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아이아(Ushuaia)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빼먹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그 곳은 유명 관광명소가 아니라
단지 세상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
'핀 델 문도', 바로 세상의 끝이라는
글귀가 적힌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 앞에서
세상의 끝에 왔다는 기록을 남기고 간다.
또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면
여권에다 도장도 찍어준다.
우수아이아에 왔다는 흔적,
그리고 세상의 끝에 왔다는 인증...
▲ 아르헨티나 영토는 참 특이하게 생겼다.
마치 칠레에 의해 꼬리 중간이 잘려 나가서
두 동강이 난 듯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서
우수아이아에서 깔라파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나라 칠레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아이아 바로 밑에서 마치 강처럼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해협이 비글해협.
그리고 마젤란 해협 아래쪽으로
우수아이아가 속해 있는 전체 지역이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다.
'티에라 델 푸에고'는 '불의 땅'이라는 뜻이다.
1520년 마젤란이 이 지역을 지날때
원주민들이 횃불을 밝혀 자기네들끼리 신호를 주고 받았는데,
미지의 대지 위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본 마젤란이
이곳을 불의 땅이라 이름 지었다.
엄밀히 말해서 티에라 델 푸에고는
내륙이 아니라 섬이다.
그러니 내륙의 끝이라면 우수아이아가 아니라
마젤란 해협 위쪽 도시가 되어야 맞다.
하지만 모두들 우수아이아를 세상의 끝이라 부른다.
▲ 길을 걷다가 세계 유명도시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를 만났다.
혹시나 하고 아무리 찾아봐도
한국이나 서울은 눈에 띄지 않는다.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막상 보이지 않으니 조금은 서운해진다.
▲ 뒤뚱 뒤뚱 종종걸음으로
세상의 끝을 향해 걷고 있는 펭귄들,
센스있는 벽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 이 곳은 인간이 사는 대륙의 끝점인 동시에
남극으로 가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여름철인 12월부터 3월까지
남극으로 향하는 크루즈선이 이곳에서 출항한다.
저 수많은 배들 중에는
남극대륙으로 가는 크루즈선도 있을 것이다.
▲ 비글(Beagle) 해협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마치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오직 대형 선박과 짠 바다 내음만이
이 곳이 바다임을 말해 준다.
비글 해협이라는 이름은
진화론의 주창자인 찰스 다윈의 탐사선인
'비글호'에서 유래되었다.
▲ 우수아이아 주변에서는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산들이
3000m급 이상의 고봉들이 아니라
고작해야 1000m 안팎.
낮은 봉우리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이 워낙에 추운 남단이라서
눈이 쉽게 녹지 않고 만년설과 빙하를 만들어 낸다.
▲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르티알(Martial) 빙하
마르티알 빙하는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깔라파떼에 가면 빙하는 지겹도록 볼 수 있어서
여기서는 패스했다.
▲ 한잔 걸치고 잠자리를 잘 못 고른 듯한
아저씨의 모습이 익살스럽기 짝이 없다.
티에라 델 푸에고에는
원래 8천명에서 만명 가량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백인들이 이 땅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온
온갖 질병과 학살로 인해 멸종되었고,
순수 혈통을 가진 마지막 원주민이
20세기 중엽에 숨졌다.
현재 이곳에는 혼혈인만이 수십명 정도 남아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동유럽과 북유럽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의 후손들이다.
몇몇 탐욕스런 유럽인들이
이 땅에 발을 디딘지 채 몇 십년도 안 되어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오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문명의 이기 앞에 덧없이 스러져간 슬픈 운명이
서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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