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마는...
한국에 들어와 얽매여 살아보니
그 동안 외국 생활을 통해 누려온 여유와 여가가
얼마나 큰 특권이었는지 새삼 느낀다.
아직도 우리 한국에서는
삶과 일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마치 무언가에 쫒기기라도 하 듯
치열한 현실 속에서 살아야만 한단 말인가?
리장고성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본다.
잘 정돈된 듯 한 기와지붕이
서로 어깨를 마주대고 빼곡하게 모여 있다.
저녁시간이 가까와지면서
고성 안의 식당가에서는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정체모를 단백질 덩어리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고성 안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골목길을 따라
주렁주렁 매달린 홍등이 불을 밝힌다.
목조가옥의 처마 밑에도
붉은 조명이 들어오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고성은 더욱 화려한 빛으로 물들어가고
좁은 골목길은
화려한 야경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리장고성은
낮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밤 풍경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라더니...
밤이 되자,
낮의 고풍스럽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휘황찬란한 조명과
근처 카페나 주점에서 흘러 나오는 듯 한
요란한 음악소리로 인해
낮과는 전혀 딴 세상에 온 듯 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고성 안의 곳곳으로 뻗어 있는 수로에도
화려한 불빛이 내려 앉았다.
옥룡설산의 만년설 녹은 물과
그 물 속에 머리를 살짝 담근 버드나무가
조명 불빛을 받아 운치를 더한다.
리장은 중국인들에게도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지만,
JTBC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되면서
이제는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영화나 화보 속에서나 볼 듯 한
금빛 세상이다.
화려한 야경에 한껏 들뜬 여행자들은
추억담기에 여념이 없다.
가게마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여행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본다.
리장고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전통양식의 목조가옥들이
무분별한 관광개발과 상업화로
호텔, 식당, 바, 카페, 특산품 상점 등으로 변모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무리 아름다운 여행지라도
일단 입부터 즐거워야...ㅎ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곳에 들어선다.
일명 '먹자 골목' 같은 곳이다.
중국이란 나라...
다리 달린 건 책상, 의자 빼고 다 먹고,
날개 달린 건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 듯이...
넓은 땅덩어리 만큼이나
길거리 음식도 참 다양하다.
너는 누구니??
해산물 같기도 하고...
하지만 비주얼만으로는
영~~ 내키지가 않는다ㅎㅎ
길거리 음식에 자유로워져야
진정한 여행자라는데...
나로서는 아직인가 보다ㅎㅎ
이틀동안 호도협 트레킹을 같이 했던 여행자들,
그리고 트레킹 도중에 만났던
중국인 여행자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고성 안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마치 라이브 카페 같은 분위기의
아담한 레스토랑이다.
메뉴판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ㅋㅋ
결국 메뉴 선택은 중국인 여행자들의 몫...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대로 헤어지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맥주 한 잔 하기 위해 극장식 클럽을 찾았다.
마치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자리를 안내해 주었던 종업원이
술 값으로 맥주 12병에
중국 돈 800위안을 부른다.
함께했던 중국인 여행자들이
비싸다며 흥정을 시작하고...
결국 12병에 350위안으로 합의...ㅋㅋ
처음 제시한 가격의 절반도 안된다.
흥정만 잘하면 종업원의 기분에 따라
100원도 되고 천원도 되는 듯...ㅋㅋㅋ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탁자마다 목침 같은 나무토막이 놓여 있다.
잠시 후,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오자
손님들이 나무토막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ㅋㅋ
해발 2400m의 고원지역에 자리한
산악도시, 리장고성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흘러간다.
리장고성의 밤 풍경을 두고
'밤이면 유흥가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시피...
이미 '돈 맛'을 알아버린 중국정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 곳 리장고성까지도
무분별한 개발과 상업화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남의 정부가 하는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상업화가
달갑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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