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술이란
"만가지 약 중에서 으뜸인 동시에
만가지 독 중에서도 으뜸"이라 했다.
술을 잘못 사용하거나 지나치면
그 어떤 독보다도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하지만 적절히 잘만 사용하면
최고의 약이 된다는 사실...
특히나 귀한 약재로 우려낸 약술은
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민간약으로 취급되어 왔다.
오늘은 노봉방주를 담그기 위해
말벌사냥에 나선다.
가을은 역시나 풍성한 계절이다.
알밤들이 겉옷을 벗어 던지고
토실토실한 몸매를 뽐내고 있다.
야관문도 하얀 꽃망울로 치장하고 있고...
약성이 가장 좋을 시기다.
노루궁뎅이 버섯은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노루의 궁뎅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나
바늘처럼 솟은 털을 보면 마치 고슴도치를 닮았다.
혈액순환, 항암작용, 신경안정에 좋은
화살나무가 지천이다.
주인이 떠난 빈집도 보이고...
빨갛게 익은 망개나무 열매가 시선을 끈다.
망개나무 뿌리는 토복령이라 해서
통풍이나 중금속 해독에 좋다.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ㅋㅋ
대형 황철상황버섯인 줄 알았는데...ㅋㅋ
다가가 만져보니 물기가 축축하다.
급~ 실망...ㅠ.ㅠ
영지가 참 앙증스럽게도 앉아 있다.
목표물 확인!!
바로 오늘의 작업대상이다.
숲속에 깊숙히 감춰 두었지만
딱 걸렸다ㅎ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슬금슬금 다가가 적진부터 살펴본다.
건물이나 바위 밑에 집을 지었으면
작업하기가 수월할텐데...
이렇게 숲속에 지어 놓으면
수풀 잔가지 때문에 작업하기가 참 난해하다.
들킬새라 조심스레 다가가 보지만...
정찰병이 어느새 알아차리고
병사들을 이끌고 나온다.
자신의 집을 지키려는 말벌들이
마치 총알처럼 직선으로 날라와
몸을 던져 육탄전으로 맞선다.
한동안 벌과의 난타전이 이어지고...
완전 너 죽고 나 살자 판이다.
작업이 너무 더디다 싶어
집게조차 내려두고 손으로 벌을 잡다가
엄지 손가락에 한방 쏘였다ㅋㅋ
두꺼운 공업용 장갑을 사용했어야 하는데
주방용 고무장갑을 끼었더니만...ㅠ.ㅠ
벌침에 뚤리고야 말았다
사로잡힌 포로만도 수백...
집을 지키느라 수고한 포로들에게는
독한 소주를 먹고 죽을 만큼 실컷 부어준다ㅋㅋ
오늘의 전리품이다.
4단, 5단, 6단 각 1개씩...
벌집 안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골라
후라이 팬에 튀겨 놓으면
그야말로 최고의 안주거리라는데...ㅋㅋ
처음 먹어보는지라 다소 망설였지만
입 안에 하나 넣어보고는...ㅎㅎ
어찌나 고소하던지
그 맛에 홀딱 반해버렸다ㅎㅎ
전리품과 포로들을
도수가 높은 소주에 담가
2~3년간 숙성시키면
더없이 좋은 노봉방주가 된다.
내 손으로 직접 빚은 약술 한 잔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귀한 약이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건강을 위해 먹은 음식이
오히려 해가 된다면...??
이보다 우매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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