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산행/설악산

설악산 겨울산행 1일차 (한계령 ~ 대청봉 ~ 중청대피소)

by 호야(Ho) 2023. 2. 5.

한겨울 설악으로 간다.

         

3년전 설날 연휴에 걸었던

설악산 눈꽃산행...

      

그 때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또 다시 겨울산을 오른다.

       

산행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맛과 멋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걷는 겨울산행이야말로

최고의 산행으로 꼽는다.

         

더욱이 눈꽃이나 상고대와 함께라면

더없이 완벽한 산행이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새벽 6시 30분에 출발하는

속초행 시외버스 첫차를 타고

한계령으로 향한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한계령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든든하게 먹을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너무 일러

식당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

        

결국 유부우동 한그릇과

호떡 3개로 배를 채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한국인은 밥심인데...ㅠ.ㅠ

       

        

한계령 108계단을 올라서자마자

시작부터 아이젠을 사용해야 할만큼

눈이 두텁게 쌓여 있다.

      

설악루에서 다시 배낭을 내려놓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다.

        

              

오르면 오를수록

쌓인 눈은 점점 더 두꺼워지고...

         

아이젠과 스틱에 의존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 끝에 집중해서 오른다.

          

            

겨울산행의 참맛은 눈꽃산행이다.

        

눈이 내린지가 좀 지나서

눈꽃이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선물이 산객들을 반겨준다.

         

            

능선을 따라 하얗게 펼쳐지는 설경은

겨울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선물이다.

         

그런데 생뚱맞게도...ㅋㅋ

        

난 저런 멋진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어찌 어릴적 먹던

쑥버무리가 떠오른담? ㅋㅋ

        

          

한계령삼거리에 올라선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육포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귀때기청봉을 넘어

남교리로 이어지는 서북능선길은

결빙으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한계령삼거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변 풍광이 일품이지만,

        

오늘은 흐린 날씨로 인해 그닥...

       

         

        

         

한쌍의 새들이 마치 먹이를 달라는 듯,

쉬고 있는 산객들 주위를 맴돌며

떠나질 않는다.

         

아마도 산객들이 흘리거나

던져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듯...

       

아닌가?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고

시위라도 하는 중인가?

        

이거야 원...

의사소통이 되어야

저들의 의도를 파악할텐데ㅋㅋ

        

          

길이 어디야?

      

등산로가 눈 속에 파묻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았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겠다.

      

겨울산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모든 산이 그렇지만

특히나 겨울산행에서 자만은 금물!!

       

긴장이 풀리고

근거 없는 자만에 빠지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 발 한 발 발끝에 집중해서 걷는다.

         

           

        

         

한계령으로부터 3.5km 지점을 통과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반을 넘겼지만

대청봉까지는 아직도 4.8km가 남은 상황.

        

오를수록 깊어지는 눈에

산행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어차피 중청대피소 예약을 해 두었으니

그리 서두를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안전산행이 중요하니까.

         

         

         

           

갑자기 하늘이 잿빛으로 바뀌면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오후 늦게 눈 예보가 있긴 했지만

오전부터 내릴 줄은 몰랐는데...

       

하기사!!

변화무쌍한 고산의 날씨를

기상청인들 별 수 있겠나?ㅋㅋ

        

        

          

           

끝청봉에 올라선다.

           

서북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봉우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끝청봉도 한 조망하는데

오늘은 우려 낼대로 우려낸

진한 곰탕이다ㅠ.ㅠ

          

           

진한 곰탕 한사발 들이키고는

다시 대청봉을 향해 전진한다.

        

이제 500m만 더 가면

오늘밤 묵을 중청대피소다.

        

대청봉까지는 1.1km가 남았다.

        

         

드디어 중청대피소가 눈에 들어오고

뒤쪽으로는 구름에 휩싸인 대청봉이

우뚝 버티고 서있다.

        

          

중청대피소에 들어가

자리를 배정받아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몸으로 대청봉에 오른다.

         

그 사이 정상을 덮고있던 구름이 걷히고

사방으로 탁트인 조망을 보여준다.

           

         

         

         

겨울산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정상에는 얼굴을 할퀴는 듯한

칼바람이 휘몰아 치고 있지만,

         

그 차가운 바람이 오히려

청량하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이런 매력 때문에

겨울산은 한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온 사람은 없다 했던가?ㅎ

       

         

          

          

날씨가 추워서?

아님 오후시간이라서?

        

어쩐일인지 정상에 사람이 없다.

        

항상 정상석 앞에 대기줄이 길어서

인증샷 찍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아주 여유만만이다ㅎㅎ

        

북적대는 내일 새벽보다

오늘 오후에 올라오길 잘했다.

          

          

이제 다시 중청대피소로 내려가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오늘 저녁식사가 유독 기대되는 이유는...?

         

         

오늘 소원풀이 했다ㅎㅎ

        

그동안 김밥이나 발열식품으로

식사를 할 때마다

대피소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산객들이

너무 부러웠다는...ㅋ

        

오늘은 나도 저녁으로

삼겹살과 김치를 준비해왔다ㅎ

         

대피소에서 구워먹는 삼겹살...

맛을 논해서 무엇하랴ㅎㅎ

        

         

중청대피소에서 맞는 설악의 밤은

고요하기만 하다.

       

대피소에서는 저녁을 먹고나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내일의 새벽산행을 위해

일찌감치 침낭 속에 몸을 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