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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South America)/2011 파타고니아

슬픈 역사를 간직한 세상의 끝자락

by 호야(Ho) 2011. 7. 2.

          

▲  우수아이아(Ushuaia)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빼먹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그 곳은 유명 관광명소가 아니라

단지 세상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

         

'핀 델 문도', 바로 세상의 끝이라는

글귀가 적힌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 앞에서

세상의 끝에 왔다는 기록을 남기고 간다.

          

또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면

여권에다 도장도 찍어준다.

          

우수아이아에 왔다는 흔적,

그리고 세상의 끝에 왔다는 인증...

          

          

▲  아르헨티나 영토는 참 특이하게 생겼다.

        

마치 칠레에 의해 꼬리 중간이 잘려 나가서

두 동강이 난 듯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서

우수아이아에서 깔라파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나라 칠레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아이아 바로 밑에서 마치 강처럼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해협이 비글해협.

       

그리고 마젤란 해협 아래쪽으로

우수아이아가 속해 있는 전체 지역이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다.

'티에라 델 푸에고'는 '불의 땅'이라는 뜻이다.

       

1520년 마젤란이 이 지역을 지날때

원주민들이 횃불을 밝혀 자기네들끼리 신호를 주고 받았는데,

미지의 대지 위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본 마젤란이

이곳을 불의 땅이라 이름 지었다.

          

엄밀히 말해서 티에라 델 푸에고는

내륙이 아니라 섬이다.

그러니 내륙의 끝이라면 우수아이아가 아니라

마젤란 해협 위쪽 도시가 되어야 맞다.

        

하지만 모두들 우수아이아를 세상의 끝이라 부른다.

            

             

▲  길을 걷다가 세계 유명도시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를 만났다.

    

혹시나 하고 아무리 찾아봐도

한국이나 서울은 눈에 띄지 않는다.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막상 보이지 않으니 조금은 서운해진다.

           

            

           

             

            

▲  뒤뚱 뒤뚱 종종걸음으로

세상의 끝을 향해 걷고 있는 펭귄들,

센스있는 벽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  이 곳은 인간이 사는 대륙의 끝점인 동시에

남극으로 가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여름철인 12월부터 3월까지

남극으로 향하는 크루즈선이 이곳에서 출항한다.

      

저 수많은 배들 중에는

남극대륙으로 가는 크루즈선도 있을 것이다.

           

            

            

            

               

              

             

              

            

            

             

           

            

             

            

            

            

            

            

              

▲  비글(Beagle) 해협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마치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오직 대형 선박과 짠 바다 내음만이

이 곳이 바다임을 말해 준다.

        

비글 해협이라는 이름은

 진화론의 주창자인 찰스 다윈의 탐사선인

'비글호'에서 유래되었다.

             

              

             

             

             

            

             

             

            

            

              

            

             

              

            

            

             

▲  우수아이아 주변에서는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산들이

3000m급 이상의 고봉들이 아니라

고작해야 1000m 안팎.

          

낮은 봉우리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이 워낙에 추운 남단이라서

눈이 쉽게 녹지 않고 만년설과 빙하를 만들어 낸다.

         

             

▲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르티알(Martial) 빙하

        

마르티알 빙하는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깔라파떼에 가면 빙하는 지겹도록 볼 수 있어서

여기서는 패스했다.

            

            

            

            

             

▲  한잔 걸치고 잠자리를 잘 못 고른 듯한

아저씨의 모습이 익살스럽기 짝이 없다.

             

             

             

             

               

            

티에라 델 푸에고에는

원래 8천명에서 만명 가량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백인들이 이 땅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온

온갖 질병과 학살로 인해 멸종되었고,

          

순수 혈통을 가진 마지막 원주민이

20세기 중엽에 숨졌다.

          

현재 이곳에는 혼혈인만이 수십명 정도 남아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동유럽과 북유럽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의 후손들이다.

        

몇몇 탐욕스런 유럽인들이

이 땅에 발을 디딘지 채 몇 십년도 안 되어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오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문명의 이기 앞에 덧없이 스러져간 슬픈 운명이

서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