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힐 전망대에서의 일출을 보고
고래빠니로 돌아온 후,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에 오를 차례.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요즘 네팔은 허구헌날 파업이 진행중이다.
그것도 노동자들이 복지를 위해 벌이는
관련업계만의 부분적 파업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 의해 강제적으로
모든 산업과 교통을 마비시키는 총파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네팔이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보니,
4-5일 정도 파업이 진행되다가도
여행자들의 이동을 위해
하루 정도는 파업을 해제시켜 준다.
여행자들은 그 기회를 틈타
재빨리 다음 여행지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그 기회를 놓치면
발이 묶인 채 꼼짝달싹 못하고,
몇날 며칠을 한 여행지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파업기간 중에는
개인 택시조차도 운행이 전면 중지된다.
만약 택시를 운행하면
파업지지자들이 택시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거나
해코지를 해서 운행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하산을 한다고 한 들,
나야풀에서 포카라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다면,
나야풀에서 다시 하루를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럴바엔 차라리 고래빠니에 하루 더 머물면서
히말라야 고산족들의 생활모습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하산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동네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려 보기로 한다.
트레킹 중에 만난 가이드가 하는 말인즉슨,
현재 네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 지도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구 600명 당
한 명의 정치적 지도자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이 속한 부족이나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쉽게 파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인들 때문에 죽어나는 건
일반 국민들 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원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거늘
네팔에는 그런 속담도 없나?ㅋㅋ
카메라 앞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해주시던
동네 할아버지.
그의 호탕한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도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트레킹 중에는 당나귀나
조랑말들의 행렬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은 고산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생필품을 실어 나른다.
머리에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다가도
카메라를 보고는 뒤돌아서서 포즈를 취해준다.
길을 걷다가 만난 귀여운 꼬마 아가씨.
그릇 안에 꽃을 잔뜩 뜯어 가지고 있다가
집 앞을 지나는 여행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준다.
장화를 신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흉내를 내던 꼬마 청년.
여행자들을 보고는
스스로 짐을 내려 놓고 무술 시범을 보여준다ㅋㅋ
'내가 네팔의 이소룡이다!!'
네팔식 김치를 만들고 있다던 동네 할아버지.
네팔식 김치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
곁에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다.
산에서 뜯어온 듯 한
정체모를 식물을 돌 위에 올려놓고
몽둥이로 열심히 찧는다.
그리고는 하얀 통속에 가득 채우더니...
뜨거운 물을 끓여서 그 위에 부어준다.
그리고는 뚜껑을 단단히 닫더니만...
땅 속에 통채로 묻어준다.
저러면 통 속에서 자연 발효가 된다고 한다.
근데 양념은 아무것도 안하는건지...??
흥미로웠던 건 일반 흙 속이 아니라,
낙엽 같은 퇴비 무더기 속에 묻는다.
퇴비가 발효되면서 내는 열로 인해
통 속의 내용물도 자연 발효가 되는 모양이다.
작업을 마치고 나서는
카메라 앞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해 주신다ㅎㅎ
척박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마음의 여유,
행복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는 걸
그들의 소박한 모습에서 다시 느끼게 된다.
그들의 집안을 더 들어다 보고 싶어
짜이 티 한잔 마실 수 있냐고 부탁한다.
물론 댓가는 지불하기로 하고...
짜이 티를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물을 끓인다.
부엌 안의 가재도구들은
가지런하게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이윽고 나온 짜이 티,
한 잔에 우리돈으로 150원 정도 지불한 듯.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면
저렇게 롯지 입구에
'한국 사람 환영 어서 오세요!'라고
적어 놓기까지 했을까?ㅎㅎ
동네 곳곳에서 네팔식 김치를 만들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아마도 김장철인 모양이다ㅎㅎ
죽순을 채취해서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K씨가 가지고 다니던 필름 카메라.
K씨와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만나서
오늘까지 동행이 되었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서로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간다.
K씨는 내일부터 다시 15일간의 일정으로
안나푸르나 순환 코스 트레킹을 시작하고
난 하산을 해서 포카라로 되돌아 간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한국 사람에게서 배워서 만들었다며
깍두기를 가져다 준다.
정확한 깍두기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구어 준다.
이제는 하산을 위한
하루의 일정만을 남겨놓은 상황.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밤을
에베레스트라는 네팔 맥주로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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