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행지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문구 하나...
'세계3대 트레킹 코스'
순간, 내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 듯
또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중국에 그리도 멋진 트레킹 코스가 있단 말인가?"
이렇게 해서 무작정 떠나게 된
중국 운남성으로의 여정...
사냥꾼에게 쫓기던 호랑이가 뛰어넘은 협곡이라는
호도협을 따라 걷기 위함이다.
호도협으로 가기 위해
운남성의 리장에서 차우터우행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동안 달리며 바라본 들판의 모습...
어느 나라건 시골 풍경은 참 평화롭다.
차우터우가 가까워지자,
매표원이 버스에 올라타더니
버스 안에서 트레커들에게 호도협 입장료를 징수한다.
중국 돈 65위안
트레킹이 시작되는 입구에서 내려
몸을 풀어가며 길을 따라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리장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이스라엘 처자 2명과 카자흐스탄 남자, 그리고
도중에 합류한 독일인 여행자와 동행이 되어 걷는다.
초입부터 해발 5596m의 옥룡설산 봉우리들이
구름 속에서도 당당하게 위용을 드러낸다.
동네 아이가 이방인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이 좋은 명당자리 앞에 위치한
정체모를 허름한 건물 하나를 만났다.
건물 앞의 전망대에서는 옥룡설산의 봉우리들과
푸른 진사강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심코 전망대에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잠시 후,
건물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더니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사진 촬영비로 10위안을 내라고 한다ㅋㅋ
더욱 황당한 건 이 곳에서 물건을 사면
사진 촬영비를 안 내도 된다고...ㅋㅋ
결국 7위안 주고 초코바 하나를 샀다.
나오는 건 헛웃음 뿐ㅋㅋ
7위안짜리 초코바를 사니
10위안의 사진 촬영비를 면제해 준다??ㅋㅋ
개인이 마음대로 운영하는 곳인지
정부의 승인하에 운영하는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지 사정 모르는 이방인들을 상대로 한
얄팍한 상술이 아닐까 싶다ㅋㅋ
트레킹이 목적이 아닌 여행자들은
말을 타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인생이 그렇듯 여행도 정답이 없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방식과 속도로 걸으면 될 뿐...
지그재그로 굽이굽이 돌아 올라간
강 건너편의 산길이 인상적이다.
길 오른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자칫 발을 잘못 디뎌 구르기라도 하는 날에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ㅋㅋ
이방인들의 모습이 신기한지
풀을 뜯던 소들도 우리 일행을 유심히 바라보고 서 있다.
뒤를 돌아보니
걸어 올라왔던 길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이곳은 호도협 트레킹 중
나름 힘들다는 28밴드의 시작점...
스물여덟 번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야 하는
오르막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평소 산을 좀 탔던 사람들에게는
그리 힘들지만은 않은 길이다.
점차 숨이 가빠질 무렵 만난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꿀차 한 잔을 시켜 목을 축인다.
정제되지 않은 꿀을 종이컵에 녹여 가져다 준다.
이곳을 거쳐간 트레커들이 붙여 놓은
수 많은 쪽지들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어느 한국인 트레커가 붙여 놓은 듯한
재미있는 쪽지 하나가 눈길을 끈다ㅋㅋ
"28 band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런 젠장! 말년에 이게 무슨 꼴이람
이제부터 시작이라네ㅜ.ㅜ
다들 화이팅해요."
"신랑이랑 두 번째 높은 산에 오르다.
중국 호도협 1박2일!
ABC 만큼이나 고되다~!
날씨가 아쉬운...때문!"
힘은 들고 고단하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더 멋진 풍경이 눈을 호강시킨다.
이 곳은 해발 2670m...
28밴드의 정상임을 알리는 듯한...
타르초가 바람에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옥룡설산의 봉우리들도 눈 앞에 시원스레 펼쳐진다.
해발 5596m의 옥룡설산은
5000m가 넘는 봉우리가 13개라 하여
옥룡13봉이라 불리며,
13봉우리 위로 쌓인 만년설이
한 마리의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인 트레커들이 남겨놓은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ㅋㅋ
모두들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또는
눈에 담느라 한동안 떠날 줄을 모른다.
호도협의 오른쪽에는 해발 5596m의 옥룡설산이,
왼쪽에는 해발 5396m의 하바설산이 있다.
먼 옛날 두 산이 지각운동으로 갈라지면서
길이가 16km, 높이가 2000m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협곡이 형성되었다.
그 협곡을 양쯔강의 상류인 진사강이 흐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게 세상의 순리...
28밴드의 정상을 찍고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잠시 쉬어가며...
전망이 좋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각자 준비해 온 요깃거리로 허기를 달랜다.
한국인 트레커들이 많이 모인다는
차마객잔을 지나...
우리 일행은 내일의 여유있는 일정을 위해
중도객잔까지 가서 숙박하기로 한다.
걸으면 걸을수록
눈 앞에 펼쳐지는 옥룡설산의 절경이 점점 다가오면서
그 위용이 우리 일행을 압도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걸음걸이는 자꾸만 느려진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인증샷도 담아보고...
어라? 이 모습은...
옆 모습이 영락없는 큰바위 얼굴이다ㅋㅋ
바위산의 비탈면을 깎아 만든 듯한
좁은 산길을 따라 걷는다.
출발 당시에 비해 걸음걸이는 지쳐 있지만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중도객잔에 도착해
방을 잡고 배낭을 내려 놓는다.
비수기라 그런지 숙소 내부는 한산한 모습이다.
중도객잔에서 바라 본 옥룡설산의 모습...
이 곳에서 본 옥룡설산의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날이 흐리고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사진에는 그다지...ㅋㅋ
저녁 식사를 주문하고 식당으로 내려 갔더니...
네 벽면과 천장이 온통 한글로 뒤덮혀 있다ㅋㅋ
이 곳을 다녀간 한국 산악회와
트레커들이 얼마나 많았으면...ㅎ
하룻동안 같이했던 일행들과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낮동안 못다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호도협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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