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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South America)/2010 페루

모래 사막의 오아시스, 와까치나 [Peru]

by 호야(Ho) 2010. 8. 26.

       

        

         

아레키파에서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하는 페루의 수도, 리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난 도중에 이까에서 내려 와까치나를 둘러보고 이까에서 1박을 한 다음,

다음날 리마로 올라갈 예정이다.

       

시간표상으로 새벽 3시에 이까에 도착한다던 버스는 4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그러나 버스는 버스 정류장에 승객을 내려주는게 아니라 길가에 내려주고 떠난다.

시내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따라 10분정도 걸으니 버스 정류장이 나타난다.

        

버스 정류장 안에는 새벽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지하에 있는 카페로 내려가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  이까의 중앙광장

         

날이 밝자, 시내로 나가서 숙소를 정한 다음 아침을 먹고 시내를 둘러 보았다.

조그마한 소도시라서 시내는 그다지 둘러 볼 만한 것이 없었다.

여기저기 시장을 기웃거리다가 와까치나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고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도심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 눈에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보이는 모래 언덕,

아니, 언덕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산등성이라고 해야 어울릴 듯하다.

          

         

언덕위를 달리고 있는 버기투어 차량이나 사람들이 개미만하게 보인다.

          

          

이까 시내에서 10분정도 달려서 도착한 와까치나,

그 곳에는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풍경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모래사막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연못, 오아시스이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역시나 여행사 직원들이 다가와 호객행위를 한다.

와까치나 사막에서 하는 버기투어는 두시간 동안 버기카를 타고

모래사막의 급경사 언덕을 빠른 속력으로 오르내리면서 스릴을 만끽하고

급경사의 모래언덕 위에서 샌드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호객꾼이 두시간 동안 하는 버기투어의 정상 가격은 40솔인데

프로모션을 위해 35솔에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난 밤차를 타고 올라와서 피곤해서 그런지 투어는 왠지 끌리지가 않았다.

그냥 주변 풍경이나 둘러보고 잠시 쉬다가 시내로 돌아가고 싶었다.

생각 좀 해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일단 빠져 나왔다.

          

           

          

          

           

주위에는 높은 모래언덕들이 연못을 둘러싸고 있고

연못가에는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연못 안에서는 여행객들이 노를 저으며 보트를 타고 있고

연못가의 한쪽 모래사장에서는 서양 여행자들이 수영복만 입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물이 흐르지 않고 항상 고여 있으니 깨끗할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이런 모래사막 한가운데 연못이 형성되었을까?

그리고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저 높은 모래언덕은 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참으로 자연의 힘이란 대단하다.

         

           

          

                        

           

          

        

           

           

          

             

            

                    

         

연못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흥미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저 높은 모래 언덕을 걸어서 오르고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

         

내가 '저 사람들 참 대단하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여행사 직원이 나를 충동질 한다.

'너도 할 수 있다. 별로 높지 않다. 저기 올라가면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버기투어도 안하고 그냥 잠깐 쉬다가 시내로 돌아갈려고 했는데...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고야 말았다.

         

         

모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은 모래속으로 푹푹 빠지고 신발 안으로는 모래가 가득 들어온다.

더 이상 신발이 무거워 걸을 수가 없다.

신발을 벗어 들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쯤 오르니 버기투어중인 차량이 멈춰서서 와까치나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어차피 모래 언덕을 오를려고 했더라면 처음부터 버기투어를 할껄...

이게 무슨 고생이람...

          

          

           

           

          

정상이 가까와지자, 저 멀리 이까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혹시 이러다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몇걸음 오르고 물 한 모금 마시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입만 벌리면 바람에 날린 모래가 입안으로 잔뜩 들어온다.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 내려서 겉옷까지 벗어 들었다.

        

한걸음 올라봐야 흘러내리는 모래로 인해 다시 제자리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오르고 또 올라도 그 자리만 맴도는 느낌이다.

           

        

뒤를 돌아 내려다보니 와까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붉은 모래사막뿐인 이 척박한 땅 한가운데에

어떻게 저런 오아시스가 형성되고 숲이 우거질 수 있었을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한참을 신비한 풍경에 빠져 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모래 언덕 정상에 올라섰다.

와까치나뿐만 아니라 이까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니 올라오는 동안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기분이다.

정상에는 먼저 올라온 여행자들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있다.

          

        

황량한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당히 거세다.

거기다가 땀이 식으니 더욱 쌀쌀하게 느껴진다.

한참을 처음보는 풍경에 빠져 있는 사이,

서서히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