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속 마을 같은 엘 칼라파테

아르헨티나의 땅끝 마을이자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Ushuaia)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엘 깔라파떼(El Calafate)로 향한다.

엘 깔라파떼는 지구상 하얀 거인으로 불리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가기 위한 관문도시,

모레노 빙하를 보지 않고서는 파타고니아를 여행했다고 할 수 없다.

우수아이아나 깔라파떼 모두 같은 아르헨티나 땅이지만

특이한 지형상 칠레 땅을 통과해서 가야 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을 두번이나 넘어서

깔라파떼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경...

그야말로 16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셈이다.

▲ 엘 깔라파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칠레의 마젤란 해협

마젤란(Magellan) 해협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이어주는 해협으로

남미 대륙 끝과 우수아이아가 속한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섬 사이에 위치한다.

1914년 파나마 운하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운항하는 범선의 항로로 중요한 역활을 했었다.

▲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를 통째로 배에 싣고 마젤란 해협을 건넌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 관광의 거점도시로 알려져 있는 엘 깔라파떼는

통나무 집과 이끼로 뒤덮힌 듯한 언덕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어느 동화속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깔라파떼라는 이름은 파타고니아 지방에 많이 자라고 있는

깔라파떼라는 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키가 작고 억센 가시가 많은 깔라파떼 나무는

봄철에 노란 꽃을 피워 작은 열매를 맺는다.

검푸르게 익은 열매를 따서 잼이나 술,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맛은 시큼하면서도 달고 향기롭다.

깔라파떼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안데스 산맥과

빙하가 녹아 내린 에메랄드빛 호수, 푸른 빛을 뿜어 내고 있는 신비스런 빙하,

그리고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유빙들을

만나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 한국인이 운영하는 콘도형 호텔

겨울철엔 추운 날씨로 인해 관광객도 많지 않고

대부분의 업소들도 문을 닫기 때문에 거리가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숙소나 교통편을 잡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물가도 비수기에 비해 훨씬 비싸진다.

깔라파떼를 한번 맛본 사람들은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런 전설이 아니더라도 필자에게 이곳은

다시 한번 밟아 보고 싶은 땅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