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동안 산호초의 잔해들이 서로 부딪쳐서 깨지고 쌓여서 형성된
칸쿤의 하얀 모래사장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그 너머로 펼쳐지는 카리브해의 에메랄드 빛 물 색깔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하얀 샴페인 같은 파도는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이제 카리브해 최고의 해변과 레저가 있는 칸쿤을 떠나
미지의 땅, 쿠바로 향한다.
사실 쿠바에 '미지의 세계'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그들도 서서히 변하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쿠바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 여행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
아직도 일반 가정에서의 인터넷 사용이 불법이고,
한 나라 안에서 내국인과 외국인들을 위한 두 종류의 화폐가 통용되고 있으며,
마치 과거 어느 시점에선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거리 풍경들은
여전히 호기심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 들이기에 충분하다.
▲ 칸쿤 공항에 도착해서 멕시코 전통음식 따꼬와 닭다리로 점심을 해결한다.
칸쿤이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부'의 상징이 되었다더니만
공항 서비스를 봐서는 아직은 아닌 듯하다ㅋㅋ
음식이 가격만 비싸고 참 성의 없이 나온다.
▲ 쿠바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모든게 나의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나의 좌석 번호는 분명 13C...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C가 보이지 않는다.
A와 B는 알겠는데 가운데 저 요상하게 생긴 녀석은 도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분명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아닌 것이...
마치 'b'의 목을 비틀어 버린 듯한 모양이다.
쿠바가 미국을 싫어 하는 건 알았지만 치사하게 영어 알파벳에까지 보복을 할 줄이야.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저들은 러시아어인 듯하다.
아마도 구 소련에서 사용하던 비행기를 가져다가 좌석 번호조차도 고치지 않은 채,
아직까지도 그대로 운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을 할려는지 엔진이 목청을 높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헐~~ 이건 또 모야??
비행기 바닥에서 자욱한 연기가 솟아 오른다.
혹시 비행기에 불난 거 아니야??
▲ 비행기 안은 자욱한 연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태연한 모습을 봐서는 불이 난 건 아닌 모양이다.
승객들도 한동안은 두리번 대더니
이내 곧 카메라를 꺼내들고 이 웃지 못할 상황을 담기 시작한다.
▲ 비록 한 시간여의 짧은 비행이지만
비행내내 '이 비행기가 목적지까지 무사히 날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는다.
▲ 이윽고 쿠바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가 무사히 내려 앉자,
한쪽에서는 박수를 치며 환호성과 함께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 보면 비행기 상태에 대해 걱정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쿠바 공항에서는 수화물 분실이 유난히도 많다더니
어쩌면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비행기가 도착하자 트럭을 몰고 와서는
수화물 하나 하나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싣고 내린다.
트럭 안에서 트렁크 지퍼만 내리면 바로 사람의 손이 닿을텐데...
▲ 명색이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에 위치한 국제공항인데
마치 버스 터미널 만큼이나 아담하고 한산해 보인다.
▲ 공항 면세점의 풍경들
럼(Ron)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쿠바는 천국과도 같은 곳.
단돈 몇천원이면 사탕수수로 만든 질 좋은 럼을 병째로 즐길 수가 있다.
▲ 쿠바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는
뭐니 뭐니해도 세계 최고로 일컬어 지는 시가가 아닐까 싶다.
▲ 이미그레이션의 모습
쿠바 여행에 관해서 한가지 특이한 점!!!
196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 쿠바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서
미국인이 쿠바를 여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외국 여행자들의 쿠바 여행을 막기 위해
여권상에 쿠바에 입국한 흔적이 있으면 미국 입국을 거절시켜 버린다.
즉, 한마디로 쿠바를 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에 쿠바 정부는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찍으면 여행자들이 줄어들 것을 예상해서
여행자들의 여권상에는 쿠바를 여행했다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단지 여행자들은 비자 대신 여행자 카드를 사야 하고,
입출국시 여권 대신 여행자 카드에 입출국 도장을 받는다.
▲ 입국장 직원들은 여권과 여행자들의 얼굴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안경을 벗으라는 둥 뒤로 한걸음 물러 서라는 둥 까탈스롭게 하더니만,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서 즉석에서 얼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친절이 느껴진다.
▲ 공항 앞은 택시 몇대 서 있는 걸 빼고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돈다.
하기사 그도 그럴 것이,
쿠바 정부가 지금까지 52년간이나 자국민들의 해외 여행을 금지했다가
얼마 전에야 비로소 해외여행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했으니...
▲ 공항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시내로 향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한화로 약 3만원 가량...
▲ 공항을 빠저나와 아바나 시내로 향하는 택시 안.
쿠바에 온 것을 실감하게 하는 생소한 볼거리들이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기업광고는 없고 온통 정치적 선전문구로 가득한 간판들이 도로변을 점령하고 있다.
▲ 유리창 하나 없이 폐허가 된 듯한 건물 안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 드디어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한복판에 도착한다.
아바나의 중심에는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꼭 빼닮은 카피톨리오가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도중에 이방인의 눈에 비친 쿠바의 풍경은
말 그대로 몇십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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