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라다크(Ladakh)...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제 레(Leh)를 떠나 다시 마날리로 돌아간다.
당초 계획은 레(Leh)에서 스리나가르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혹시나 너무 빠듯한 일정이 되어
자칫 찍고 다니는 식의 관광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스리나가르는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결정...
시간과 생각의 구속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여행이라 하지 않았던가?
새벽 1시에 레(Leh)를 출발한 지프 안에서
곯아떨어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고
지프는 어느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다.
고도가 높아지면
주변은 온통 새하얀 눈세상으로 바뀐다.
길은 하얀 설산들 사이를 뚫고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한참을 달리던 지프가 아침을 먹기 위해
허름한 휴게소 앞에 멈춰선다.
뭐... 휴게소라고 해봐야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천막이 전부...ㅎㅎ
신앙심이 깊은 라다크 사람들...
좁은 천막 한쪽에도 소박하나마 불단을 만들어 두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지프는 또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산의 허리춤을 깎아내어 만든 길이다보니
길 한편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자칫 삐끗해서 구르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뼈도 못추릴 판이다.
절벽 아래로는 우윳빛 계곡물이 굽이치고...
계곡 너머 거대한 설산 사이로는
빙하 녹은 물이 폭포를 이루어 쏟아져 내린다.
길은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걸쳐
산의 허리춤을 이리저리 휘감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일고 오금이 저려올 정도다.
때로는 오래전에 사고났던 차량이 녹이 잔뜩 슨 채로
절벽 아래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도 목격된다.
앞선 차들이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우리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운전기사 아저씨...
전방을 똑바로 주시하며 운전하고 있다.
뒷좌석에 앉아 혹시라도 운전기사 아저씨가
졸거나 한눈 팔지는 않은지 감시하는 중ㅋㅋ
곳곳에서 산사태 현장을 복구하고 있는 인부들도 보인다.
이제는 산 허리를 꼬불꼬불 돌고 돌아
고갯길을 하염없이 오르는 중...
뒤를 돌아보니 올라왔던 길들이
지그재그로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다.
길 아랫쪽으로 힘겹게 오르고 있는 차량들이 보인다.
그런데 헐~~ 저 자전거 여행자는...
내리막이라 낫겠지만
반대편으로 오를 때는 어찌 올랐는지...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ㅎ
오르막이 계속 될수록
푸르스름하던 주변 풍경도 새하얗게 바뀌고...
길가에 쌓여있는 눈의 두께는 점점 두꺼워진다.
고갯길 정상에 올라서자,
산아래 평지에 텐트를 쳐놓고
스케이트나 눈썰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도란 나라...
참 크기는 큰가 보다ㅎㅎ
한 나라 안에서도 아랫지방은 4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데
이곳에서는 스케이트를 타고 있으니...
참 신나 보인다ㅎㅎ
아마도 더운 아랫지방에서 피서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그 덕분에 도로는 아예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도로 옆으로 쌓여있는 눈의 높이가 위압적이다.
아마도 일년내내 녹지 않을 듯...
이러니 여름철만 지나면 도로가 폐쇄될 수 밖에...
아랫쪽 도로는 내려가는 차들과 올라오는 차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ㅎㅎ
이제부터는 고갯길을 내려가야 할 시간...
어휴~~ 저 길을 내려가다 자칫 삐끗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나저나 아까 그 자전거 여행자는 저 길을 어찌 올라왔단 말인가?
고개 정상까지 차에 싣고 올라오지는 않았을테고...
드디어 도착한 마날리...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왔다.
'인도의 스위스'라는 별명답게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울창한 숲속에 들어서니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가 그동안 폐속에 쌓였던 흙먼지를
말끔히 씻어내 주는 듯하다.
멋진 야크를 몰고 가는 아저씨...
아마도 관광객들을 위한 야크인 듯...
길거리 음식들도 보이고...
조그마한 도시라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인도의 농촌 풍경도 만나 볼 수 있다.
아마도 우리의 70년대 농촌풍경이 아닐련지...
그러고보니 이곳도 지붕이 납작한 돌로 덮여있다.
네팔에서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자주 봤던 가옥구조인데...
이곳도 히말라야 지역이라 바람이 거센 모양이다.
험난하고 고단했던 라다크 지방으로의 여정을
아무 탈없이 무사히 마무리하며 안도감이 밀려온다.
울창한 전나무 숲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현재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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