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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한라산

3년만에 다시 만난 한라산 백록담

by 호야(Ho) 2022. 7. 6.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이,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뭐...

'일상탈출'이랄까?

         

물론...

뛰어봤자 벼룩이고

도망을 간들 부처님 손바닥 안이 듯,

          

그래봤자...

탈출의 끝은

어느 산자락 정도 일테지만 말이다.

          

무에 그리도 벗어나고픈 게 많아

요란을 떠느냐고 질책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떠난 그 곳에 산이 있고

           

그 산을 에둘러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길 위에도

고단함은 널려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5시 30분 이른 새벽...

한라산 관음사지구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한다.

           

거의 2년만에 한라산을 다시 찾았다.

         

2년 전 여름 휴가 때

성판악으로 올랐으나...

         

도중에 호우경보를 만나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기에

아쉬움이 컷던 터이다.

            

           

한라산 어딜가나 만날 수 있는 조릿대가

초입부터 산객을 맞이해준다.

         

하지만 이제는 한라산의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반갑잖은 존재다.

           

           

계속되는 완만한 오르막 길을 따라

피톤치드 샤워를 즐기며 걷는다.

         

어느새 솟아오른 아침 햇살이

울창한 산림을 비집고 들어와

은은한 조명이 되어 준다.

            

          

어라?

여태껏 힘겹게 올라왔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내리막 길...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ㅋㅋ

        

정상을 향해 오르는 자에게

내리막 길은 반갑잖은 선물이다.

        

내려간 만큼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탐라계곡 목교를 지나고...

          

          

이럴 줄 알았다ㅋㅋ

         

족히 수십 개는 넘어 보이는 데크 계단이

앞 길을 막아선다.

           

잠시나마 편안한 길을 걸었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도대체 계단이 몇 개야!!

           

어디 한번 올라 올테면

올라와 보라는 태세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내 인생에 있어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다.

암~~ 그렇고 말고ㅋㅋ"

       

혼잣말로 중얼 거리며

오르고 또 오른다.

           

           

          

           

         

해발 1200미터...

1300미터...

해발 1400미터를 지나고...

          

          

해발 1500미터가 가까와 질 무렵

삼각봉 대피소를 만난다.

         

대피소 뒤 쪽으로는 삼각봉이

흡사 대피소를 지키는 호위병과 같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하절기 백록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곳 삼각봉 대피소를

13시 이전에 통과해야 한다.

       

역시나 새벽에 일찍부터 서둘렀더니

8시가 되기 전에 대피소를 통과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산객이 정상을 먼저 밟는다ㅋㅋ

             

           

삼각봉 대피소에서 부터

또 다시 줄곧 내리막 길의 연속이다.

        

등산길에 내리막을 만나면

당장 몸이야 편하겠지만...

       

내리막이 계속 될수록

마음은 불안해지기 마련...ㅎ

           

          

한동안 이어지는 내리막의 끝에는

용진각 현수교가 기다리고 있다.

          

현수교 뒤쪽으로는 

늠름하고 위엄있는 모습의 왕관릉이

시선을 끈다.

        

그러고 보니 한라산 관음사 코스에는

아마도 두 번의 내리막 길이 있는 듯.

        

하나는 탐라계곡 목교를 만나기 전까지고

다른 하나는 용진각 현수교까지다.

          

          

          

         

         

추억 속의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자리.

         

2007년 태풍 나리때 급류에 힙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현재는 그 터만 남아

응급환자 발생시

헬기 구조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듯.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탐방로 안내도 상에 빨간색 구간...

A등급으로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용진각 대피소부터는 조망이 트이며

주변 경관이 장관을 연출한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려져 있는

백록담 북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제주의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장구목 오름.

         

일반인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이고

국공의 사전 허락을 받고

겨울철 산악훈련 장소로 이용된다.

          

때론 일반 산객들이

기꺼이 벌금을 감수하면서 조차 오를 정도로

꿈의 코스라고 한다.

            

          

해발 1700미터를 지나서

해발 1800미터를 넘어서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에

두 다리에는 오히려 힘이 솟는 듯...

           

         

           

           

          

드디어 정상에 올라선다.

         

현재시간 9시.

탐방로 입구를 5시 30분에 통과했으니

정상까지 3시간 30분이 걸렸다.

           

          

3년만에 다시 만나는 백록담.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데...

조상님들께 감사해야겠다ㅎ

         

오늘은 완전 무장해제하고

산객들에게 자신의 속살까지 속속들이 내어준다.

           

           

이제는 하산할 시간.

       

지난 두 번의 한라산 산행 중

두 번 다 하산 중에 호우경보를 만나

비 속에 흠뻑 젖으며 하산을 했는데...ㅠ.ㅠ

        

3년 전에는 백록담에 올랐지만

30분 정도 모습을 보여주고는

곧 바로 비를 쏟아 붓기 시작했고...

        

2년 전에는 올라가는 도중에 호우경보를 만나서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과연 오늘은 어떨련지...ㅋ

아직까지는 날씨가 환상적인데...

            

            

어쩐 일일까?ㅋㅋ

오늘은 성판악 탐방로 입구까지 하산할 동안

화창한 하늘을 보여준다.

         

오히려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을 정도...

           

             

막걸리 한~잔~

산행의 마침표는 하산주로...

          

숙소에 들어가 배낭을 내려 놓고는

주변 식당에서 가볍게 제주 막걸리 한 잔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