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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레킹/2011 또레스 델 파이네

3박 4일간의 또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완주하다 [Patagonia]

by 호야(Ho) 2011. 7. 22.

           

         

짧은 시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급행으로 오고 갔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취해서

산 속에서 너무 오랜시간을 보낸 나머지,

        

세상에 어둠이 깔린 후에야

후레쉬 하나에 의지해서 겨우 산을 내려왔다.

        

한참을 헤맨 끝에

산장에 찾아 들어가 방을 찾으니

       

카운터 아주머니가

산장을 원하는지 호텔을 원하는지 묻는다.

         

이 곳 산장은 가격이 60불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호텔은 얼마나 하나 싶어

호텔 방 가격을 물어 보았다.

         

호텔은 하룻밤에 238불이란다.

      

몇 시간만 지나면 날이 밝을텐데...

238불씩이나 주고

호텔에 머물 필요가 없을 듯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산장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헐~~

이 아주머니 바로 말을 바꾼다.

산장은 빈 방이 없고 호텔만 있다는 것이다.

      

아니, 방금 전에 산장을 원하느냐

호텔을 원하느냐 물을땐 언제고

이제는 산장은 없고 호텔만 있다고...?

           

이 아주머니 얼굴을 봐도

뭔가 숨기는 듯 한 표정이 역력하다.

       

일단 밖으로 나왔다가

산장에 묵고 있는 여행자를 만났다.

      

이 여행자도 산장에 빈 방이 있을텐데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다.

       

옳거니...딱 걸렸다!!!

            

내가 예약도 없이

한 밤중에 들어와서 방을 찾으니

      

'이 밤 중에 자기가 어쩌겠어'하는

배짱이었나 보다.

      

그래서 비싼 호텔방에

머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다시 야영장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이전의 두 곳은

산장 바로 앞 마당이 야영장이었는데...

      

이 곳은 후레쉬 하나에 의지해서

아무리 돌아 다녀도 야영장을 찾을 수가 없다.

       

걷는 동안 후레쉬 불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야생동물들의 눈빛에

몇 번이나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야영장은 포기하고

다시 산장으로 돌아 왔다.

       

산장은 허허벌판에 지어졌는지

드넓은 잔디밭에는

산장 건물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속아 주는 척하고

호텔로 들어갈까 하다가도

 좀 괘씸한 생각이 든다.

         

주위를 돌아 보던 중

공사 중인 건물 한 동을 발견했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내부엔 아무도 없다.

그리고 건물 앞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다.

       

수도꼭지를 돌려보니

물이 콸콸 잘도 쏟아진다.

          

그래, 오늘도 이곳에서 비박이다.

야영장 대신 이 곳에서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침낭을 꺼냈다.

            

오늘밤은 하늘도 맑게 개어 있고

바람 조차 전혀 불지 않는다.

      

다만 비가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날씨가 상당히 쌀쌀할 뿐이다.

         

비상용으로 준비해 온 핫팩을 꺼내서

등에 두 개를 붙이고 배에 한 개를 붙였다.

그리곤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해 본다.

          

시간이 흐르고 잠이 막 들려는 순간,

뭔가 내 곁으로 뚜벅 뚜벅 걸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 후레쉬를 비춰 보니

말 세 마리가 내 잠자리 옆으로 뚜벅 뚜벅 지나가고 있다.

         

아니, 이 밤 중에

무슨 말들이 잠도 안자고 돌아 다니지?

       

잘못하다간 말에 밟혀 쥐포가 되겠다 싶어서

건물에 바짝 붙어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위에서 뭔가 부시럭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또 다시 벌떡 일어나 후레쉬를 비춰 보니

중간 크기의 개만한 동물이 날 노려보고 있다.

        

저건 또 뭘까?

          

이 곳 국립공원에 퓨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설마 퓨마는 아니겠지.

       

다행히 크기로 보아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옆에 있던 배낭을 들어 올려

집어 던지는 시늉을 하자 잽싸게 달아난다.

        

다시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웠으나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아~~

이건 순전히 경험부족이다.

       

기온이 상당히 쌀쌀해서 혹시 추울까봐

몸에 핫팩을 세 개나 붙이고 누웠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침낭 밖의 공기는 차가운데 반해

내부는 몸에 붙인 핫팩으로 인해 열이 나고 있으니

       

안과 밖의 기온차로 인해서

침낭에서 물방울이 줄줄 흘러 내린다.

       

마치 비닐하우스 내부에

물방울이 맺혀 흘러 내리듯이...

         

이미 침낭 내부는 촉촉히 젖은 상태다.

도저히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다.

       

호텔 건물을 둘러보다

여러 개의 건물 중

하나의 옆 문이 열려 있는걸 발견했다.

      

옆문으로 살짝 들어가

로비에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은 후에야

비로소 상황파악이 되었다.

         

이 곳 산장과 호텔은

목장 같은 드넓은 잔디밭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잔디밭에는

말을 방목해서 기르고 있었다.

          

그리고 산장 앞마당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돌아 다니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있다.

       

바로 조그마한 여우들이었다.

어젯밤 번쩍이는 눈을 가진 야생동물들은

여우였던 것이다.

           

인간이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이 대지의 주인이었던 야생 동물들,

       

포식자가 많지 않은 듯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  고생은 어제로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거칠기 짝이 없는

급경사의 돌길이 기다리고 있다.

       

운동 선수들의 하체 단련용으로나 쓰면

딱 좋을 코스다.

              

              

              

              

              

              

             

              

▲  오르막 길은 언제 만나도 힘들다.

발걸음을 떼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가까워 졌다 싶으면

어느새 멀어져 버리는 풍경들...

      

멀리서 보기에는 근방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꼬불 꼬불 이어진 길이 끝이 없다.

             

            

              

             

            

              

             

                 

▲  뒤를 돌아보니

올라 왔던 길들이 까마득해 보인다.

               

               

▲  숲을 빠져나와

이제는 오르막이 끝났나 싶었는데

      

또 다시 엄청난 자갈 언덕이

눈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다.

          

가파른 오르막 그리고 이어지는 험한 자갈길,

이젠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  옆으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발을 잘 못 디디기라도 하면

돌들이 아래쪽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한 발만 삐끗하면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뼈도 못추릴 판이다.

      

온 몸의 근육을 잔뜩 긴장시킨 채,

한 발 한 발 옮기고 있다.

              

              

             

            

             

▲  가운데 자갈 언덕을 오르고 있는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점처럼 보인다.

      

저 언덕만 넘으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

              

             

               

             

             

             

              

               

▲  재미있는 친구다.

         

저 바위가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이 버티고 있을테니 빨리 지나 가란다ㅋㅋ

        

가만히 서 있는 바위 옆구리 간지럽혔다가

그 밑에 깔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쩔러고 저러는지ㅋㅋ

             

              

▲  드디어 정상이 바로 눈 앞이다.

      

트레일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는 순간,

저절로 탄성이 튀어 나온다.

             

              

▲  표지판의 뒤쪽으로는

이 곳 국립공원의 대표 봉우리인 3개의 탑들과

빙하들, 그리고 에메랄드 빛 호수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3개의 탑들은 짙은 구름 속에

자신의 모습을 꼭꼭 감추고 있다.

             

              

              

             

               

▲  빙하가 녹아 내려

완벽한 에메랄드빛 호수를 이루고 있다.

       

빙하로 뒤덮힌 언덕에는

인간의 근접을 허용하지 않을 듯 한

위엄이 서려있다.

            

혹시나 구름이 걷힐까 싶어

 바위 틈에서 바람을 피해가며 기다려 본다.

         

강한 햇살 속에서도

온 몸에 와 닿는 바람이 무척이나 차갑다.

     

이제는 땀까지 식으니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추위가 몰려 온다.

              

             

               

               

             

▲  푸른 하늘과 또레스 삼형제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땅을 뚫고 솟아 오른 듯이 우뚝 서 있다.

        

'또레스 델 파이네'란 '파란 탑'을 의미한다.

      

저 봉우리들이 햇빛을 받을때

멀리서 보면 약간 푸르스름하게 보인다고 한다.

             

             

▲  완주한 기념으로

인증샷 한 컷 날려주고...

             

             

             

              

             

▲  구름들이 다시 몰려와서

봉우리들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하늘이 벗겨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하며

때론 눈발까지 날리기도 한다.

             

             

             

              

              

              

             

              

▲  이제 완주를 마치고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의기양양하게 하산을 시작한다.

            

             

               

              

                

▲  한없이 평화로와 보이는 이 곳에도

냉혹한 생존법칙은 존재한다.

        

콘돌 한 마리가

신선한 육회로 만찬을 즐기고 있다.

      

TV에서만 봤던 야생의 세계가

잡힐 듯 가깝게 펼쳐진다.

              

                 

             

이곳 국립공원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워낙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을지는

그야말로 미지수다.

         

때문에 이 곳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최고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

      

몇 일이고 산 속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때를 기다리곤 한다.

          

3박 4일 간의 짜여진 일정으로

이 곳을 찾은 나로서는

      

바람과 싸우면서 또 비 속에서도

걸어야만 했던 강행군이었다.

        

이제 뿌듯함과 보람,

그리고 성취감을 가슴에 안고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