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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South America)/2010 볼리비아

바다 같은 티티카카 호수변의 도시, 코파카바나(Copacabana) [Bolivia]

by 호야(Ho) 2010. 8. 2.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코파카바나행 버스에 올라 탔다.

페루의 푸노에서 라파스로 올 때 한번 지나왔던 길이라 벌써 낮설지가 않다.

달리는 내내 차창밖의 아름다운 절경에 감히 눈을 뗄 수가 없다.

       

        

버스 승객들의 대부분이 여행자로 보인다.

모두들 달리는 동안에도 이색적인 들판 풍경과 만년설을 머리에 뒤집어 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한시간 반쯤 달린듯 하다.

시퍼런 티티카카 호수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 막는다.

여기서는 버스에서 내려서 건너편에 보이는 마을까지 배로 건너 가야 한다.

     

       

호숫가에는 버스를 실어 나를 목선들이 출렁이는 호숫물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리 보다 먼저 도착한 버스가 배에 실려 호수를 건너고 있다.

저 큰 배를 선장 한 분이 밀고 나간다.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도 그 뒤를 따라 시퍼런 티티카카 호수를 건넌다.

       

        

도대체 이곳이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간다.

총면적이 8300km2로서 제주도의 절반 크기라고 하니...

호수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바다의 파도 못지않게 호숫물이 심하게 출렁인다.

      

       

승객은 버스에서 내려서 1.5 볼리비아노를 내고 보트로 호수를 건넌 다음

건너편 마을에서 같은 버스에 올라탄다.

      

        

시러펀 호숫물이 어찌나 출렁이는지 조그만 보트가 곧 뒤집힐 것만 같다.

겁이나서 옆에 있는 손잡이를 꼭 붙잡고 앉아 있었는데

나와 마주보고 앉아 있는 서양 아가씨는 느긋하게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는게 아닌가?

쑥스러워 얼른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여유있는 척 해본다.

      

        

건너편 마을에 도착해보니 여기도 버스를 실어 나를 배들이 호숫가에서 대기하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에 떠 있는 태양의 섬에 강림했다는 잉카제국의 시조, 망꼬 까빡의 동상,

페루 푸노의 전망대 위에 서 있는 동상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위용있어 보인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티티카카 호수변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산등성이를 넘어 가는 듯 계속해서 오르고 또 올라간다.

      

       

위에 올라 내려다보니 눈이 시리도록 시퍼런 호숫물이 발아래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 뒤쪽으로 새하얀 만년설을 뒤집어 쓴 설산이 수줍은 새색시마냥

윗부분만 살포시 내밀고 있다.

     

       

달리는 내내 차창밖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모두들 달리는 버스안에서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퍼런 호수와 새하얀 설산을 동시에 내려다 볼수 있는 이곳에 숙소가 있다면

몇일 정도 쉬었다 가고 싶은 심정이다.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드디어 티티카카 호수변의 도시, 코파카바나에 입성했다. 

먼저 숙소를 찾아 대충 여장을 풀고 난 다음, 해가 떨어지기 전에 호숫가로 향했다.

        

        

호숫물 위에 떠 있는 많은 보트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조그마한 도시인 코파카바나의 중심거리는 상당히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보인다.

       

       

여행객들을 위한 기념품점과 여행사, 그리고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거리 곳곳에서는 이제 막 도착하는 여행자들과 떠나는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볼리비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당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는 코파카바나 대성당,

이제까지 페루나 볼리비아의 다른 대도시에서 보아 왔던 대성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방문자를 압도할 만큼 웅장한 규모로 우뚝 솟아 있는 다른 도시의 대성당과는 달리,

깔끔해 보이는 하얀 외벽과 마치 타일을 정교하게 붙여 만든 듯한 둥근 지붕은

웅장하다기 보다는 차라리 아기자기하고 수려해 보인다.

       

          

하얀색의 대성당 건물이 석양을 뒤집어 쓰자

오렌지 빛을 발하며 한층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성당 앞에 자리하고 있는 메인광장에는 한산하다 못해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오직 하얀 개 한마리만이 광장 구석구석을 순찰하는 중이다.

        

       

정원 안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선인장들이 우뚝 서 있다.

       

        

해가 질 시간에 맞춰 다시 호숫가로 나가 보았다.

붉은 불덩어리가 파란 호수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실제 모습은 이보다 훨씬 아름다웠는데 역시나 싸구려 똑딱이다 보니 차이가 많이 난다.

       

        

마치 거대한 호수가 조그마한 태양을 집어 삼켜 버린 듯 하다.

호수를 뒤덥고 있는 하늘은 불타오르는 듯 붉게 물들어 있다.

        

        

해가 진 후의 호수는 정적이 감돌고 오직 물새들만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다.

        

           

붉게 물었던 하늘과 시퍼렇던 호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