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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레킹/2011 엘찰텐 트레킹

엄청난 바람과 함께 했던 피츠로이 트레킹

by 호야(Ho) 2011. 6. 16.

       

         

아뿔사~~!!

늦잠을 잤다.

       

둘째날 아침 눈을 떠보니

시계 바늘은 이미 7시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원래 계획은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새벽 같이 출발하려 했는데...

          

파타고니아의 바람 정말 대단하다.

       

밤새도록 불어 대는 바람소리 때문에

몇 번을 잠에서 깨었는지 모르겠다.

           

건물이 날아 가는 줄 알았다^^

     

아침까지도 숙소 안에 누워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밤새도록 바람이 세차게 불어댔다.

        

일어나자마자 허겁지겁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선다.

        

그런데 헐~~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이제 보니 밤새 바람만 불었던게 아니라

비까지 내렸었다.

      

오히려 늦잠 자길 잘 했다는 생각이 급 몰려온다.

일찍 일어났더라도 어차피 출발도 못했을 테니까.

         

숙소에서 한 시간쯤 기다리니

비가 잦아들고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서둘러 길을 나선다.

           

          

▲  자연의 이정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마을이 깔끔해 보인다.

            

오늘의 코스는

해발 3375m의 피츠로이(Fitz Roy) 봉우리로

이어진 길을 따라 왕복하는 것.

          

통상 왕복 8시간 정도 소요된다지만

오늘처럼 길이 젖어 있고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9시간 이상도 예상해야 한다.

           

          

          

          

           

▲  피츠로이 강의 물줄기가 만들어 내는 곡선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  오른쪽으로는 피츠로이 강이 흐르고 있고,

왼쪽으로는 이런 거대한 바위 절벽이

위압적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

          

사진상에는 비교 대상이 없어서

얼마나 높고 거대한지 실감이 안나지만,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의 거대한 바위절벽이다.

          

          

           

         

          

▲  길은 안데스 산맥의 구석 구석을 휘감으며

이어지고 있다.

          

           

▲  이제부터는 숲 속으로 접어든다.

          

          

             

            

            

            

          

           

            

           

          

▲  도중에 만난 카프리 호수(Laguna Capri)

         

호수 주변에 오니

또 다시 날씨가 심상치 않다.

       

숲 속에 있어 느끼지를 못하지만

 바람소리가 상당히 세차게 들려온다.

          

         

            

           

           

            

           

           

▲  호수 주변은 단풍으로 인해 붉게 물들어 있고

호수 위에는 무지개가 떠 있다.

          

           

            

           

            

▲  바로 눈 앞의 풍경은

울긋불긋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반해,

      

멀리 보이는 풍경은 비구름으로 뒤덮히고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다.

           

            

            

         

           

            

아~~

숲 속을 벗어나니

앞에서 불어대는 맞바람 때문에

한 발자국 전진하기 조차 힘들다.

         

세상에 이런 바람도 있었구나 싶다.

파타고니아의 바람을 너무 얕잡아 봤나 보다.

        

앞으로 한발자국이라도 내딛어 볼라치면

오히려 내 몸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잠시 나무 뒤에 숨어 바람을 피해 본다.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조난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혹시 오늘 바람 때문에 입산통제 되었는데

나만 모르고 올라온건 아닐까?

        

순간 순간 별별 생각들이 다 스쳐 지나간다.

            

           

▲  무심결에 오른쪽에 있는 바위산을 올려다 보았다.

어라..?

저건...

설악산에 있던 흔들바위가 왜 이 곳에 있지?ㅎㅎ

            

어젯밤 그 세찬 바람이 흔들바위를

설악산에서 이곳까지 가져왔나?ㅋㅋ

           

            

▲  감탄도 잠시...

왠지 불안하다.

        

이 세찬 바람에 저 바위가

곧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

           

              

             

겨우 몇 걸음 옮겨 놓으니

이제는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세찬 바람 속에 날려온 빗방울이

마치 자갈로 얼굴을 때리는 것 같다.

         

얼굴이 얼마나 따갑던지

처음엔 우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빗방울이었다.

         

도대체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면

빗방울에 맞은 얼굴이 따가울 정도니...

        

            

            

           

            

▲  등 뒤쪽은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이다.

      

바람만 없다면

세상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완벽한 풍경인데...

            

            

            

          

           

▲  드디어 저 멀리~

피츠로이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온통 구름 속에 휩쌓여 있다.

          

           

           

          

           

             

목적지가 눈에 들어오자,

발걸음에도 힘이 붙기 시작한다.

           

            

            

         

           

▲  비바람과의 사투 끝에

가까스로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구름 때문에

피츠로이 봉우리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순간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  오른쪽에 구름에 휩쌓여 있는 곳이

피츠로이 봉우리이다.

          

          

             

           

            

            

혹시나 구름이 걷힐까 싶어

나무들 틈에서 바람을 피하며 기다려 본다.

      

기다림은

언제나 설레임과 불안함의 교차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