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푸노에서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La Paz)에 입성했다.
한 나라의 수도로서는 해발 3800m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라파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파란 하늘은 팔을 뻗으면
근방이라도 손 끝에 닿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고,
남들보다 먼저 받는 햇살은
눈 앞이 어지러울 만큼 따갑게 느껴진다.
▲ 라파스의 센트로를 관통하는
마리스깔 산따 크로스 대로
볼리비아는
1825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된 이 후,
1981년까지 총 193번의 쿠데타가 일어났을 만큼
극도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어 온 나라이다.
즉, 평균적으로 10달에 한번꼴로
쿠데타가 일어나고 정부가 바뀐 셈이다.
그리고 165년 동안 16번이나 헌법을 제정했고
그 헌법을 6번이나 개정했다고 한다.
현재는 모랄레스 현 대통령의 사회주의 체제로
안정을 찾아 가고 있다.
이 육교를 이용해서
마리스깔 산따 크로스 대로를 건너면
라파스의 중심, 무리요 광장으로 이어지는
꼬메르시오 거리가 나타난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보행자 거리인
꼬메르시오 거리이다.
무리요 광장까지 이어지는 거리 양쪽에는
현대적인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 위에는 원주민 복장의 아낙네들이
가판을 벌려놓고 물건을 팔고 있다.
무리요 광장 한쪽에 자리잡은 대성당이다.
페루의 도시에서 보았던 대성당들 보다는
규모도 작고 화려함도 없지만,
도시 한복판에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는 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리요 광장은
과거에는 다른 남미 국가들처럼
아르마스 광장이라 불러졌는데,
나중에 이 광장에서 교수형을 당한
독립전쟁의 영웅, 무리요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수 많은 비들기들로 가득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비들기들을 피해서 다녀야 할 정도이다.
광장 한 가운데는
볼리비아 독립전쟁의 영웅인
빼드로 도밍고 무리요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무리요 광장 주변에는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대성당, 박물관 등
볼리비아의 주요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볼리비아의 국회의사당이다.
사회주의 국가 볼리비아에도
엄연히 국회는 존재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정부의 힘이 강해서
의회는 정부에 끌러 다닐 뿐이었으며,
의회의 역활은 정부가 주도한 입법을
토론하고 승인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하기사,
쿠데타가 그렇게 자주 일어나고
정권이 수시로 바뀌었으니
의회가 제 역활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볼리비아의 헌법상의 수도는
수크레(Sucre)이다.
그러나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주요 행정기관들이 모두 라파스에 옮겨와 있다.
실질적인 행정상의 수도는
라파스인 것이다.
과거 행정기관들을 수크레에서 라파스로 옮길 때
수크레에서는 행정기관 이전을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세종시와 같은 문제를
이 나라도 과거에 겪었던 것이다.
볼리비아의 대통령궁이다.
대통령궁은 19세기 복장을 한 위병들과
헌병들이 정문을 지키고 서 있다.
볼리비아는 남미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저 높은 산꼭대기 조차도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높은 곳에 자리한 도시에서도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달동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낮은 곳에 머물고
가난한 자들은 한뼘이라도 높은 곳에
자리잡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비만 오면 깎여 흘러내리는
흙더미 위에 지어진 주택들이
무척이나 아슬아슬해 보인다.
시내 구경을 하다 배가 고파서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스프와 메인요리로 이루어진 점심 세트메뉴가
12볼리비아노란다.
1불에 7볼리비아노가 넘으니
2불도 안되는 가격이다.
메인요리는 닭날개, 감자, 구은 바나나와
야채 샐러드로 이루어져 있다.
가난한 나라이다 보니 물가가 싸서
여행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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