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집과 직장이라는
한정된 영역 안에서
정해진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히 그 울타리 안에 갇히게 된다.
사고도 그 안에 머물게 되고
행동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상...
때론 집과 직장이 아닌
미지의 장소로 떠나
낯선 이들과 어울리므로써
선입관을 내려 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크게 뜨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산행은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이 아니라,
한라산의 속살을 들여다 보기 위해
둘레길을 따라 한라산 깊숙히 들어간다.
한라산 둘레길 1구간 천아숲길과
2구간 돌오름길을 걸을 생각이다.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40번 버스를 타고
한라산 둘레길에서 내려
천아수원지까지 걸어 들어간다.
1100도로변에서 천아수원지까지 2.2km,
1구간 천아숲길 8.7km,
2구간 돌오름길 8km...
총 거리 18.7km가 오늘의 목표!!
여기서 오른쪽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커다란 계곡을 만난다.
천아계곡이다.
사실 계곡이라고는 하지만
물 보다 돌이 많다.
이 곳을 건너서 반대편 숲길로 들어가야
천아숲길이 시작된다.
때문에 우천시에는
천아숲길 출입이 통제될 수 밖에 없다.
입구에는 멧돼지나 들개를 만났을 때
행동요령이 적혀있다.
얼마전 한라산에서
들개들이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
초반부터 사람 긴장하게 만드네ㅋ
천아숲길 초반에는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 길을 만난다.
"그래!!
차라리 매도 일찍 맞는게 낫지ㅋ"
이마와 등줄기에서는
땀방울이 줄줄 흘러 내린다.
하지만 10분 정도만 오르면
이후로는 완만한 오르막이 나타난다.
한라산 어디서나 가장 흔하게 보이는 건
제주조릿대...
무릎 크기에서부터
높게는 허리춤까지 자란 조릿대가
온 산을 뒤덮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레길 곳곳에
표고버섯 재배장이 산재해 있다.
표고버섯 운송용 임도를
둘레길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다.
500m마다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지나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어
현재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코스 곳곳에 눈에 잘 띄는
핑크색 리본을 촘촘하게 매달아 두었다.
'한라산 둘레길'이라 적힌
핑크색 리본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든든한 길잡이...^^
빽빽하고 울창한 삼나무 조림지를 만난다.
둘레길의 최고 매력은
바로 이런 숲 속에서의 산림욕이다.
상쾌한 피톤치드 듬뿍 들이키며
시원하게 쭉쭉 뻗어 올라간
아름드리 삼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하늘과 맞닿을 듯 치솟은 삼나무들 사이로
언듯 언듯 보이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
간간이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호젖하게 걷는 길...
한 마디로 표현해서
완벽하다.
어라?
생각없이 걷다보니 길이 막혀있다.
문에는 '문을 닫아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걸을수록 뭔가 이상하다.
첫째는 핑크색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불과 20분 전쯤에
단체산행객을 지나쳐 왔는데...
길 곳곳에 거미줄이 보인다.
아무리 부지런한 거미들이라도
그 사이에 다시 거미줄을 쳤을 리는
없을 터인데...
한라산 둘레길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이런!!!
길을 잘 못 들었단다.
되돌아 나오란다.
할 수 없지...쩝...
되돌아 나가는 수 밖에...
이런 젠장...ㅋ
이 곳 삼거리에서 좌회전 했어야 했는데...
분명 이정표와 출입금지 안내판이
버젖이 서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직진했다.
산에서 자만했다가는
무언가에 홀린 듯 길을 잃게 된다.
바위 밑 동굴의 정체는 뭘까?
비박하기 참 좋을 것 같은데ㅋㅋ
근데 어찌 좀 의시시하다.
뱀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ㅋ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표고버섯을 판매하고 있는
무인판매대도 보인다.
보림농장 삼거리에 도착한다.
보림농장 삼거리는
1구간 천아숲길의 끝이자,
2구간 돌오름길의 시작점이다.
보림농장도
예부터 표고버섯을 재배하던 농장이다.
이제부터는 한라산 둘레길 2코스
돌오름길을 걷는다.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거린사슴 입구까지 8km 구간이다.
너는 누구니?
생전 처음 보는 식물인데...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바로는
'으름난초'라고 한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캐서
현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여튼...
몸에 좋다는 소문만 나면
양잿물도 마실 기세로
씨를 말려 버리니...ㅎ
돌오름길 중간쯤에서 용바위를 만난다.
안내도상의 설명에 의하면
열하분출 흔적이라는데...
글쎄...ㅋㅋ
분명 한글이 맞긴한데
아무리 읽어봐도 이거 원...
도통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ㅋㅋ
지구과학 시간에 좀 집중했어야 했는데ㅋㅋ
돌담으로 둘러친 무덤이 보인다.
어디서 보니까
'산담무덤'이라 한다던데...
들불이 번지는 것을 막거나
짐승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이윽고 아침에 헤어졌던
1100도로를 다시 만난다.
돌오름길의 끝자락이다.
이로써 한라산 둘레길 1구간 천아숲길과
2구간 돌오름길을 완주하고
서귀포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다시 240번 버스를 타고
제주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간다.
한라산의 속살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한라산 둘레길...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칠고 투박했던 마음에
어느새 평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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