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2일차.
시작부터 된비알이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해발 3173m의 팡콤라까지
약 300m의 고도를 높여야한다.
'~라(La)'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개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재'와 같은 뜻.

어젯밤 같은 숙소에 묵었던
인도인 그룹이 뒤따라 오르고 있다.
8명의 인도인 트레커와 2명의 가이드, 그리고
4명의 포터로 이루어진 단체팀이다.
아침마다 출발하기 전 마당에 모여
알수없는 구호를 외치는걸 보면
무슨 종교단체 같기도 하고...
만날 때마다 인사도 나누고
산행에 대한 대화도 나눴지만,
그들의 단체에 대해서는 물어보질 않아서...ㅋ

해발 고도가 3000m를 넘어서면서
낮은 지역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숨이 헉헉 차오르고
고도를 고작 100m 높이는 것조차
만만치가 않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언덕 위에 올라서니
가이드가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해발 3173m의 팡쿰라다.
마치 올라오느라 고생했다고
축하라도 해주 듯이
오색의 룽다와 타르초가 만국기처럼
머리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고
그 옆으로는 초르텐과
마니석이 자리하고 있다.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뒤따라 오르고 있는 인도인들이 보인다.
몇몇은 과거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통해
고산지역 트레킹 경험이 있지만,
일부는 고산지역이 초행길이라며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팡콤라를 넘고나니
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번갈아 나타나며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을 준다.

길을 걷다 어린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토끼탈 모자를 쓰고
룽다에 기대어 앉아있는 아이가
무척이나 귀엽다.

시부제(Sibuje)라는 마을에 들어선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간다.

납작한 돌을 층층이 쌓아올려 지은 건물이
상당히 멋스러워 보인다.
겉에서 봐서는 시멘트나 흙 같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튼튼하고 안정감 있어 보인다.

어디서 보니까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쌓여있는 장작의 규모가
그 집안의 부를 상징한다던데...
이 집도 꽤 부유한가 보다.
하기사~
롯지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부자일테지만.

건너편 산 중턱에 하얀 점으로 보이는 곳이
오늘 점심 먹을 롯지이고,
뒷쪽 산 능선 위에
오늘 밤 우리가 묵을 롯지가 있다.
어휴~~
저길 어찌 올라간담?
벌써부터 한 숨이 터져나오지만
일단 런치 플레이스를 향해 고~~

물레방앗간인 모양인데...
계곡에 물이 말라 작동이 중단된 듯.

계곡 윗쪽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그 힘으로 저 팬을 돌려
방아를 찟는 모양이다.
물레방아라고 하면
큰 수레바퀴 모양만 생각했는데...

오색의 타르초 아래서
가이드가 걸음을 멈추고
뭔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서 있다.

다가가 보니
사람이 누워있는 듯한 형상의 바위가
타르초 아래 놓여져 있다.
바위의 특이한 형상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바위를 신성시 여기나 보다.
역시 신들의 나라, 네팔이다.

드디어 오늘 점심을 먹을 롯지에 도착한다.
계곡을 건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다보니
어느새 롯지에 들어서기는 했는데,
입구에 해발 2845m라 적혀있다.
흠... 그렇담...
오전 걸음 도로 아미타불인가?ㅋ
아침부터 숨을 헐떡거리며
3173m의 팡쿰라까지 올랐다가
그 후 다시 300m 이상을 내려왔다는거네ㅠ.ㅠ

마당에는 시부제에서 건너다 볼 때
하얀 점으로 까마득하게 보이던
초르텐이 서 있다.
이제 다시 뒷쪽 계곡을 건너
산 능선까지 올라야만
오늘 밤 묵을 롯지에 닿는다.

롯지 마당에 포터들이 운반하는
인도인 그룹의 등짐이 놓여있다.
무게가 얼마나 되나 싶어
양해를 구하고 한번 들어볼려니
한 손으로는 들기조차 쉽지않다.
무게가 30~35kg 정도 된다고 한다.
포터들에게 '너희들 슈퍼맨이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자
환하게 웃는다.

저런 등짐을 짊어지고도
재빨리 나를 앞질러 올라간다.
세르파족은 특이하게도 저런 무거운 짐을
어깨가 아니라,
이마 위에 걸치고 이동한다.
나중에 목뼈에 무리가 없을련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대부분인데
저런 짐을 짊어지고 산길을 오르내리지만,
하루 일당은 한화로
고작 1만 5천 ~ 2만원 정도라고 한다.

네팔의 나라꽃, 랄리구라스.
봄 시즌에 히말라야 지역에 오면
랄리구라스가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까마득해 보이는 정상.
저 위에 오늘 밤 묵을 롯지가 있다는건데...
밑에서 올려다보니 한 숨부터 나온다.

아래서 올려다보기와는 다르게
실제 길은 잘 다듬어져 있다.
숨을 헐떡거리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다.
고도가 3000m를 넘어서다 보니
한 걸음 떼기조차 만만치가 않다.

드디어 라마일로 다다 롯지가 보인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높은 해발 3354m의 경사지에
돌로 축대를 쌓아올려
그 위에 롯지를 지었다.
자재들을 다 인력으로 옮겨왔을텐데...

이 높은 산꼭대기에서도
마당은 제법 반반하고 넓직하다.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룽다가 이색적이다.

마당 한쪽에는
향을 피우는 향로가 놓여있다.
히말라야 지역은
티베트 출신 원주민들이 많은데다
티베트 불교의 영향이 커서
신실한 불교신자들이 많다.

히말라야 숙소인 롯지의 모습.
대부분의 롯지는 2인실이 기본구조이지만
인원수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싱글차지가 따로 없다.
나홀로 트레커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숙박비만 지불하고
룸 하나를 차지할 수 있다.
다만 합판으로 칸막이만 되어있는 수준이라
난방은 언감생시 꿈도 꾸기 힘들며
옆방의 코골이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히말라야에서의 둘째날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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