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협 트레킹 둘째날 아침.
맑고 화창하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드리운 구름으로 인해
걷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날씨인 듯하다.
어젯밤 당초 계획은
밤 하늘을 빽빽히 수 놓은
별들을 구경하려 했는데...ㅠ.ㅠ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자리에 눕자마자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ㅎ
오랜만의 트레킹으로 많이 고단했던 모양이다.
중도객잔에서 아침을 챙겨먹고
어제의 동행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선다.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거칠고 좁은 산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도중에 만나게 된 폭포 하나...
거대한 바위산 위에서 떨어진 폭포수가
길 위를 지나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당시엔 몰랐는데
트레킹을 마치고 찾아보니
이름이 관음폭포라고...
호도협은 페루의 마추픽추,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와 함께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3대 트레킹 코스에 속한다.
페루의 마추픽추는 2010년도에 다녀왔는데...
그 당시엔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트레일이
그렇게 멋진 곳인 줄 모르고
열차를 이용해서 갔으니...
아쉽다ㅋㅋ
이제는 또 다시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올련지...ㅠ.ㅠ
호도협을 따라 걷는 이 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라는
차마고도의 일부...
차마고도는
중국 운남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중국 운남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 인도까지 잇는 육상 무역로다.
그 옛날 마방들이 교역물품을 실어 나르던 이 길을
지금은 배낭을 멘 트레커들이 걷는다.
이제는 저 아래 보이는 마을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
산 중턱에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는 도로와
그 밑에 좁은 협곡을 흐르고 있는
푸른 진사강의 모습이 보인다.
한동안 계속되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
드디어 티나객잔에 도착...
이 곳에 배낭을 맡겨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사냥꾼에게 쫒기던 호랑이가 건너 뛰었다는
호도석이 있는 중호도협을 가기 위함이다.
거대한 바위 절벽 위에 걸쳐있는 다리를 지나니...
어제부터 오늘 오전에 걸쳐 걸어 올라왔던 길들과
호도협의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사이의 좁은 호도협을
양쯔강의 상류인 진사강이 흐르고 있다.
저 아래 푸른 강물이 보이는 곳이 중호도협...
이제부터는 가파른 협곡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왕복코스...
중호도협 입구에서
또 다시 10위안의 입장료를 받는다.
이 곳에도 걷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말들이 기다리고 있다.
초입은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내려갈수록 길은 점점 더 가파르고 좁아지면서
마치 깊은 협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게다가 오른쪽은 내려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천 길 낭떠러지...
철제 계단을 내려와...
도중에는 음료수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허름한 매점도 있다.
가마꾼과 가마들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렇게 가파르고 좁은 길을 가마 타고 내려가다
자칫 삐끗하기라도 하는 날에는...ㅋㅋ
난간이라고 해봐야
가느다란 쇠막대기 위에 철사줄이 전부...
이 길을 말이나 가마를 타고 내려간다고...??ㅋㅋ
믿을 건 역시 자신의 두 다리 뿐...
고소공포증이 느껴질 만큼
아찔해 보였던 긴 철제계단을 내려와...
내려왔던 길을 올려다 보니...
헉... 이건...ㅋㅋ
거의 수직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가파른
거대한 바위절벽이다ㅋㅋ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거대한 바위 절벽에 동굴을 뚫어 길을 내다니...
자연훼손이란 측면에서 보면
좀 안타깝긴 하지만...
협곡을 따라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는
진사강의 강물...
마치 이온음료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빛이다.
비쥬얼만으로는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고 싶지만ㅋㅋ
에메랄드 빛인걸로 봐서는
아마도 물 속에 석회가 많이 섞여 있는 듯...
호랑이가 강을 뛰어 넘었다는
호도석을 찾아가 본다.
강 가운데 높고 큰 바위 위로 다리가 놓여 있다.
오호라~~
저 바위가 호도석인가 보구나!!
사냥꾼에게 쫒기던 호랑이가
저 바위에서 강 건너로 뛰어넘어
달아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때문에 이 협곡도 호도협이라 한다.
그런데 헐~~
다리를 건너 호도석으로 가려면
여기서 또 다시 10위안을 내라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 왔어도
어찌된건지 가는 곳마다 돈... 또 돈이다ㅋㅋ
저 다리를 개인이 만들었기 때문에
다리를 만든 사람이 따로 돈을 받는다나 뭐라나...ㅋㅋ
리장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인연으로
트레킹하는 이틀동안 동행이 되었던
이스라엘 처자, 유발(Yuval)...
이스라엘은 여자들도 군대를 가는데...
군 복무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여행 중이라고...
협곡이 좁은 만큼 물살도 거세다.
거친 협곡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장쾌한 물줄기가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강 아랫쪽으로 집이 한 채 보인다.
건너가 본다.
이 곳을 다녀간 여행자들이 남긴 흔적들이
앞쪽 벽면에 더덕더덕 붙어 있다.
이런 젠장...
이 곳도 역시나 또 돈...ㅋㅋ
다리를 건너 저 큰 바위 위에 들어가려면
또 다시 5위안을 내야 한다고...ㅋㅋ
다리를 건너 바위 위에 올라 보니...
주변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웅장하고 거대한 협곡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다시 올라가야 할 시간...
까마득한 절벽 위를 올려다 본다.
내려올 때 건넜던 다리가
마치 무지개처럼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수직에 가까운 듯한 절벽길...
저 가파른 길을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리가 풀리는 듯...ㅋㅋ
줌으로 당겨보니...
오른쪽에 우뚝 서 있는 철제 계단도 보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땀을 뻘뻘 흘러가며 절벽 길을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입구에 도착해서 모두들 땅바닥에 털석...
힘은 들었어도 성취감에 환한 표정들이다.
다시 배낭을 맡겨둔 티나객잔으로 돌아와...
객잔 쥔장이 담가둔 담금주로
우리들만의 조촐한 자축파티를 한다ㅎㅎ
담금주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몸에 엄청 좋은 거라며
객잔 쥔장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ㅎㅎ
무슨 뿌리인데...
자그마한 무우를 닮았기도 하고...ㅋㅋ
비록 1박2일간의 짧은 트레킹이었으나
좋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대자연을 만끽하며 걸었던 그 순간 만큼은
내 평생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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