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여행자들에게 한국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등은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오아시스 만큼이나
반가운 존재다.
이번에는 산티아고 시내에서
한인 교포들이 운영하는 옷가게와 식당,
슈퍼 등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둘러보러 나선다.
▲ 아가방...
거리 입구부터 낮익은 상호들이 나타난다.
이 곳은 마치 우리나라의 동대문처럼
의류상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작은 코리안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 한국음식점 '숙이네'
숙이네는 현지인들이나 한인 교포들로부터
맛과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좋은 곳이다.
다음 날 점심을 이곳에서 먹어보고 싶어서
다시 찾아 왔지만,
하필이면 그 날부터 4일간이 부활절 연휴라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쉽게도 연휴 마지막날 출국이라
음식을 맛 볼 기회가 없었다.
▲ 한인 슈퍼마켓 '아씨마켓'
김치에서부터 김밥, 떡등 왠만한 건 다 갖추고 있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김밥 두 줄에 우리 돈 5천원 정도...
이 곳에 들어갔을 당시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손님들이 현지인들이었으며
젊은 한국인 사장님과 현지인 종업원이 같이 일하고 있었다.
▲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을 상징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들도 갖추고 있다.
▲ 길을 걷던 중 만난 한글 간판
▲ 한인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벗어나니
울긋불긋한 거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거리엔 인적이 끊겨 적막감마저 감돈다.
▲ 어쩌면 거리에 이리도 사람이 없을까?
왠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범죄 없는 완벽한 이상사회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지만,
특히나 이 곳 남미에서는
호시탐탐 이방인을 노리는 검은 손들이 많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오늘처럼 한적한 길을 혼자 걷고 있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관광객 차림에 썬그라스까지 낀
두 명의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이들과 막 교차하는 순간,
등 뒤쪽과 머리 위로 뭔가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잽싸게 몸을 돌려보니,
한 명의 아주머니는 왠지 어색한 태도로
딴청을 부리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의 아주머니가 하늘을 가리키며
우~~하는 소리를 낸다.
즉, 이들이 하는 행동은
자신들이 나한테 뭔가를 뿌려놓고 나서는
새들이 머리 위를 날아가면서 배설물을 뿌린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리고는 그 중 한 아주머니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는 척하면서
닦아 주겠다고 다가온다.
이들의 수법을 미리 눈치채고 있던 나로서는
일단 그들과 거리를 둬야겠다 싶어서
계속 뒷걸음질을 치면서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보내며
그 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몇 걸음 오다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남자 한 명이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즉, 이들은 3인 1조로 다니면서
남자는 망을 보고 있고
여자들은 관광객들에게 뭔가를 뿌리고 나서는
도와주는 척하며 접근해서
관광객들의 소지품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이 같은 범죄수법은
현재 남미 전역에 퍼져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일단 그들에게서 최대한 떨어져야 한다.
만약 접근을 허용하게 되면
그들의 손재주와 수법을 당해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나도 저들에게 당하고
여행기분을 망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빨래를 하니
깨끗히 지워지기는 했지만,
왠지 찝찝한 기분은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 조금 더 걷다보니
알록달록한 벽화들로 가득한 거리가 나타난다.
가이드 북에 조차 소개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우연한 발견에 마냥 신이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역시나 여행의 묘미는 우연한 발견에 있는 듯하다.
▲ 예술가들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소박해 보이고,
그렇다고 낙서라고 보기엔
너무나 참신하고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 건물 밖 벽면이나 담장 뿐만 아니라,
인도의 보도블럭 위에도 빈 공간만 있으면
어김없이 벽화로 수 놓아져 있다.
이 많은 벽화들을 도대체 누가 다 그린 것일까?
거리에 사람들이 없는 걸 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그린 것 같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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