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그리웠다.
가을 단풍산행...
약 10여년 전 4월
우리 나라와는 계절이 반대인
파타고니아의 엘찰텐 트레킹 중,
우연히 만났던 4월 단풍에 홀딱 반해
그 후로 매년 가을만 되면
단풍과의 만남을 고대했지만...
한국에 들어와 살면서
가을철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직업 특성상
단풍철 산행은 엄두 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만들어 떠난
이 번 설악산 단풍산행...
과연 명불허전이다!!!
역시나 설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 30분에 출발하는
속초행 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향한다.
2시간을 넘게 달린 버스는
9시가 조금 못되어
오색 흘림골에 닿는다.
흘림골 입구는
단풍을 즐기려는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입구에서 사전예약 확인을 하고
2015년 낙석사고 이 후
7년만에 재개방된
흘림골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설악은 이미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탐방로 초입부터 등선대 전망대까지는
된비알이다.
가파른 오르막이 1.2km가량
계속해서 이어진다.
600미터 지점에서
여심폭포를 만난다.
생김새 하고는...ㅋㅋ
참으로 기이하다.
한때는 여심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
신혼부부들의 단골코스였다나 뭐라나...ㅋㅋ
화려하게 물든 단풍을 눈에 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산행객들로 인해
탐방로 곳곳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정체가 빚어진다.
등선대 삼거리에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만이다.
이 곳은 등선대 전망대와
주전골의 갈림길...
저 위에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정상이
등선대 전망대...
등선대 삼거리에서 가파른 돌길을
200미터 정도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를 향해 오르며
마치 게의 집게발을 연상시키는
집게바위를 만나고
그 뒤쪽으로는
끝청과 대청봉이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
설악의 비경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대청봉과 한계령, 서북능선이
눈 앞에 펼쳐지며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스런 절경을 그려낸다.
우후죽순처럼 곳곳에 솟아있는
뾰족뾰족한 암봉들...
이름하야 '만물상'이다.
그 암봉들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들이
가을 옷으로 갈아 입은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그림이고 절경이다.
왜 '만물상'이라 불리는지
알 듯하다.
언제까지나 머무르고 싶은 심정이지만...
비좁은 정상 위로
계속해서 밀려 올라오는 산객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상황...
다시 등선대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간다.
등선대 삼거리에서
용소삼거리를 향해 출발한다.
등선대에서 용소삼거리까지는
끝없는 내리막길...
오를때 보다야 물론 힘은 덜 들겠지만
잘못하다간
무릎이 아작날 수도 있겠다 싶다.
가벼운 산행이라 생각하고
무릎 보호대를 챙겨오지 않은게
후회되는 순간이다.
소중한 내 무릎 ㅋ
흘림골이란 이름은
숲이 짙고 계곡이 깊어
항상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 것 같아
붙여졌다고...
흘림골은 2015년 낙석사고가 발생해
그 동안 통제되었다가
안전시설을 보강해
7년만에 재개방 되었다.
일부 구간은 낙석사고 방지를 위해
철망으로 터널을 만들어 두었다.
등선폭포를 만난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길게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하얀 실타래가 하늘거리는 듯하다.
신선들이 하늘로 오르기 전
이 곳 등선폭포에서 몸을 씻고
등선대에 올랐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믿거나 말거나ㅋㅋ
웅장하고 박력있게 흘러 내리는
십이폭포.
열두 번 굽이쳐 흐르는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형형색색 물든 단풍과
신비스런 폭포,
기암괴석이 어울어진
설악의 황홀한 비경 앞에서
산객들의 감탄사가 연신 들러온다.
진경산수화 같은 설악의 비경 앞에서
어떤 설명이 필요하고
무슨 긴 말이 필요할까?
용소삼거리에서 흘림골이 끝나면
주전골로 이어진다.
주전골은
용소삼거리에서 오색약수까지
약 2.7km 구간이다.
주전골 코스는 흘림골에 비하면
거의 산책로 수준...
비교적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울긋불긋한 단풍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평탄한 코스다.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산적들이 승려로 가장해서
엽전을 위조하던 곳이라는 설도 있고
용소폭포 입구의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여서
주전골로 불린다는 설도 있다.
탐방로 양쪽으로는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계곡길을 따라 걷는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그림 같은 절경이 이어진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독주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정상부가 비좁다고 해서
독좌암으로 불리다가
현재는 독주암으로 불린다.
주전골 끝에는 오색약수가 있다.
약수를 맛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탐방객들이 보인다.
오색약수는 암반에서 솟아나는 약수로
철분이 함유되어 쌉싸래한 맛이 나는
독특함이 있다.
2015년 낙석사고 이후,
7년만에 재개방된 흘림골과
설악의 단풍 명소인 주전골...
비록 6.2km 남짓 되는 짧은 코스지만
대청봉 코스에 못지 않게
설악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산행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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