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와
산행 채비를 갖추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화랑대역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다.
화랑대역 4번 출구로 나가서
공릉산백세문을 향해 발걸음을 서두른다.
늦은 밤 인적이 끊긴 거리를
대략 1km 정도 걸어
공릉산백세문 앞에 섰다.
강북 5산종주라고도 일컬어지는
불수사도북의 시작점이다.
불수사도북은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등
강북 5개 산을 연이어 걷는 종주코스로
대략 47km에 이르는 험난한 길이다.
물론 이번 산행에서
5개 산을 모두 완주할 요량은 아니다.
본격적인 불수사도북 종주에 앞서
코스도 익히고 체력훈련도 할겸
사전 답사라고나 할까?
공릉산백세문을 통과해서
가로등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넓다란 임도길을 따라
불암산 정상으로 향한다.
초반부는 서울둘레길과 겹치는 관계로
이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경사도 완만하다.
공릉산 백세문에서 불암산 정상까지는
약 5km 정도.
이제 남은 거리는 1.33km.
거북바위를 만난다.
마치 불암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듯 한
거북이 형상의 바위다.
같이 오르자꾸나ㅎ
불암산 정상에 올라선다.
공릉산 백세문을 통과한지
1시간 30분만이다.
어둠에 휩쌓인 불암산 정상에는
태극기만이 홀로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아무도 없는 불암산 정상에 홀로 앉아
도심의 야경을 감상하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불암산 정상을 뒤로하고
수락산을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쥐바위를 지나고부터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가,
경로를 벗어났다는
트랭글의 경고음을 듣고서야 되돌아 왔다.
야간산행에서는
헤드랜턴 불빛만 보며 걷다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자칫 엉뚱한 길로 빠지기 쉽상이다.
잠깐의 알바 후에
불암산에서 수락산으로 넘어가는
덕릉고개 방향을 따라간다.
덕릉고개에 도착해서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지나
수락산 품으로 들어선다.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나보다 앞서 새벽에 올라간 사람이 없었는지
산길은 거미줄 투성이다.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수락산 주봉에 닿는다.
정상석 너머로 어숨푸레 날이 밝아온다.
불암산 하산 중 알바천국을 거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시간인데도
도심의 불빛은 여전히 아름답다.
수락산의 명물 기차바위 앞에서
우회로를 택한다.
누군가 기차바위 안전로프를 끊어버려
2년 넘게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얼마 전에야 재개통되었다.
도정봉을 넘는다.
야간산행 전에는
낮잠이라도 잤어야 하는데...
어젯밤 한숨도 자지않고
밤새 걸은 여파로
걷는 중에도 문득문득
눈꺼풀이 내려오는게 느껴진다.
아파트 단지 너머로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능선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누군가 하나 하나 쌓아 올린 듯 한 돌탑들.
무엇을 염원하며 쌓았는지
그의 노력과 정성에 경의를 표하며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동막골로 하산해서
도로를 가로지르는 터널을 빠져 나간다.
동막골에서 사패산 들머리인
범골 입구까지는 약 2km.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중랑천을 건너 회룡역에 닿는다.
회룡역 근처 식당에서
뜨끈한 소머리국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편의점에 들러 물과 간식을 보충한 뒤,
사패산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
범골 입구에서부터 호암사까지는
급경사의 콘크리트 포장 길이
900m 가량 이어진다.
호암사 직전에
왼쪽으로 난 샛길 같은 계단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호암사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백인굴을 지나서
능선 위에 올라선다.
범골 입구에서 2.5km를 걸어
사패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이 곳에서 오른쪽으로 600m를 오르면
사패산 정상.
반대로 왼쪽으로 따라가면
도봉산 포대능선을 거쳐 자운봉에 닿는다.
이윽고 사패산 정상이다.
범골 입구를 통과한지 1시간 20분만이다.
널따란 정상에 나홀로 꼿꼿이 서 있는
정상석이 왠지 생뚱맞게 느껴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봉산과 북한산의 능선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묵은 체증을 한 방에 날려 버릴 듯
그림 같은 능선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하산을 마치고
회룡역으로 다시 돌아와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연계산행을
마무리한다.
사패능선 삼거리에서
도봉산으로 빠져서
불수사도 연계산행을 시도할까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다리는 이미 천근만근이고
눈은 잠에 취해 뜨고 있기 힘든 상황이다.
다음을 기약하기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