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산행/덕유산

덕유산 육구종주 32km

by 호야(Ho) 2023. 11. 27.

이번엔 덕유산 육구종주다.

        

육구종주는 전북 장수군 육십령 고개에서

무주 구천동 주차장까지

약 32km에 이르는 종주코스다.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오랜만에 안내산악회를 이용한다.

        

걷고 싶을 때 걷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시간적 구애 없는 자유로움 속에서

걷기를 좋아하는 성향으로 인해

        

시간적 제약이 있는 산악회 버스를

즐겨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벽 2시 반이 조금 지난 시각.

        

산악회 버스는 육십령 고개에 도착해서

산객들을 내려주고 떠난다.

          

육십령 휴게소 한켠에서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헤드랜턴 스틱 등 채비를 갖춰

덕유산 속으로 몸을 던져 넣는다.

         

             

종주 시작부터 길이 심상치가 않다.

        

급경사의 바위 너덜길을

나무 밑동에 묶여 있는

밧줄 하나에 의지해 기어 올라야 하고

         

산길을 덮고 있는 낙엽에

발은 미끄러지기 일쑤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늦가을 산은

오히려 겨울산보다 미끄럽고 위험하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따라 걷기를

한 시간 가량...

         

할미봉에 닿는다.

         

할미봉 정상석은 선홍색 글자 때문에

무서워 보인다는 산객들이 많은데...

        

오늘 직접 보니 그다지...ㅋ

설악산 대청봉도 빨간색인걸 뭐...ㅋ

        

           

다음 목표는 서봉...

       

앞서간 산객들의 흔적을 따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전진해 보지만,

         

산길이 낙엽으로 뒤덮여 있어

곳곳에서 엉뚱한 길로 빠지기 쉽상이다.

        

         

장수덕유산으로도 불리는 서봉에 올라선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3시간 30분만이다.

         

그리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평균적인 산행속도다.

        

          

서봉에서 조망되는 남덕유산 너머로

여명이 밝아온다.

       

서봉이 1492m,

다음 봉우리인 남덕유산이 1507m로

고도차가 15m 밖에 안된다.

        

등산이라는게 마냥 올라가기만 한다면야

불과 몇 분안에

남덕유산 정상에 올라설 수 있겠지만,

         

비탈진 내리막 길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마치 시소를 타 듯

어쩜 이리도 우리네 삶과 닮았는지...

        

       

남덕유산 정상을 50m 앞두고

벌써 일출이 시작된다.

        

그 장관을 놓칠새라

숨을 헐떡거리며 단숨에 뛰어 올라선다.

         

           

역시 장관이다.

         

지난 신년 때

지리산 천왕봉에서 새해 일출을 본 후

거의 1년만이다.

        

산행을 하면서도

산 정상에서 일출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시간이 안 맞던지...

날씨가 안 도와주던지...ㅋ

          

         

남덕유산 정상 한켠에

아예 자리를 잡고 퍼질러 앉아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일단은 모든 걸 잊고

이 순간을 즐기고 본다.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수묵화 같은 산그리메가 첩첩으로 포개져

그야말로 예술작품이 따로 없다.

          

마치 자연이라는 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무대를 감상하는 듯하다.

          

          

남덕유산 정상에 서서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길을 조망해본다.

          

이제부터 걸어야 할 길을 보니

갑자기 조급증이 밀려온다.

           

            

남덕유산을 뛰다시피 내려와

삿갓재대피소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산악회 버스는 시간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여유 부리다간 버스를 놓치기 십상인데...

        

이제서야 마음이 바빠진다ㅋㅋ

        

           

무슨 이유에서인지...

삿갓봉으로 오르는 길이 통제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

삿갓봉은 패스를 하고

삿갓재 대피소로 향한다.

           

          

삿갓재 대피소에 들어선다.

        

마당에서 웅장한 덕유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는다.

          

아직도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먼 상황...

          

생수도 구입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재정비를 해서 다시 길을 재촉한다.

           

              

넓고 시원한 능선 위에 올라서니

덕유산의 웅장한 조망이 펼쳐진다.

         

아침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능선들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이제는 무룡산이다.

         

무룡산만 올라서면

이번 종주도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길게 뻗은 데크계단이 앞을 막아선다.

마치 꿈틀거리는 아나콘다를 보는 듯하다.

       

그나마 가파르지 않아서 다행이다ㅋㅋ

        

          

데크계단 위에 올라서니

굽이굽이 이어지는 주변 계곡과 능선들이

손바닥 보듯 가깝게 느껴진다.

         

          

삿갓재대피소를 나선지 50분만에

무룡산 정상에 올라선다.

         

무룡산은 거리상으로 대략

육구종주의 중간지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제 힘든 구간은

대부분 지나온 셈이다.

         

남은 오르막이라고 해봐야

덕유평전에서 중봉에 오르는 정도랄까.

          

           

늦가을 산길은 평지라도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어

       

길을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방심하다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겨울철 눈길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면 되겠지만

낙엽 위에선 그저 조심해서 걷는 수 밖에...

         

           

칠이남쪽대기봉을 만난다.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이 참 특이하다.

        

          

옆쪽에는 가림봉이라 적힌

돌탑이 놓여있다.

          

              

동엽령이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마무리하게 된다.

         

원래는 동업령이었다.

여러명이 모여서 함께 넘어야 하는

고개라는 의미다.

          

           

백암봉에 올라선다.

          

동엽령에서 백암봉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이 이어진다.

        

          

중봉을 앞에두고

사방으로 탁 트인 평원길을 걷는다.

          

덕유평전이다.

         

따뜻한 계절엔 야생화가 만발하고

조망이 일품인 하늘정원길이다.

        

지리산에 연하선경이 있다면

덕유산에는 덕유평전이 있다.

        

둘을 비교하는 건

연하선경에 대한 모욕인가?ㅋㅋ

         

         

1594m 중봉에 올라선다.

          

사방이 훤히 트여 시원한 바람과 함께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걸어 올라온 길을 되돌아본다.

        

지나온 능선길이 아스라하다.

          

굽이굽이 능선과

일렁이는 듯한 산그리메가

장관이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바라본다.

         

향적봉이 지척이다.

         

이제 오르막이 끝나간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튀어 나온다.

         

           

향적봉 뒤쪽으로 보이는 산그리메가

일품이지만...

        

날씨 때문인지 휴대폰 카메라 탓인지

사진상에는 제대로 담기지 않은게 아쉽다.

         

           

향적봉에 오르기 전,

향적봉 대피소를 만난다.

       

대피소에 잠시 들러

생수도 구입하고

에너지도 보충한다.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이다.

          

1614m로서

한국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이다.

         

 

향적봉 정상석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곤도라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설천봉에서 가까워서

마치 유원지 나들이객들처럼

가벼운 복장으로 오른 탐방객들이 많다.

        

           

곤도라를 탈 수 있는 설천봉을 내려다 본다.

        

설천봉에서 곤도라를 타면

1~20분이면 하산을 마칠 수 있겠지만,

종주 완주를 위해

2~3시간 걸리는 하산길을 따라 걷는다. 

        

          

어서 내려가야 하는데...ㅠ.ㅠ

         

하산길도 만만치가 않다.

          

길이 온통 낙엽으로 덮여 있어

겨울철 눈길보다 미끄럽다.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내딛는다.

        

          

곳곳에서 참나무 위에 까치집처럼 뭉쳐있는

겨우살이를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백련사에 들어선다.

        

전통 있는 사찰치고는

풍경이 소박하다.

           

          

한때는 덕유산보다 더 유명했던

구천동 계곡을 따라 조성된

구천동 어사길을 걷는다.

        

덕유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고

구천동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무박당일로 걸었던 32km의

덕유산 육구종주를 마무리한다.

          

          

하룻동안 걸음수가 62949라니...

         

산행지도상으로는 32km를 걸었는데

핸드폰 어플에는 10km가 더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