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에게 신혼 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을 만큼
풍광이 아름다운 마날리를 떠나
이제는 오지 중의 오지라는 레(Leh)로 향한다.
이번에 마날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 이유는
레와 판공초를 찍고 델리로 내려가면서
어차피 다시 마날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
레(Leh)로 가는 육로는
1년 중 여름 한철에만 개통된다.
여름철 이외에는 눈과 얼음으로 인해
아예 도로가 폐쇄되어 고립되고야 만다.
게다가 1박2일 동안 깍아지른 듯한
절벽의 산길을 달려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새벽 2시에 마날리를 출발한 지프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산길을 줄기차게 오르더니...
날이 훤하게 밝은 새벽녘에야
길가에 멈춰선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온통 눈 천지다.
불과 몇 시간만에 파릇파릇하던 초록세상에서
새하얀 눈세상으로 변해 있으니...
모두들 쉽사리 적응이 안 되는 듯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들이다.
요즘은 중간 경유지에서 1박을 하지 않고
마날리에서 레까지 당일에 내달리는
일명 총알 지프들이 많다.
하지만 험한 산길에서 20시간 넘게 핸들을 잡아야 하는 운전자가
깜박 졸기라도 하는 날에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ㅋㅋ
다시 달리기 시작한 지프는
엉덩이가 좌석에 붙어 있을 시간조차 없을 만큼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절벽길을 달리더니...
커다란 바위산을 병풍삼아 늘어선
허름한 민가들 앞에 멈춰선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하지만 급격하게 높아진 고산지역에 적응이 안되는지...
아니면 심하게 요동치는 차로 인한 멀미 때문인지...
아침을 챙겨먹는 여행자가 거의 없다.
바위 아래 보이는 저 하얀 조형물의 정체는??
무슨 종교적 시설물 같기도 하고...
아마도 오토바이 여행자들인 듯...
휘발유 몇통을 사서 싣고 떠난다.
하기사, 도중에 연료가 바닥 나기라도 한다면 난감할테니...
라다크 지방의 트럭들은
참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다닌다.
아침을 먹고
양떼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길을 떠난다.
여름철에도 잡초 하나 살 수 없을 듯...
마날리에서 레까지 가는 육로는
평균 고도가 3000m를 넘고
해발 5000m를 넘는 고개도 두개나 넘어야 하는
험난하고 고달픈 여행길이다.
몇날 며칠을 달려왔는지...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이라도 하는걸까?
차로도 오르기 힘든 고산의 험한 산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커플이 있다.
한때는 나도 자전거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는데...
여건만 허락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여행 수단이다.
길 양쪽으로는 아직도 눈이 어른 키높이 만큼이나 쌓여있다.
이러니 여름철만 지나면 길이 폐쇄될 수 밖에...
생리현상 해결을 위해
넓은 공터를 찾아 차를 세운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온 사람이 또 있다.
하기사~ 여행자라면 몰라도
현지인들은 이미 고산에 적응되었을테니 별 문제가 아니겠지.
고도에 따라 차창밖 풍경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마치 몽골에 온 듯한 풍경을 만났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멈춰선다.
아마도 도중에 1박을 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텐트인 듯 싶다.
힘들게 하룻만에 마날리에서 레까지 내달리는 것보다는
이런 텐트에서 하룻밤을 묵어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듯.
이렇게 체력소모가 많은 여행지에서는
매콤한 한국식 음식이 최고의 보양식...
하지만 이런 고산의 사막 한가운데에
그런 음식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인도 음식으로 억지로 점심을 해결한다.
햇볕은 따갑게 내리쬐는데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다.
전형적인 고산의 날씨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산과 들판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한폭의 수채화다.
산 허리를 감고 굽이굽이 이어진 길 또한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낸다.
고산의 날씨는 참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불과 몇 분 전의 그 아름답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하얀 구름들이 몰려와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앞서 가던 트럭 한대가
고장이 났는지... 웅덩이에 빠졌는지...
길 한복판에 멈춰서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그 틈을 이용해서 모두들 자연 화장실을 찾아 흩어진다.
이곳에서 볼일을 보면
곧바로 얼음이 되어 뚝뚝 떨어질까?ㅋㅋ
한번 실험을 해보고 싶지만
이 찬 공기에 속살을 드러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한쪽으로는 까마득한 수백리 길 절벽이 있고,
그 절벽 밑을 하얀 구름이 가득 채우고 있다.
발을 내딛으면
마치 신선이 되어 구름 위를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ㅋㅋ
어느새 사방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구름 속에 갇혀 버렸다.
고산의 험한 고개를 넘는 일은
아찔함을 넘어서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두려움을 보상 받고도 남을 만하다.
길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눈이 위압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바깥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던 여행자들이
이제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새벽 2시에 마날리를 출발해서
밤 11시에 레(Leh)에 도착한다.
꼬박 21시간 동안 길 위에 있었던 셈이다.
장시간 동안의 험한 여정길에
모두들 지친 기색들이 역력하지만,
무사히 안전하게 도착한데 대해
박수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해발 3500m를 넘는 라다크 지방의 최대 도시, 레(Leh)...
그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먼길 마다않고 찾아온 이 이방인을 맞이해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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