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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South America)/2011 칠레

칠레의 시위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Chile]

by 호야(Ho) 2011. 8. 24.

            

              

                 

요즘 칠레에서는 공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칠레 대통령과 보수 우익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전 산티아고에서 일어난 교육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에

경찰이 강경진압으로 맞서면서 100여명이 다치고 850여명이 체포되었다.

            

이에 자극받은 산티아고 시민 1만여명이 거리로 뛰쳐 나와

학생시위에 동조하며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번 시위의 핵심요인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교육의 공공성 악화다.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교육에도 시장 논리를 도입하면서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끊어 버렸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되었고

그 결과 현재 칠레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1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칠레 대학생의 70%가 빈곤층이다.

            

                 

             

                

                

               

▲  내가 산티아고에 머물던 당시에도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거리 한편에서 한무리의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  이 당시만 해도 시위는 차분하고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현지 방송국에서 시위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  시위현장에서 벗어나 생선가게들과 해산물 전문식당이 모여있는

산티아고 중앙시장으로 향한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시장이다.

                 

                 

                

                

                     

              

                   

칠레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 중 또 다른 하나는 극심한 빈부격차다.

칠레 국민 중 소득순위 상위 20%의 소득은 거의 미국, 영국과 같은 수준이지만

소득순위 하위 60%의 소득은 아프리카의 앙골라 보다도 낮다.

               

실제로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놀랐던 점 중의 하나는

이들의 국민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높은 물가수준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맥도날드에서는 대부분의 햄버거 세트가 미화 8-9불선,

칠레의 맥도날드에서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음료로 구성된,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빅맥세트가 미화 6불 정도였다.

               

같은 맥도날드의 빅맥세트를 캐나다에서도 6불에 먹을 수 있다.

즉, 단순하게 햄버거 하나만을 놓고 비교한다면

칠레의 물가수준이 거의 캐나다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칠레의 1인당 국민소득이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고 캐나다의 1/4 수준이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칠레의 물가는 소득순위 상위 20%의 수준에 맞춰져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일반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지수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  거대한 수산물 수출국답게 해산물은 한국에 비해 훨씬 싼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활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  여행자 입장에서 볼때 칠레에서 가장 싼 물품은 과일과 와인이었다.

'저렴한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 이라는 칠레산 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스갯 소리로 칠레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하는 와인 한병이 생수보다 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건 싸고 싱싱한 과일이었다.

포도가 3kg에 미화 2달러 정도 하길래

멋모르고 3kg을 달라고 했더니 비닐 봉지가 넘치도록 가득 담아준다.

3kg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ㅋㅋ

              

               

                

▲  사진속에 보이는 가격표에 의하면

토마토가 2kg에 1달러 정도, 망고가 3kg에 2달러 정도 수준이다.

그야말로 과일과 와인 애호가들의 천국이 아닐까 싶다.

             

             

               

▲  산티아고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마포초(Mapocho) 강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확연하게 갈린다.

강이라고는 하지만 규모로 봐서는 작은 도랑정도...ㅋㅋ

하지만 이래뵈도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 내리고 있는 곳이다.

              

               

                

▲  마포초 강을 건너가니 길 한편으로 꽃가게들이 늘어 서 있다.

            

               

                  

                

                

               

▲  그리고는 현지인들의 재래시장도 나타난다.

공구상가 같은 가게들이 늘어 서 있다.

            

강을 건너고 나니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한 신시가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  재래시장 안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시민들

그다지 위생적이지는 않아 보여서 앉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  성단인지 아니면 무슨 사고지역인지 모르겠지만

꽃과 함께 사진 몇장이 걸려 있다.

그 옆에 늘어지게 자고 있는 개 한마리가 보인다.

                 

              

                  

▲  시장 한편에 서 있는 공중 전화

마치 어릴적 우리나라의 시골 장터를 구경하는 느낌이다.

               

             

               

              

이번 칠레의 시위사태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리 한국의 현재 상황이 칠레를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반값 등록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너무나 비싼 대학 등록금,

그로 인해 빚더미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젊은 청춘들...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빈부격차와 높은 물가, 그리고

소수의 가진 자에 맞춰져 있는 정부 정책...

            

이번 칠레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저 지구 반대편 먼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는 사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