 아침 이야기를 해도
그 정도를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래~~ 여긴 인도니까ㅋㅋ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최면을 걸어야만
인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여긴 인도니까 그럴 수 있다ㅋㅋ
히말라야의 봉우리들 위로
둥근 태양이 찬란하게 솟아 오른다.
어젯밤 쏟아지는 별들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한 일출을 보고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ㅎ
어젯밤 저 텐트에서 잤던 사람들은
얼마나 따뜻했을까?ㅎㅎ
아니~~
쟤네들이...ㅋㅋ
해발 3000m의 고산에서 뭣들하는감??
고산병 때문에 머리 아프다고 할때는 언제고...
정상에서 하룻밤 자고 나더니
벌써 적응이 되었나??
우리 인간의 몸이란...
적응력이 참 놀랍다ㅎㅎ
그렇다면야 나도 한컷...ㅋㅋ
차암~~ 나도...
딸 같은 애들이 보는 앞에서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ㅋㅋ
너희들은 이 아름다운 곳에서
왜들 싸우고 난리니??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ㅎ
인간이나 동물이나 서로 지지 않겠다고 그냥...ㅋㅋ
사람이나 개나...
햇살이 따뜻하니 낮잠자기 딱 그만이다ㅎㅎ
이제는 하산 길...
어제 오를 때 걸었던 길들이
까마득하게 이어져 있다.
개도 더위에 지쳤나 보다.
물 웅덩이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있다.
고산지방은 해만 떴다하면 순식간에 달아 오른다.
어젯밤 그 추위는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는지...ㅋㅋ
정말 가늠할 수 없는 게 고산의 날씨다.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어디선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 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몰아친다.
어떻게 이리도 시간을 잘 맞췄는지...
조금만 늦었더라면...
상상만해도...ㅋㅋ
어~라~~
그런데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자세히 보니 그것도 쌍무지개다.
아마도 우리의 무사귀환을
축하해주기 위한 비였나 보다.
꿈보다 해몽ㅋㅋ
아무런 탈 없이 트레킹을 즐겁게 마쳤으니
자축도 할 겸 저녁식사는 오랜만에 한국음식으로...ㅋㅋ
그 이름도 토속적인
'도깨비 나라'라는 한국식당에 들러본다.
도깨비들은 다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고...ㅋㅋ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태극기와 한국책들이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오랜만에 매콤한 양념치킨으로
그 동안 축난 몸과 마음을 추스려본다.
여행기간이 좀 길어지게 되면
한국식 매운 맛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값 비싼 보약보다도 훨씬 효과적이다ㅎㅎ
하지만 이럴 때 매운 맛을 지나치게 사랑하게 되면
여행지에서 밤새도록 변기통을 끌어안고 자야하는
참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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