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빗방울을 세차게 쏟아붓던 하늘이
아침에는 거짓말처럼 활짝 개었다.
태양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찬란하게 떠 오르고,
우리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에 마치 물고기 꼬리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네팔인들이 아직도 신성하게 여기는
6993m의 마차푸차레.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6441m의 히운출리.
그리고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그 옆에 7219m의 안나푸르나 남봉이 있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네팔에서 트레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바로 비의 계절, 우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날씨의 변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우기에는 거머리들이 득실대니
트레킹에는 최악이다.
우기의 초입에 서 있는 5월에도
오전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가도,
오후 2-3시만 되면
어김없이 구름이 몰려들면서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아침 일찍 트레킹을 시작해서
비가 내리기 전에 끝마치고
숙소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왼쪽이 안나푸르나 남봉이고
오른쪽이 히운출리.
해발 7219m의 안나푸르나 남봉
출발하기 전에 단체사진 한 장 찰칵~
앞 줄 오른쪽부터 두 명이 현지인 포터들.
이틀 동안 같이 했던 한의사분이
오늘부터는 우리 일행과 헤어져서
혼자 푼힐 전망대로 가야 하기에
현지 마을에서 급히 포터 한 명을 더 고용했다.
새로 고용된 포터 나이가 이제 25살이라는데,
벌써 아이들이 3명이라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큰 아들이 12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들 충격ㅎㅎ
우리의 놀라는 모습을 본 롯지 주인 아주머니가
한국과 네팔은 문화가 달라서 그렇다며
재빨리 상황을 수습한다ㅎㅎ
그래도 그렇지ㅎㅎ
그럼 몇 살에 아빠가 된거지?ㅎㅎ
오늘부터는
모두 7명이 한 팀이 되어 출발한다.
이곳은 해발 2170m의 촘롱.
어제는 죽을 힘을 다해 올라왔는데
오늘은 출발부터가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내려가던 중에 만난 당나귀 행렬.
등 양쪽으로 가스통 같은 무거운 짐들이
잔뜩 실려있다.
트레킹 중에 당나귀 행렬을 만나면
벽 쪽으로 피해야 한다.
벼랑 쪽에 섰다가는 당나귀 등에 떠밀려
자칫 밑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하염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
하지만 내리막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내려간 만큼 언젠가는 다시 올라야 한다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혹자는
산행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이윽고 나타난 계곡과 현수교.
이 곳을 건너고나면
또 다시 급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타르초.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길.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진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지나온 길이 발 아래 펼쳐진다.
어젯밤 묵었던 촘롱이
왼쪽 산 정상에 마치 성냥갑처럼 보인다.
하산길에는 저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니...ㅠ.ㅠ
대나무 다발을 짊어지고 내려오는
현지인 아주머니.
해발 2360m의 시누와(Sinuwa)에 도착.
이 곳 시누와 이후로는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이 없다.
단지 트레커들을 위한 롯지만 있을 뿐이다.
길에서 만난 동네 아이들...
사진을 찍었더니
사탕을 달라며 손을 내밀더니
사탕이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루피 루피' 하고 외친다.
돈을 달라는 이야기다.
수 많은 관광객들이
히말라야 주변에 모여들면서
이제 이들도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선다.
여성 여행자들이 고용했던 현지인 포터.
나이가 이제 45세라는데
외모나 말투는 60대정도 되어 보인다^^
하기사, 가이드북에 따르면
네팔의 평균 수명이 59세라니
네팔에서는 노령층에 속할 수도 있겠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
네팔은 남자의 평균 수명이 여자보다 긴,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포터 한 명 고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을...ㅠ.ㅠ
이 높은 고산지대에서
내 스스로의 힘으로 완주해 보고 싶은 욕심에
배낭을 스스로 짊어지고 올랐더니
몸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누와를 지나니 울창한 숲 길이 나타나며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엄청나게 무거운
포대자루를 짊어지고 가던 아이가
쉬었다 일어서면서
너무 무거워서 스스로 일어나질 못하고
도움을 청한다.
포대 안에 소금이 들었는지 모래가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너무나 안쓰러워 몇살이냐고 물었더니
이제 겨우 15살이란다.
저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하루종일 산 길을 오르내리면서 받는 임금이
한화로 고작 몇 천원 수준이라니...
거의 70도에 가까운
급경사의 내리막 길을 만났다.
내려다보니 눈 앞이 아찔할 정도다.
한 발만 헛디디거나 미끄러졌다가는
큰 일 나겠다 싶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비오듯이 쏟는다.
우리도 하산길에는
어차피 올라야 할 길인데...ㅠ.ㅠ
해발 2310m의 뱀부(Bamaoo)에 도착했다.
전 마을인 시누와가 2360m이니
오히려 50m를 내려온 셈이다.
오늘은 비가 일찍 시작될려는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오늘은 이 곳에 숙소를 잡고 짐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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