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어렵게 숙소를 찾아 여장을 풀고나서,
우리의 수제비와도 비슷한 티베트 음식, 뗌뚝으로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는 맥그로드 간즈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러 나선다.
맥그로드 간즈는 중국의 의해 강제 합병된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있는 자그마한 산간마을이다.
거리로 나와 보니
길 양쪽에 수많은 사람들이 늘어서 있고
경찰들이 나서서 통제를 하고 있다.
뭔가 흥미로운 일이라도 있나 싶은 호기심에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기웃거려본다.
잠시 후 승용차들의 행렬이 나타나고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누군가 싶어 유심히 차 안을 들여다 보았더니
눈에 낯설지 않은 누군가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오~호라~~
바로 달라이 라마 14세다^^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하자마자,
이 시대의 성인 중 한명으로 통하는
달라이 라마를 먼발치에서나마 보았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도 가벼워지고
앞으로의 여행길이 순탄할 것만 같은 예감이다ㅎㅎ
거리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대규모의 상점이나 고급 물건을 파는 곳은
티베트인 보다는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이 또한 나라 잃은 설움이 아닐련지...
맥그로드 간즈의 거리풍경을 눈에 담으며
도착한 곳은
이곳 티베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달라이 라마의 직할 사원인 남걀사원.
남걀 사원 입구에는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고자 투쟁하다 스러져간
순교자들을 기리는 기념탑이 서 있다.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다.
마치 어릴적 우리네 교과서에 등장하던
3.1만세운동 당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많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사원을 돌며
마니차를 돌린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아니면 세계 평화를 위해...?
저들은 무엇을 위해
저 고통스러운 오체투지를 하는 것일까?
오체투지란
양 팔꿈치와 양 무릎, 그리고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완전히 땅에 대는 티베트식 절이다.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로서
대지를 껴안고 낮은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ㅋㅋ
현실세계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는 듯
오직 자신만의 파티를 즐기고 있는 요녀석~
혹시라도 속세를 떠나 득도하여
해탈의 경지에 오른 성인군자의 모습은 아닐련지ㅋㅋ
터번을 머리에 두른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묵상중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때마침 사원에서는
수많은 승려들과 티베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가 열리고 있다.
이 또한 예기치 못했던 뜻밖의 행운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여행운이 참 많이 따르는 듯ㅋㅋ
알아들을 수 없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이곳 남걀사원에서는
티베트의 국가적 대사와 관련된 의식 뿐만 아니라,
달라이 라마의 대중설법도 이루어 진다.
비좁은 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 위에 방석이나 매트리스를 깔고 앉아
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망명정부의 궁핍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리 남의 나라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망명정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한 나라의 행정부와 같은 역활을 하는 곳인데...
사원의 모습은 소박하다 못해 차라리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가난은 어린 아이도 일찍 철들게 한다.
게임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어울릴 듯한 나이에
법회에 참석해서 의젖하게 염주를 돌리고 있다.
냠걀 사원을 빠져나와 다시 거리를 걷는다.
비좁은 산동네에 관광객들이 몰리다 보니
거리는 어수선하고 북적거린다.
이곳 맥그로드 간즈에 묵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찾아가 묵 한사발을 맛본다.
티베트인들도 우리 한국인처럼 묵을 먹는가 보다.
얇게 썬 묵을 야채와 함께 간장, 식초, 고춧가루에 비벼준다.
새콤달콤한 맛에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맛보고 나면 자꾸만 찾게 되더라는...ㅋㅋ
숙소 옥상에 올라가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맥그로드 간즈에서의 첫째날을 마무리한다.
과거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
맥그로드 간즈 주변은 영국인들의 휴양지였다.
하지만 20세기 초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땅에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가 정착하게 되고...
이제는 중국 땅이 되어 버린 티베트 본토보다 더
티베트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집집마다 옥상에는 사당이 모셔져 있다.
티베트인들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빼앗긴 들이라고 해서 봄이 오지 않을리는 없을 터.
단지 더디게 오는 것 뿐이다.
비폭력 투쟁으로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기 위한,
티베트인들의 저 처절한 몸부림에 경의를 표한다.
히말라야의 끝자락, 맥그로드 간즈의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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