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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레킹/2011 또레스 델 파이네

3박 4일간의 또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떠나다 [Patagonia]

by 호야(Ho) 2011. 7. 5.

         

          

남미 대륙의 최남단까지 뻗어 있는...

세계에서 8번째로 큰 나라,

아르헨티나...

          

면적은 우리 남한의 27배가 넘는다지만,

인구는 고작 4천만 명 정도...

        

그로 인해 한 때는 유럽 이민자들 사이에

꿈의 땅으로 통하기도 했던 곳이다.

           

넓은 대지 만큼이나

신비로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아르헨티나...

        

이제 그 땅을 떠난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칠레로 향한다.

         

세계의 곡창 지대 중 하나인

팜파스 대평원의 푸른 초원에서부터

      

만년설로 뒤덮인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

그리고

장엄하다 못해 경이로운 대자연이 살아 숨쉬는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까지

       

대자연의 전부를 느낄수 있었던 나라,

아르헨티나...

        

그 땅이 벌써 그립다.

          

          

         

이번 여행에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넘는게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토록 자유롭게 넘나들수 있는 국경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좋으련만...

        

어쩌다 한반도는 섬이 아닌 섬으로

고립되어 버린걸까?ㅠ.ㅠ

        

칠레에서 처음으로 향하는 도시는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

        

사실 도시라기 보다는

조그만 읍 정도의 규모다.

      

이 황량하고 시골 같은 동네에 온 이유는

오직 하나!!

       

이 곳이 또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트레킹을 위한 거점도시이기 때문이다.

         

           

▲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료 15000페소를 납부한다.

한화로 약 3만원 정도...

             

다시 버스에 올라 국립공원 깊숙히 들어가서

뻬오에(Pehoe) 호수에서 보트로 갈아탄다.

        

호수 위에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몰아 치는지

보트가 뒤집히지 않도록

여행자들의 배낭을 모아 앞 부분에 쌓아둔다.

          

            

▲  에메랄드 빛 호수 위를 달리는 동안,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나 군데 군데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들은

조각 작품을 연상케 한다.

           

             

            

           

           

▲  세찬 바람을 뚫고 달린 보트는

30분 후에 뻬오에(Pehoe) 산장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오늘 밤 이 곳에서 묵을 트레커들은

짐을 내려두고 빈 몸으로 올라 가지만,

       

난 어디서 묵을지 몰라

모든 짐을 짊어지고 오른다.

        

3박 4일 동안 먹을 식량을 모두 짊어지고 다닐려니

그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미리 산장을 예약하거나 텐트를 가지고 오지만,

     

난 산장도 예약 안하고

텐트 조차도 가지고 오질 않았다.

         

물론 비수기라 산장도 여유가 있을 것 같았지만,

무엇보다도 미리 짜여진 코스에 따라 이동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 사정에 따라 또는 경치에 따라

그렇게 구속도 속박도 없는

자유로움 속에 걷고 싶었다.

           

             

▲  오늘의 목적지는 그레이(Grey) 빙하.

      

이 곳에서 그레이 빙하까지는

편도 약 3시간 반 거리다.

               

그레이 빙하를 둘러 본 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이 곳으로 다시 내려오고,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은

그 근처 산장에서 머물거나 비박을 할 예정이다.

            

            

           

           

           

▲  얼마쯤 걷다 뒤를 돌아보니

조금전 보트를 타고 건넜던 뻬오에 호수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이 곳에서 보는 뻬오에 호수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보트에서 보았던 에메랄드 빛이 아니라,

여느 호수나 다를바 없는 푸른색이다.

             

            

           

            

             

▲  세찬 바람으로 인해 나뭇가지들이

온통 한쪽으로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참...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릴 것만 같은

바람을 만났다.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세찬 바람소리와

그로 인한 나뭇가지들의 비명소리 뿐...

         

이방인에게 텃새라도 부리는 듯 한 바람이

발목을 붙잡아

한발 한발 나아가기 조차 쉽지 않다.

        

파타고니아를 왜 '바람의 땅'이라 하는지

이제야 알 만하다.

            

           

           

            

           

▲  거센 바람으로 인해 쓰러진 나무들이

군데 군데 길을 막고 있다.

       

먼저 트레킹을 마치고

나탈레스로 돌아온 미국인 여행자가

      

자신은 체중이 100kg이 넘는데도

바람 때문에 휘청거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더니만...

        

그땐 가볍게 웃어 넘겼는데

농담이 아니었다ㅎㅎ

             

             

             

            

             

            

           

           

             

            

            

            

          

             

▲  저 단단한 바위 틈에서 조차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남은 나무가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그 강인한 생명력으로도

파타고니아의 바람 만큼은 이겨내질 못하겠는지...

바위 위에 거의 드러 눕다시피한 모습이다.

        

마치 지구의 중력과

힘겨루기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

           

           

             

           

            

▲  시원스레 펼쳐진 그레이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죽은 나무들의 잔해가

마치 동물들의 뼈 조각을 보는 듯하다.

         

바람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난 후,

희생된 전사자들의 잔해인 모양이다.

             

            

             

           

            

             

            

           

           

            

            

▲  빙하 녹은 계곡물이

굉음을 내며 흘러 내리고 있는 모습에

박력이 넘쳐 보인다.

           

           

            

           

           

            

          

           

▲  그레이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푸르스름한 유빙들이

먼 길 찾아온 이방인을 위해 마중을 나와 주었다.

          

           

             

            

             

▲  마침내 드넓게 펼쳐진 그레이 빙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와

쇠붙이라도 끌고 가는 듯한 무거운 다리...

         

이 모든게 눈 녹 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  그레이 빙하와 주변의 산 봉우리들,

그리고 호수가 만들어 내는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조급증이 몰려와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에는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