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가장 만나기 싫은 상황 중 하나가
어둠이 깔린 후에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일이다.
그 곳이 남미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칠레나 아르헨티나가 다른 남미 국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미에 속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가이드가 있다거나
숙소가 이미 예약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홀로 움직이는 여행자가
한 밤 중에 생면부지의 땅에 도착하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어둠 속에서 혼자 낯선 거리를 헤매면서
숙소를 찾아 다녀야 할때는
심장을 조여드는 듯한 두려움과
세상 속에 홀로 버려진 듯한 외로움으로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짧은 쾌감을 위해
이방인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싶지는 않다.
드넓은 남미대륙은
도시들간의 버스 이동시간이 기본은 10시간이다.
때문에 낮 버스는 보통 한 밤중이 되서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남미 여행 중 야간버스를 종종 이용한다.
이 번에도 야간버스를 이용해서
푸에르토 몬트를 떠나 13시간을 달린 후에야
이른 아침에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 길거리에는
일터로 향하는 산티아고 시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센트로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지만,
숙소에 일찍 도착해봐야
어차피 체크인도 안될테니
시내구경도 하고 시간도 보낼겸
겸사겸사 걸어서 이동한다.
▲ 산티아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도 깔끔하고
스페인의 영향 때문인지
건물들이 웅장하고 고풍스럽다.
▲ 위압적일 정도로
고풍스런 건물들이 가득한 누에바 요크 거리
누에바 요크(Nueva York)라는 이름은
영어로 하면 뉴욕이라는 뜻으로
마치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 고풍스런 스페인 식민시대풍 건물들 아래서
깔끔하게 차려입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 칠레 대통령이 머무는
모네다 궁전 앞 광장을 지키고 있는 기마병들
하지만 거의 관광객들의 사진 모델이 되고 있는 듯하다.
▲ 인공호수 너머로 보이는 모네다 궁전
피노체트 쿠데타 당시
아옌데 대통령이 끝까지 남아서 저항했던 곳이다.
▲ 모네다 궁전 뒤쪽에 있는 헌법 광장 주위로는
많은 정부 부처의 청사들이 몰려 있다.
▲ 산티아고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보행자 거리인 아우마다(Ahumada) 거리
백화점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거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걸음걸이에 리듬을 더해주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 여느 남미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산티아고 한복판에도 아르마스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 광장 곳곳에서는
행위 예술가들이 시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 거리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도 눈에 띈다.
▲ 이제는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고 있는 누렁이는
이미 친숙한 장면이 되어 버린 듯하다.
그러고 보면 어떤 주인을 만나고
어느 곳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개 팔자도 그야말로 복불복인 모양이다.
어떤 개는 한국인을 사랑한 죄로
그렇게 따르던 주인의 몸 보신감으로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개는 값비싼 비용을 마다않고
지극한 사랑을 쏟는 주인을 만나
호사 아닌 호사를 다 누리며
정말 상팔자가 되어 사는 개들도 있다.
▲ 공원 벤치에 앉아
다정함을 과시하고 있는 노년 커플들이
오히려 젊은 연인들 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 산티아고 시내를 누비고 있는 굴절 버스
칠레는 깔끔한 거리 만큼이나
그들의 공무원들이 청렴하기로 유명하다.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반부패지수가 세계 10위권이며
30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 한국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교통경찰이나 행정 공무원등이
아무리 소액일지라도 뇌물을 받았다가는 즉시 파면되고,
평생 지급받는 공무원 연금마저도 박탈당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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