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이자 외교관이다.
세상을 떠난지 수 십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칠레인들로부터 그토록 사랑을 받는 이유가
그가 단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의 민중시인이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저항시인으로서 걸어온 삶의 길목 길목마다
그가 남겼던 말과 글들이
곧 칠레의 역사 기록인 동시에
역사가 남긴 과거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살아생전에 세 채의 집을 남겼다.
하나는 산티아고 시내에,
다른 하나는 이슬라 네그라(Isla Negra)에,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산티아고 근교의 항구도시
발파라이소(Valparaiso)에 있다.
이제 잠시 산티아고를 떠나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발파라이소로 향한다.
발파라이소는
산티아고에서 버스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하며
200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칠레 제1의 항구도시이다.
달리는 동안
버스 바깥으로는 드넓은 포도농장과
황무지 같은 산들이 펼쳐진다.
저 곳에서 생산된 포도로 인해
칠레 와인은 이제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남미의 보르도'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 버스에서 내려서
터미널 근처의 공원으로 들어섰더니
수 많은 노인들이 모여서
체스를 두거나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영락없이 우리의 파고다 공원을 연상케 한다.
▲ 한편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도 대여해 주고 있다.
▲ 남미의 공원이나 거리 곳곳에서 목격되는
커플들의 열정적인 애정행위,
이제는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ㅋㅋ
▲ 발파라이소에서는
특이하게도 공원이나 거리 곳곳에서
저렇게 스케치북을 들고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다.
▲ 하늘을 이리 저리 가로지르는
전기줄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 발파라이소의 대표 명물은
아센소르(Acensor)라 불리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다.
만들어진지 100년도 더 된 아센소르는
높은 산이 이어진 발파라이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 아센소르는
60도 이상의 경사지에서
두 대의 도르레를 이용해서 승객을 실어 나른다.
하나의 도르레가 승객을 태우고 올라가면
반대쪽 도르레는 내려가고
다시 내려가면 반대쪽은 올라가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 바닷가 주변으로 나갔더니
항구 주변에 넓고 멋진 광장이 펼쳐진다.
소또마요르 광장(Plaza Sotomayor)
그리고 광장 한편에는
푸른 회색빛의 칠레 해군 총사령부 건물이
항구를 마주보고 서 있다.
▲ 광장의 중앙에는
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한 해군 영웅들을 기리는
이끼께 영웅 기념탑이 서 있다.
▲ 발파라이소의 대표적인 부두인
쁘랏 부두로 향한다.
▲ 아주 작은 어선에서부터
컨테이너 운반선 그리고 뒤쪽으로는 군함까지
수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 쁘랏 부두는
항구 주변의 정취와 바다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 관광객들을 태우고 주변 바닷가를 돌면서
구경시켜 주는 어선들도 대기하고 있다.
▲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기 전 19세기 초반까지
이 곳은 미국과 유럽을 오가던 배들의
중간 기착지 역활을 하며 전성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1914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면서
배들은 태평양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이상 남미의 남쪽 끝으로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발파라이소는 긴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칠레 정부는
1980년대 이 도시를 다시 살리고자,
국회의사당을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옮기면서까지 노력했지만,
발파라이소의 시계는
네루다가 묘사한 그 시절 그대로
여전히 멈춰 있는 듯하다.
▲ 발파라이소에는
허름한 전기버스들이 도심을 누비고 있다.
▲ 시민들에 의해 도시 재건운동이 발의된 후,
예술가들은 도시의 골목 구석구석에
벽화를 그려넣기 시작했고,
곳곳에 타일을 이용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 특히나 반가웠던 건
타일을 이용한 조형물 안에
우리의 태극기가 들어 있었다.
산티아고도 아니고
한국 교민들도 거의 없을 법한 이 곳에서
어떻게 태극기가 저 곳에 자리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수 많은 선박과 사람들이 드나들고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오는 항구에는
항구만이 가진 독특하고 아련한 정취가 있다.
특히나 오래되고 낡은 항구일수록
더 더욱 그러하다.
이 것이 발파라이소가 옛 시절의 향수와
사람 사는 속내를 느낄 수 있는 도시로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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