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트레킹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이제는 하산만을 남겨 놓은 상황.
오늘은 해발 2800m의 고래빠니를 출발해서
해발 800m 정도의 포카라까지 내려가는 일정이다.
하룻만에 고도를 2000m나 내려간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 듯이,
오늘은 하루종일 내리막의 연속이다.
그동안 동행이 되었던 K씨와는 작별을 하고
오늘은 홀로 하산길에 오른다.
출발부터 전형적인 숲길이 이어진다.
게다가 내리막 길이니
마음도 발 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하지만 이 곳도 우기에는 거머리들의 텃새로
악명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이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타고 순식간에 앞질러 내려간다.
지나던 마을에서 만난 동네 아가씨들.
학생들로 보이는데
사진 좀 찍자는 말에 무척이나 쑥스러워 한다.
급기야는 친구 뒤로 숨기까지...ㅎㅎ
홀로 하산중이던 서양인 트레커.
먼저 안나푸르나 순환코스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갔다가
이제 하산하는 중이라고 한다.
오늘이 19일째라니...
나는 겨우 10일째인데...ㅋㅋ
이 구간은 70도에 가까운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계곡까지 내려 갔다가
앞에 보이는 반대편 마을까지 가야한다.
반대방향으로 도는 트레커들에게는
이 구간이 가장 힘든 구간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숨조차 쉬기 힘들만큼 고생스러운 길이라나ㅋㅋ
어?? 저건...
어릴적 많이 보던 풍경인데...ㅋㅋ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마당에서 삼베인지 모시인지를 짜고 계신다.
가파른 내리막의 돌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드디어 나타난 계곡의 출렁다리.
보기에는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데...
이런 다리를 건널 때마다
이 곳이 네팔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왠지 모르게 살짝궁 걱정이 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ㅋㅋ
폭포 아래쪽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같이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ㅋㅋ
이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주문해 놓고
막간을 이용해서 주변의 야생화를 구경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밭에 옥수수가 많이 심어져 있다.
무화과도 보이고...
중간 중간 이런 친구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어찌보면 혼자 걷는 길이
더 자유스롭고 흥미로울 수 있다.
동행이 있을 땐 상대방에 집중하느라
멋진 풍경을 놓치는 경우도 있으니...
어라???
근데 이게 뭐람???
세상에 이런...ㅠ.ㅠ
포크레인 한 대가 산 중턱을 깍아내어
신작로를 개설하고 있다.
이제는 히말라야 지역까지도 개발의 붐이...ㅠ.ㅠ
신작로의 개설이
원주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만,
당장의 편리함과
눈 앞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다가는
언젠가 자연으로부터 되돌려 받을
보복이 두렵기만 하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거늘...
자연을 거스리기 보다는
순응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들에게 언제까지나
저렇게 등에 봇짐을 지고 다니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게다가 이방인의 입장에서 남의 집안 일에 대해
왈가불가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이 지역의 개발이 달갑지만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에는 히말라야 지역에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주변의 모습도 많이 바뀌고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물가상승까지 겹쳐
그 변화가 그들에게 과연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드디어 도착한 해발 1025m의
비레탄티(Birethanti).
해발 2800m에서 출발해서 참 많이도 내려왔다.
이 곳에서 트레킹 시작 전에 발급받았던
TIMS 카드를 다시 검사한다.
그리고 옥수수 밭 사잇길을 따라 내려가니...
또 다시 기다리고 있는 허름한 사무소 하나.
이번에는 입산 허가증을 검사한다.
한 곳에서 같이 검사하면 좋으련만...
길 옆에서 만난 아기 염소들...
태어난지 얼마나 되었는지 참 귀엽기도 하다.
넌 누구니?
오리니 거위니?
정체를 밝혀라.
드디어 도착한 나야풀.
길을 걷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 한분이 다가오더니
'지금은 파업중이라
포카라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다'고
상황을 설명해 준다.
자신들도 5시가 넘어야
이후 상황이 어찌될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닭장 아파트.
닭들에게 귀미테는 붙여 주었을까?ㅋㅋ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을 오르내리고 있는
동네 아낙네들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그저 아름답기만 한 히말라야지만,
정작 그 속에서의 삶은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4시가 되어 하산을 마치고,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파업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린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같은가 보다ㅎㅎ
파업을 틈타 이 때다 싶어
여행자들을 상대로
한 몫 챙겨보려는 사람들이 여기도 있다.
택시기사들이 버스 정류장 앞에 차를 대놓고
다급한 심정의 여행자들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해 온다.
포카라 시내 입구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면서
한 사람당 1500루피면 합승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내 입구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가야 한다고ㅎㅎ
트레킹을 시작할 때는
숙소에서부터 한 사람당 300루피 내고 왔는데...ㅎ
게다가 버스 타면 100루피 밖에 안되는데...
내일 비행기를 타야하는 급한 여행자들은
거래 끝에 하는 수 없이
한 사람당 1000루피를 내기로 하고 떠난다.
나머지 여행자들은 8시까지 기다린 후에야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여행자들은 어딜가나
일정이 촉박하면 바가지 쓰기 쉽상이다ㅎㅎ
길 옆의 가게 앞에서 가족들이 면을 뽑고 있다.
그 장면이 신기한지 주변에 여행자들이 모여 든다.
시끌벅적한 도심을 떠나
잠시나마 자연과 벗하며
오직 두 다리에 의지해 뚜벅뚜벅 걸었던
9박 10일간의 트레킹.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몇날 며칠을 문명의 이기와 떨어진 채,
산 속에 갇혀 걷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때론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또 때론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밀려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맛볼 수 있는
성취감이란
일생에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대자연 앞에 서면
우리 인간은 스스로가 한 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임을 실감하게 되고,
스스로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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