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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South America)/2011 파타고니아

무더위마저 얼려 버리는 거대한 빙벽과 마주하다

by 호야(Ho) 2011. 6. 24.

           

          

          

전편에 이어 계속됩니다~

         

오랜 세월동안 녹지 않고 쌓이고 쌓인 하얀 눈이

수 만년의 시간이 흘러 빙하의 땅이 된 파타고니아,

        

에메랄드 빛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유빙들 사이를 비집고 유람선이 다닌다.

우리가 타고 있는 유람선은 이제 경로를 바꾸어 스페가시니(Spegazzini) 빙하로 향한다.

           

사실 이번 크루즈 빙하투어는 예정에 없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참 잘 했다는 생각이다.

         

우수아이아에서 만나 깔라파떼까지 같이 올라 왔던 H양이

크루즈 투어를 하고 싶다길래 나도 덩달아 신청했던 선택이었다.

          

처음 계획과 달라진 풍경을 마주하고

새 친구를 만나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은

자유여행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  다시 빙하에 접근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오자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선실을 빠져나와 뱃머리에 몰리기 시작한다.

        

오른편으로 펼쳐진 거대한 얼음산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이윽고 저만치 앞에 빙하가 눈 안에 들어온다.

조금이라도 먼저 보겠다고 목을 길게 빼고선

뱃머리에 서 있는 모습들이 영락없는 타조의 무리들이다.

            

           

          

          

 

        

▲  산 정상으로부터 이어지는 빙하의 대열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저 높은 산 위에 날로 쌓이고 쌓여가는 눈이 끊임없이 새로운 빙하를 만들어 내고

그 빙하가 먼저 생성된 빙하를 아래로 아래로 밀어 내면서

이런 경이로운 장관이 연출된다.

            

             

           

            

             

            

           

           

           

           

           

            

           

이번 크루즈 투어를 같이한 H양은

한국에서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1년 6개월째 자비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1년 6개월간 자원봉사를 하면 잠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는데

그 기회를 잡아 아르헨티나를 여행중이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다시 돌아가서

2년간의 봉사활동을 채운후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무려 2년동안이나 자비를 들여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난 그녀를 '날개 없는 천사'라 부르고 싶다.

그녀에게 마음으로부터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소신이나 줏대도 없이 단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를 반복하며

권력을 탐하고 양지만을 쫒아 다니는 이들보다는

          

그저 묵묵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며 살아 가는 사람들,

이들이 잘 되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  이제 우리가 탄 유람선은 스페가시니 빙하를 뒤로하고

뱃머리를 돌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유람선이 에메랄드 빛 호수 위를 가로질러 달리는 동안,

호수가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 하나하나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  한참을 달리고 달리던 유람선에서

페리토 모레노 빙하에 접근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순간 잠잠하던 선내가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관광객들은 추위도 아랑곳 않고 유람선 난간으로 몰리기 시작한다.

          

            

            

▲  유람선이 모레노 빙하에 시시각각 가까와 지면서

그 거대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마치 얼음 성벽이 유람선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  빙하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배의 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바로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유빙들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조그만해 보이지만

수면 위로 들어난 부분은 전체 크기의 10%밖에 안된다고 한다.

           

자칫하면 배가 좌초될 수도 있다.

초대형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비극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  유람선은 빙하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멈추어 선다.

빙하가 언제 어디서 무너져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하는건 위험할 수 있다.

        

난간에 늘어선 관광객들은 한동안 말을 잃은 채,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  또 한쪽에서는 이 순간의 감동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  오늘은 하늘이 흐려서 문제가 없지만

맑은 날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빛나는 빙하의 강한 반사광이

자칫 눈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  옆으로는 산위로 이어진 산책로와 빙하 전망대가 보인다.

            

            

             

           

           

             

              

             

             

            

            

           

▲  빙하 밑 부분에 뚫린 반원형의 동굴은

빙하 위쪽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 나오는 통로 역활을 한다.

          

           

            

         

          

            

▲  유람선은 빙하 앞에 멈춰선 후에도

관광객들이 선실내에 앉아서도 빙하를 구경할 수 있도록 좌우로 선회를 한다.

          

           

            

            

            

            

            

             

              

▲  이제 모레노 빙하를 뒤로하고 뱃머리를 돌려

아침에 출발했던 항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  유람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아침에 타고 왔던 여행사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투어비가 비싼 만큼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

아침에 숙소마다 일일이 찾아 다니며 픽업을 하고

투어가 끝난 후에도 관광객이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

          

계획에 없던 크루즈 투어를 통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드넓은 에메랄드빛 호수와

압도하는 듯한 스케일의 푸르스름한 빙하가 조화를 이룬,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스펙터클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