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 백년 동안
황량한 소금사막 한 가운데서 꿋꿋하게 자라면서
꽃을 피우고 있는 선인장들.
그들의 놀랍도록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에
신비로움을 넘어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해발 약 4000m에 가까운 고원 사막지대.
낮이면 작렬하는 듯 한 태양볕에
뜨겁게 달구어지고,
밤이면 얼음 덩어리처럼 차갑게 식어 버리는
바위 덩어리 위에 뿌리를 내리고,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수 백년 동안 의연하게
생명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저들이
나약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만든다.
물고기섬 앞쪽에는
소금으로 만든 탁자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여행자들은 이 소금탁자 위에서
자신의 투어회사에서 준비해 준 점심을 먹는다.
소금만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데도
정말 단단하다.
다시 우리 일행이 탄 차량은
소금사막 한 가운데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물고기섬을 뒤로하고,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소금평원을 가로질러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지루할 정도로 한참을 달린 차량이
소금사막의 끝부분에 도착하자,
소금사막과 모래사막의 경계지점에는
소금과 흙이 섞여서 물컹물컹한 갯벌지대가 펼쳐진다.
갯벌지대를 지나니
이번에는 다시 모래와 자갈투성이의
황량한 사막지대가 전개된다.
우리 일행이 탄 차량은
다시 주위가 안 보일 정도로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기 시작한다.
모래와 자갈투성이의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허름한 가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늘 밤 우리가 숙박을 하게 될
산후안(San Juan)이라는 마을이란다.
여기도 역시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마을이라
겉에서 보기에는 영락없이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가 된 마을처럼 보인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겨우 건물 몇 채만 있을 뿐이다.
거리에는 인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삭막하기 짝이 없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사막 특유의 일교차로 인해
엄청난 추위가 엄습해 오기 시작한다.
낮 동안은 작렬하는 태양으로 인해
반팔차림이었던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옷을 껴입는다.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내리쬐는 낮과는 달리
사막의 밤은 지독하게 춥다.
더구나 여기는 해발 약 4000m에 가까운
고원의 사막지대이다.
가슴 속까지 파고 드는 추위와
따갑게 내리 쬐는 햇살로 인한 더위가
밤낮으로 교차된다.
그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여행자들은 여정내내 줄곧 감기와 동행하게 된다.
이렇게 사막의 기후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추위를 피해서 건물 출입문을 여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탄성이 절로 튀어 나온다.
바닥을 온통 새하얀 소금이 뒤덥고 있다.
복도나 룸 바닥까지도
온통 새하얀 소금으로 뒤덥혀 있다.
하루종일 소금사막 위를 걷고 달리다 왔는데도
건물 내부에서 밟는 소금은
왠지 더욱 이색적이고 신기하게 와 닿는다.
더구나 건물 벽조차도
온통 소금블럭으로 이루어져 있다.
콘크리트 블럭이 아닌
소금 블럭을 이용해 이 건물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집기를 제외한 건물 내부의 모든 시설이
온통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방에 있는 침대 조차도
오직 딱딱한 소금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 위를 시트와 이불이 덥고 있을 뿐이다.
식당에 있는 식탁과 의자 조차도
모두 소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숙소 내부는 겨우 잠만 잘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다.
방에는 난방시설조차도 전혀 없다.
오직 딱딱한 소금 침대 위에서
체온에 의지해 침낭 안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난 여행을 시작하면서
짐의 무게와 부피를 줄인다고
침낭 조차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런데 라파스에서 만난 서울대 재학생 모군이
침낭도 없이 우유니와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내가
무척이나 걱정된다면서
자기가 사용하던 침낭을 내게 주고 간다.
자신은 추운 아래지방에서
따뜻한 윗지방으로 올라가는 중이고
나는 반대로 페루에서 볼리비아를 거쳐
추운 아르헨티나로 내려가는 중이다.
게다가 역시 라파스에서 같은 호스텔에 묵었던 모양이
자신은 고산병을 극복하지 못해서
우유니는 포기할거라면서
모항공사 담요를 역시나 내게 주고 돌아간다.
두 사람의 고마운 기부가 없었더라면
우유니 사막에서의 이틀 밤이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ㅋㅋ
7시쯤 전등이 켜 지더니
10시쯤 되니 갑자기 건물 안이
온통 암흑천지로 변한다.
낮시간 동안 전기를
태양열에 의해 자체발전해 두었다가
밤에 사용하기 때문에
겨우 두,세시간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이후로는 화장실을 갈때 조차도
손전등에 의지해서 다녀야만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씻을 때조차도
옆에다 손전등을 켜두고 씻는다.
전기마저 끊겨서
일찍 잠이나 잘까 준비하고 있는데,
일본인 여행자 아쥬와 히로가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보라고 나를 이끈다.
두 사람을 따라 건물 밖으로 나서는 순간
또 한번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근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이
무수히 많은 별과 은하수가
캄캄한 사막 위의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세상의 모든 별들이
이 우유니 사막 위에 모인 듯하고
바로 내 머리 위를 뒤덥고 있는 은하수는
손만 뻗으면 잡힐 것만 같다.
나도 어렸을때는 시골에서 자라서
여름 밤의 아름다운 밤 하늘을
무척이나 많이 보면서 자랐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선명한 별과 은하수는
내 생애 처음 접하는 장관이다.
거의 4000m에 가까운
고원지대에서 접하는 밤 하늘은
내게 평생 잊지못할 선물을 선사해 준다.
나와 같이 한 팀이 되어
우유니 사막을 누비고 있는 여성 팀원들이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신혼여행 중인 벨기에 출신 신부가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가운데 무척이나 귀여운 히로와
영어와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쥬,
나머지 두 명의 남자 팀원들은 잠시 외출중이다.
우리 팀원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사막에서의 일출을 보고자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붉은 모래사막이
붉게 타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온 세상이 붉어 보인다.
역시나 똑딱이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다.
DSLR을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되는 순간이다.
우유니 사막의 밤하늘을 장식한
무수히 많은 별들과 은하수는
나에게 크나큰 선물을 선사해 주었다.
캐나다의 북극지방, 엘로우나이프에서 맞이했던
밤하늘의 춤추는 오로라와 함께
우유니 사막에서의 밤 하늘은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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