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트레킹 7일째.
오늘은 해발 2170m의 촘롱(Chomrong)에서
2630m의 타다빠니(Tadapani)까지
가는 일정이다.
사실 올라왔던 코스를 따라 그대로 하산한다면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오늘 트레킹을 끝마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수많은 여행자들이
주저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는
푼힐 전망대에서의 일출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그 장관을 보지 않고 하산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다.
결국 하산길을 택하지 않고
푼힐 전망대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촘롱에서 푼힐 전망대를 들리게 되면
바로 하산하는 일정에 비해
2-3일이 더 소요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만나
이틀동안 같이 걸었던
모 산악회 회원분들과는 도중에 작별을 하고,
또 다른 산악회 회원인 K씨와 함께
타다빠니로 향한다.
오늘 아침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평화롭기 그지 없지만,
어제 오후엔 마치 세상을 집어 삼킬 듯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4일 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할 때
아침부터 하염없이 내려갔던 바로 그 돌계단을
어제는 세찬 빗속을 뚫고
다시 올라야만 했었다ㅠ.ㅠ
촘롱의 V자형 계곡...
일명 깔딱고개...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이
트레커들의 혼을 쏙 빼놓는 곳이다.
히말라야의 설산들은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쪽 코스에서는
히말라야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순박한 현지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어느 민가의 마당에서
풀잎인지 나뭇잎인지 모를 잎사귀를
쪄서 말리고 있다.
저 다리를 건너고 나면
앞으로 이틀 동안은
오르막이 계속해서 이어진다ㅠ.ㅠ
K씨가 고용한 포터가
짐을 지고 힘겹게 돌계단을 오르고 있다.
K씨는 푼힐 전망대가 있는 고레빠니에서
나와 헤어진 후,
약 2주 동안 또 다시 홀로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할 예정이어서
포터를 고용했다.
저 친구는 이제 19살이라는데...
어린 나이에 먹고 살겠다고... 참...
장차 전문 가이드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포터는 보통 20Kg 정도 되는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올라야 하지만,
가이드는 원칙적으로 짐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임금은 가이드가 더 높다.
때문에 포터들은 가이드가 되기를 소망한다.
가이드가 되기 위한 중요 요소는
뭐니해도 외국어 능력과 경험이 아닐련지...
계곡 너머 산 위로
우리가 지나왔던 민가와 길이 보인다.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는 트레커들은
저 산을 넘어야겠지.
어찌 좀 의시시한 분위기가...
마을 입구에 소의 해골뼈를 모셔두었다.
영화에서 보면
깊은 정글 속에 사는 원시부족들이
마을 입구에 동물 해골뼈를 걸어두고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표시를 하던데...
혹시 이곳도...?ㅋㅋ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ㅋㅋ
옥수수를 쌓아두고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우릴 정신없게 만들었던 동네 개구장이들...
고 녀석들 뺀질뺀질 참 말 안듣게 생겼다ㅋㅋ
집집마다 처마 밑에는 벌통을 매달아 두었다.
때문에 레스토랑마다
탁자 위에는 꿀통이 놓여져 있다.
주인 몰래 꿀차도 몇 번 타 마셨다는...ㅋㅋ
한 민가에서 고사리를 따서 말리고 있다.
이 곳 롯지에서 점심을 먹는다.
드넓은 잔디밭 마당과
전망이 맘에 들었던 곳이다.
잔디밭 마당에 앉아 건너편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점심을 먹고 타다빠니를 향해 다시 출발...
곳곳에서 고사리들이 참 많이 보인다.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고사리를 따고 있었더니
포터가 기다리다가 되돌아와서 보고는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ㅎㅎ
빨리 따라오지 않으니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걱정했을 수도 있겠다ㅎㅎ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 길...
벌써 산을 몇 개나 넘었는지 모른다ㅎㅎ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딱딱한 돌계단이 아니라,
푹신한 흙 길이어서 덜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것.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맑고 화창하던 하늘이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한쪽에서부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굉음을 내기 시작한다.
마치 빨리 서두르라고 호통이라도 치는 듯하다.
이윽고 도착한 타다빠니.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한 걸 보니,
근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질 것만 같다.
아침엔 오늘 푼힐 전망대가 있는
고레빠니까지 가 볼까 하는 욕심도 있었지만,
날씨를 보니 아무래도 무리일 듯하다.
히말라야에서의 7일째 밤은
타다빠니에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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