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궂은 날씨로 인해
백록담을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으나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적당히 가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를 보여준다.
2022년 여름휴가 때 걸었던
한라산 둘레길 1~2구간에 이어
오늘은 7~9구간을 걷는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내린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사려니숲길 입출구가 위치해 있다.
7구간(사려니숲길) 10km
8구간(절물조릿대길) 3km
9구간(숫모르편백숲길) 6.6km
7구간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에서 시작해서
9구간 한라생태숲까지
도합 19.6km가 오늘 걸을 코스.
초입부터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
이방인을 반겨준다.
상쾌한 피톤치드가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제주의 숲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가
곧게 쭉쭉 뻗어 올라간 삼나무 숲이다.
키 큰 삼나무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무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돌담.
제주의 독특한 장묘문화다.
제주에서는 묘를 산이라 해서
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담을 산담이라 한다.
들불이 번지는 것을 막거나
동물들의 침입으로 부터
묘를 보호하기 위한 산담은
후손의 부를 나타냄과 동시에
망자의 권위를 상징한다.
도시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이 기분.
숲이 주는 선물이다.
신성한 숲이라는 의미의 사려니 숲길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신성한 기운을 온 몸으로 받는다.
4.5km 지점을 지난다.
역시 제주의 대표 숲길답게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시험림길 삼거리.
여기서 직진하면 6구간 시험림길로 이어진다.
야생 멧돼지나 들개를 조심하라는 경고문구.
볼 때마다 몸과 마음이 긴장된다.
다음번 트레킹할 때
우선 순위로 걷고 싶은 시험림길이다.
동호회 회원들이 강추한다는 코스다.
이 길은 봄철과 가을철 6개월 가량
산불조심기간으로 이용이 제한된다.
뱀이 자주 출현하는 곳?
돌틈 사이에 뱀이 살기에는
최고의 명당자리일 듯ㅋㅋ
물찻오름은 현재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오름이란 산봉우리를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
맑은 숲 공기를 들이키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
울창한 숲길을 걷는것 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정화되는 듯하다.
길가에 열매를 맺고 있는 천남성이 지천이다.
맹독을 지니고 있어
과거에는 사약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야사에 의하면 장희빈이
천남성으로 조제된 사약을 먹었다는데...
글쎄~~ 확인할 방법은 없다ㅎ
하지만 특수한 처리공정을 거치면
중풍과 담을 고치는 한약재로 사용된다.
둘레길 곳곳에 뱀이 많은가 보다.
뱀 주의하라는 경고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멧돼지, 들개, 뱀...
한없이 평화로운 둘레길이지만
신경쓰이는 야생동물들이 많다
어디 가면 꼭 저런 녀석 하나쯤 있다ㅋㅋ
5형제는 이미 기상했는데
한 녀석은 아직도 누워서 딩글딩굴ㅋㅋ
어느새 10km를 걸었다.
서귀포시 남조로 사려니숲길에서 시작해서
제주시 비자림로 사려니숲길에 닿는다.
9구간 사려니숲길과
8구간 절물조릿대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점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오히려 김밥보다 낫다는 개인적인 생각.
점심을 마치고
8구간 절물조릿대길을 따라 걷는다.
길에는 푹신푹신한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양옆으로는 조릿대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왜 조릿대길이라 이름 지어졌는지 알 듯하다.
반가운 분홍색 리본.
한라산 둘레길의 길잡이 역활을 해준다.
분홍색 리본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절물조릿대길은 3km로 비교적 짧은 코스다.
하지만 사려니숲 주차장을 지나기에
승용차를 이용해서 사려니 숲길을 찾는
일반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코스에 비해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너자,
길은 급격히 좁아진다.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3km의 8구간 절물조릿대길이 끝난다.
이곳에서 9구간 절물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숲길이 아닌 도로 갓길을 따라 걷는다.
8~9구간이 숲길로 연결되었으면 좋으련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한라산 둘레길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한라생태숲까지 이어지는 6.6km의 숲길이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올라간
삼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익살스럽고 유쾌한 표정의 장승들이
탐방로 옆으로 사열하 듯 늘어서서
탐방객들을 반긴다.
장생의 숲길 입구로 들어선다.
한라산 둘레길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은
장생의 숲길과 일부 겹치게 된다.
절물자연휴양림 내에는
여러가지 이름의 숲길이 조성되어
서로 얽혀 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트레커들을
간간히 마주치는 정도가 전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한적한 숲길이다.
오롯이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어제 비가 내린 탓에
삼나무들 사이의 질퍽거리는 숲길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걷는다.
한라산 둘레길이라 적힌 분홍색 리본대신
장생의 숲길이라 적힌
노란색 리본이 길을 인도해 준다.
이 길을 걷고나면 건강해져서
이름 그대로 정말 장생할 것만 같다ㅋㅋ
들리는 소리라고는 다양한 새소리와
바람소리 뿐...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숲의 향기를 만끽한다.
임도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장생의 숲길로,
우측으로 가면 숫모르편백숲길로 이어진다.
숫모르란 숯을 구웠던 곳이란 의미.
아마도 과거에 이곳에서
숯을 구었던 모양이다.
울창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들이키며 걷는다.
그동안 몸 속에 쌓였던 노폐물과 찌든 때가
한꺼번에 싹 씻겨 나가는 듯하다.
편백나무향 가득한 데크계단을 따라
셋개오리오름을 오른다.
개오리란 이름은 산의 모양이
개오리(가오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셋개오리오름 정상을 넘어서자
이번엔 내리막이 한동안 줄곧 이어진다.
반대방향으로 오르는 산객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편백나무가 삼나무보다는
좀 더 많은 피톤치드를 내뿜고
숲향기도 더 좋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줄기만 보고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잎을 보면 구분이 되지만...
절물자연휴양림과
한라생태숲의 분기점을 지난다.
이제부터는 절물자연휴양림을 떠나
한라생태숲 영역으로 들어선다.
드디어 한라생태숲 탐방안내소를 만난다.
이곳에서 19.6km를 걸었던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때는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즐거움을
최고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피톤치드 가득한 숲향기를 들이마시면서
울창한 숲길을 호젖하게 걷는 길이야말로
더없이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다.
'국내산행 > 한라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라산 관음사코스 우중산행 (58) | 2023.08.14 |
---|---|
한라산 둘레길을 걷다 (1구간 천아숲길 ~ 2구간 돌오름길) (42) | 2022.09.03 |
8월의 한라산, 그 녹음 속으로 (58) | 2022.08.18 |
3년만에 다시 만난 한라산 백록담 (42) | 2022.07.06 |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한 몸 만들기 산행 [한라산] (0) | 2019.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