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만 하는 계절의 미련때문일까?
아니면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에 대한 시샘때문일까?
하룻밤 사이에 전혀 딴 세상이 되어 버렸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봄소식을 전하며 세상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던 꽃망울이
차디찬 눈더미를 머리에 무겁게 뒤집어 쓴 채,
잔뜩 움추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가고 오는 것이 세상의 순리요, 자연의 이치이거늘
겨울은 그 동안 머물던 자리를 봄에게 쉽사리 내어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한 겨울에도 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빅토리아에
오랜만에 새하얀 눈이 내렸다.
그것도 아주 눈 폭탄이...그냥...그냥...
작년 11월말에 첫눈이 내린 이후 이번 겨울들어 두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 눈이 될성 싶다.
아름답고 화려한 분홍빛 꽃 세상을 담으려던 사진은
보는 사람마저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새하얀 눈 세상이 되고야 말았다.
불과 1년전엔 겨울내내 봄 같이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었다.
2월달에 이미 벛꽃이 만발해 도시를 붉게 물들였고
겨울내내 눈구경은 커녕 지구 온난화를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추위가 유난히도 오래 가고 봄이 더디게 오는 듯하다.
▲ 4계절 잔디로 인해 한겨울에도 독야청청 푸른 빛을 자랑하던 공원마저도
폭설 앞에선 어쩔수 없이 자존심을 꺽고 새하얀 세상으로 변해 있다.
▲ 운동하는 사람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로 인해
인적이 끊이지 않던 공원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 공원의 벤치는 이미 눈속에 파묻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 사람들이 걸어다닐 인도 만큼은 어느새 깔끔하게 치워져 있다.
▲ 처마끝에서 녹아 내리기 시작한 눈은 이내 고드름으로 변해 있다.
▲ 자전거 주인들도 이 정도의 눈이 올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는지
자전거들이 눈 속에 파묻혀 있다.
▲ 이너하버에 정박중인 보트들 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
이너하버의 분위기를 더욱 운치있게 만든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행인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엠프레스 호텔의 정원수들
머리와 등뒤에 하얀 눈을 잔뜩 짊어지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세상만사 고민이란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듯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힘겨워 보인다.
▲ 환경을 생각해서 염화칼슘을 사용하지 않는 빅토리아의 제설 작업 차량
간만에 눈다운 눈을 만난 빅토리아 시민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 거리 곳곳에 눈사람을 만들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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