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저항시인 파블로 네루다.
사망한 지 38년이 지난 최근에
그의 사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칠레 공산당은
정부에 그의 부검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의 운전기사였던 사람이
최근에 제기한 주장에 따르면
당시 피노체트의 정보원이
그의 위장에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의 사인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피노체트의 쿠데타 당시,
최후까지 대통령궁을 지키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아옌데 대통령의 사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현재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또한 아옌데 대통령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1969년 칠레 공산당에 의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지만,
좌파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후보를 사퇴하고
아옌데 대통령의 당선을 도움으로써
선거에 의한 세계 최초의
합법적인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한다.
하지만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맞서
아옌데 대통령이 홀로 대통령궁을 사수하다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어 간다.
그리고 쿠데타가 일어난 지 12일만에
69세의 일기로 사망한다.
그의 초라한 시신운구 행렬은
기관총을 든 쿠데타 군의 감시를 받으며
공동묘지로 향하지만,
사람들은 쿠데타 군의 통행금지명령을 어기고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네루다'의 이름을 낮게 부르던 목소리는
이내 곧 함성으로 변하고,
수천 명이 흐느끼던 울음소리는
분노의 '인터내셔널가'로 울러 퍼지게 된다.
이것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에 맞선
칠레 최초의 항의 시위가 되었고
이로 인해 17년간의 기나긴 칠레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민주화를 바라는 칠레 국민들에게
'저항'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고,
피노체트가 물러날 때까지
거리 곳곳에는 공안당국의 눈을 피해
그를 기리는 낚서가 쓰여졌으며,
이제 그는 칠레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다.
▲ 발파라이소에서는 비록 하룻밤이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묵었다.
평소 나의 식사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실하지만
깔끔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에 흡족한 마음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얼마나 친절하고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지
일정만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쉬었다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물론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산티아고와 같은 대도시에서 느끼는
상업적 인간관계와는 분명 다르다.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순박하고 정이 깊다는 것을 느낀다.
▲ 숙소를 나와
먼저 현지인들의 재래시장을 찾았다.
역시나 항구도시답게
여기저기 해산물을 쌓아놓고
즉석에서 손질을 해서 판다.
시인 네루다는 그의 자서전에서
발파라이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파라이소는 골목도 많고
모퉁이도 많고 숨겨진 것도 많은 곳이다.
산동네에서는 가난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린다.
산동네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무엇을 못 먹고 무엇을 못 입는지 세상이 다 안다.
집집마다 내걸린 빨래와
끊임없이 늘어나는 맨발의 아이들은
벌집 같은 판자촌에서도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 거리 한편에는
거대한 쓰레기 통들이 자리하고 있다.
▲ 시내를 둘러 보다가
해산물 요리로 현지인들에게 명성이 높다는
레스토랑을 찾아 왔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이 곳은 칠로에 섬의 명물인 꾸란또 요리가
본토만큼이나 맛있고 저렴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마음 같아서는 기다려서라도 맛을 보고 싶지만,
오전 중에 옆 도시인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라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 가파른 언덕조차도 공터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선 집들로 빼곡하다.
▲ 산동네 가파란 언덕 골목 어귀에
'하늘을 향해 열린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초라하게 서 있다.
이 곳은 20여 명의 화가들이
골목 구석구석 담장과 건물 벽에
그림을 그려 넣은 길거리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 골목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의 위치를 안내한 표지판은
이미 색이 바래서
글씨조차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고
담장엔 어지러운 낙서와 벗겨진 페인트로 인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 유명화가들의 작품이라니까
한번 와 보기는 했지만
예술에 영~ 문외한인 나로서는
아무리 들어다 봐도 뭔지 모르겠다.
울긋불긋한 건 분명 그림일테고
그 뒤는 담벼락인데...
어떤 분은 손이 예술이라는데
왜 내 눈은 예술이 되지 못하는 걸까?
역시나 예술은 어려워~ㅎㅎ
▲ 거의 버려진 도시처럼 황폐화 된 발파라이소를
다시 살려보자는 시민중심의 재건운동으로 인해
밝고 화사한 색채를 입은 도시는
중견작가들이 참여한 벽화작업으로
동네 자체가 하나의 열린 미술관으로
재 탄생하게 되었다.
▲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무명화가들의
낙서 같은 그래피티가 더 흥미를 끈다.
10-20kg의 무거운 베낭을 짊어지고
험한 산 속을 몇 일씩 걷는 건 자신 있어도
실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30분만 서 있어도 다리가 아파오고
하품이 쩌~억 쩍 나오기 시작하니...
그나마 이 곳은 야외 미술관이라 좀 나은 편이다.
그냥 이렇게 타고난대로 살련다ㅋㅋ
▲ 좁은 골목과 하늘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계단,
누추한 담장에 칠해진 파스텔 톤 색채로 둘러싸인
닳고 닳은 돌바닥 길을 걸으며
이 곳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빈곤의 현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정부와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가난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그들의 노력이
헛된 수고가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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