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 초(Pangong Tso)는
인도 라다크 지방에서 중국령 티베트에 걸쳐서
무려 154km나 뻗어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이다.
해발 42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악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염분이 있어 짠맛이 나는 기수호다.
티베트어로 초(Tso)는 호수라는 뜻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호숫가로 나가본다.
어젯밤의 그 요란스럽던 바람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지...
아침의 판공 초는 고요하기만 하다.
호수 초입에서 7km가량 떨어진 스팡믹(Spangmik)에는
판공 초에서 하룻밤 묵기를 원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임시 천막 숙소가 기다리고 있다.
눈을 비비고 호숫가에 앉아 있자니...
세상을 환하게 밝혀 줄 태양이
호수 너머 산 위로 천천히 고개를 내민다.
호숫가를 산책하다 눈에 들어온 황무지 산...
산이랄까? 언덕이랄까?
암튼 산인지... 언덕인지...
또 다시 오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ㅋㅋ
오르는 길은 잡초 한 뿌리 없이
그저 돌멩이와 모래 뿐...
때문에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발 한번 잘 못 디뎠다가는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곳은 해발 4200m가 넘는 고산지역...
평지를 걷는 것조차 숨이 차는 곳이다.
몇 걸음 오르다 쉬기를 반복한다.
힘은 들어도 오르면 오를수록
호수 주변의 풍광들이 발 아래 시원스레 펼쳐진다.
마을의 전경도 한 눈에 들어오고...
신기하게도 마을 주변에는 녹초지가 제법 있는 듯...^^
오르고 나면
이런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자꾸만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은 게 아닐련지...
다시 마을로 내려와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이 곳도 바람이 많고 돌이 흔해서인지
제주처럼 돌담들이 참 많다.
양인지... 염소인지...
좁은 공간에 많이도 갇혀 있다.
이 황무지 같은 사막지역에서
저 많은 숫자를 먹일 풀이 충분할지 모르겠다^^
특히나 겨울철에는 무얼 먹이는지...ㅋ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포동포동 살이 오른 모습이다.
덥고 있는 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원주민 꼬마가 벽에 기대어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방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해발 4130m...
하지만 이 곳은 해발 4200m를 넘으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보다도 높은
험준한 산악지역에
이렇게 거대한 호수가 있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약간의 지리적 상식을 동원해 본다면...
옛날하고도 아주 머언~ 옛날...
그러니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현재의 히말라야 지역은 바다였던 곳이다.
하지만 그 후 인도 대륙과 아시아 대륙이 충돌하면서
지각이 솟구쳐 올라 히말라야 산악지역이 형성되었다.
판공 초는 그 당시 함께 솟아 오른 바닷물이
증발하지 않고 그대로 고여 호수를 이룬 곳이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물맛이 약간 짭조름하다.
고산지대답게 주변의 산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화성의 표면처럼
그저 흙과 돌로만 이루어진 황무지 민둥산이다.
고개를 돌리면
눈 덮인 하얀 설산들이 불쑥 다가와 늘어선다.
아침에는 잠잠하던 바람이
낮이 되니 다시 거세지기 시작한다.
고산지대의 호숫가 바람은
매서운 겨울바람보다 사납고 요란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 일대는 인도와 중국간에 영토분쟁이 있는 곳...
때문에 판공 초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는
인도 정부로부터 허가증을 발급 받아
검문소마다 제시해야 한다.
물론 분쟁 상대국 국민인 중국인은
판공 초 방문이 어렵다.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관객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
세 명의 천재 공학도가 성적과 취업만을 쫓는...
교육 현실에 맞서 펼치는 반란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린 영화...
판공 초는 바로 그 영화,
<세 얼간이>의 마지막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주변에 특별한 오염원이 없어서인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다.
호수의 물빛은 하늘보다도 푸르다.
이제는 다시 레(Leh)로 돌아 가야 할 시간...
어제 왔던 길을 따라 5시간 이상
험한 산길을 달려야 하는 고된 여정이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못할 일이다ㅋㅋ
차창 밖으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보인다.
여행에서 얻게 되는 감흥은
직접 여행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했듯이...
글과 사진만으로 그런 감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내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지가 또 하나 늘었다.
비록 거칠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라다크 지방이 바로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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