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812m의 티티카카(Titicaca) 호수.
사람이 살고 있는 호수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늘 위의 호수'라고 불리는 곳 중의 하나이다.
잉카의 창조 신화가 태동한 곳으로
잉카인들에게는 지금도 신성시 되고 있다.
제주도의 절반 크기인 호수 중앙 부근을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이 지나고 있다.
코파카바나(Copacabana)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서둘러서 호숫가로 나간다.
남미를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
바로 태양의 섬(Isla del sol)을 가기 위해서다.
호숫가에 나가 보니
많은 여행자들이 태양의 섬으로 가기 위해
보트에 오르고 있다.
8시 30분이 되자,
여행객들로 가득찬 보트가
코파카바나 항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보트는 1층 선실뿐 아니라,
지붕까지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여행자들로 가득찼다.
시퍼런 티티카카 호수의 전망을 보기 위해
지붕으로 올라갔는데
달리는 보트 위에서 맞는 호수 위의 찬바람이
여행자들을 꽁꽁 얼어 붙게 만든다.
모두들 가방 속에서
여분의 옷을 꺼내 껴입기 시작한다.
달리는 내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호수 주변의 절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모두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하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곳이
바다인지 호수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된다.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 뿐만 아니라,
시퍼런 물 색깔 마저도
우리가 바다 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
모두들 모자까지 꺼내서 뒤집어 쓰고
곳곳에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의 아름다운 절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호수 곳곳에 뾰쪽뾰쪽 날카롭게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절경은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는 듯한 풍경.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바위섬과
그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자세히 보니 두 그루 같기도 하고...
그리고 고산지대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숲이 우거진 섬.
그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전신주의 철탑이
부조화의 극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하다.
이미 섬 투어를 마치고
코파카바나로 돌아가고 있는 여행객도 보인다.
아마도 태양의 섬에서 숙박을 했던
여행자들인 모양이다.
만년설을 머리에 뒤집어 쓴 설산이
희미하게 호수 위를 내려다보고 있다.
상당히 운치있어 보이는 풍경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만들어진
계단식 밭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지나는 동안
태양의 섬 남쪽항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투어 코스는
먼저 보트로 북쪽항까지 가서
섬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트레킹을 한 후,
남쪽항에서 다시 보트를 타고
코파카바나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트레킹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북쪽항에서 바로 보트를 타고
남쪽항까지 돌아가면 된다.
코파카바나항을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난
10시 30분이 되자,
우리가 타고 왔던 보트가
드디어 태양의 섬 북쪽항에 도착한다.
태양의 섬을 거쳐온 여행자들이라면
한결같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서
여행자들로 북적거릴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과는 달리,
섬의 분위기는 한적하고 평화롭다.
한때는 남미 최고의 세력으로서
천하를 호령하던 잉카문명의 발상지.
잉카 제국의 시조인 망꼬 까빡이
티티카카 호수에 나타나 강림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
바로 태양의 섬이다.
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호수가 눈부신 속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다.
호숫가를 거닐다 보면
어느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보트를 이용해 생필품을 실어 나르는
원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노를 저어가며 호수 위로 나아가는
아빠를 배웅하는 아이의 맑은 눈망울이
마치 햇살에 반짝거리며
푸르고 투명한 티티카카 호수를
꼭 빼닮은 것만 같다.
하늘이나 호수만이 아닌,
태양의 섬 전체가 품고 있는 푸른 아름다움을
글로도 사진으로도
만족스럽게 표현해 낼 수 없다는 점이
단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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