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Leh)까지 올라온 여행자라면
꼭 둘러봐야 할 곳이 있다.
해발 42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염호...
바로 판공 초(Pangong Tso)다.
판공 초(판공 호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마지막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도와 중국령 티베트의 국경 지역에 자리한 판공 초는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는다.
레에서 지프나 버스를 대절해서
투어형식으로 가야한다.
우리 일행은 각자 따로따로 여행 온 여행자들이 모여 의기투합...
버스를 대절해서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판공 초로 향한다.
레(Leh) 시내를 벗어나 달리던 버스가
어느 한적한 길 위에 멈춰선다.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는 우리 일행에게
운전 기사가 이곳이 틱세 곰파라고 설명을 해준다.
오호라~~
센스 있는 운전 기사...ㅎㅎ
지나는 길 주변에 있는 틱세 곰파를 구경하라며
일부러 차를 세워준 것이다ㅎㅎ
깎아지른 듯 가파른 언덕 위에
요새처럼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거리를 거닐던 멋쟁이 스님도 만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 버스가
이번에는 어느 검문소 앞에 멈춰선다.
국경 지대인 판공초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인도 정부로부터 여행 허가증인 퍼밋을 발급 받아야 한다.
판공초로 향하는 길 곳곳에 위치한 검문소에서
퍼밋과 여권을 검사한다.
검문소 건너편 산 위에는
이름모를 곰파가 하얀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버스는 푸르름이 가득한 어느 마을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산악지역을 오르며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올라갈수록 귀는 멍멍해지고
가슴은 답답... 머리는 어질어질...
판공초 여행은 호수 자체도 아름답지만
호수로 가는 길 주변의 빼어난 풍경 또한 즐길거리다.
물론 가장 큰 훼방꾼인 고산증을 극복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ㅋㅋ
뒤를 돌아보니...
지그재그로 돌아서 올라왔던 길들이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다.
허름한 트럭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
마치 난민들을 보는 듯...ㅎ
오호라~ 도로 공사하러 가는 인부들이었구나^^
얼마나 올라왔는지...
이제는 주변이 온통 하얀 눈이고
산소는 더욱 희박해져 간다.
꾸불꾸불한 고갯길...
게다가 울퉁불퉁 다듬어 지지 않은 도로로 인해
차체 진동이 여간 심한게 아니다.
고산증에다 이제는 차 멀미까지...ㅠ.ㅠ
처음 출발할 당시의 설레임과 들뜬 기분은
이미 어디론가 실종되어 버리고...ㅋㅋ
졸다가 차창에 머리를 박고
깨기를 반복한 사이에...
해발 5360m의 창 라(Chang La)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자동차 도로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곳이다.
모든 차들이 고개 위에서 쉬어간다.
이 곳이 해발 5360m니까...
개인적으로는 내 일생에서 가장 높이 올라온 기록이다.
비록 자동차를 이용하긴 했지만ㅎㅎ
고개 위에는 수 많은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성황당을 보는 듯...
고산증에다 차멀미 그리고
극심한 추위까지 더해져...
비몽사몽 간에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또 다시 출발...
믿기 어려운 비현실적 풍경들이
수시로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드넓은 하얀 모래밭 너머로
파란 호수가 수줍은 듯 빠꼼히 고개를 내민다.
레를 출발해서...
그렇게 힘겨운 길을 달린지 5시간 만이다.
드디어 도착한 판공 초...
하늘보다도 더 새파란 호수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곳에 이런 호수가 있다니...
어떤 말도 필요 없다.
그저 멍하니 넋놓고 바라만 볼 뿐이다.
짠맛이 나는 소금호수이기 때문에
바다처럼 이곳에도 갈매기가 날아 다닌다.
이곳 고산지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현지인들처럼...
저 갈매기들도 히말라야 고산에서 살 수 있도록
수천년 동안 진화를 해 왔을 것이다.
판공 초의 초입인 루쿵(Lukung)에서 다시 차에 올라타고...
오늘밤 우리 일행이 묵을 천막 숙소가 있는
스팡믹(Spangmik)까지 7km를 더 들어간다.
그야말로 고원의 호반 드라이브...
감탄사만 연발한다ㅎㅎ
차창 밖의 그림 같은 풍경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해가 기울자...
바람이 장난 아니다ㅎㅎ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곳의 호숫가...
모든 고산지역이 그렇듯
이곳의 날씨도 순식간에 돌변한다.
저녁 식사는 티벳탄 노부부가 운영하는...
토굴 같은 천막 숙소에서 티벳식으로...
언제적 TV인지...ㅋㅋ
사람이 살기 힘들것 같은 극한의 환경...
하지만 그곳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낡고 허름한 주변환경과는 달리
정성스레 놓여진 음식이 입맛을 자극한다.
어둠이 깔리자...
추위까지 엄습해 온다.
세상은 6월의 여름날씨지만
이곳의 밤은 한겨울이다.
호숫가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고산의 밤하늘을 구경하려던 당초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툼한 겨울 잠바를 껴입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누워본다.
'아시아 (Asia) > 2012 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다크(Ladakh)를 떠나며 [India] (0) | 2015.08.18 |
---|---|
해발 40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판공 초 [India] (2) | 2015.06.27 |
티베트 불교의 원형이 잘 보존된 라다크(Ladakh) [India] (0) | 2015.02.05 |
척박한 생활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레(Leh) 주민들 [India] (0) | 2015.01.10 |
오지 중의 오지, 라다크 지방의 레(Leh) 가는 길 [India] (0) | 2014.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