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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지리산

지리산 천왕봉에서 맞이한 새해 첫 일출

by 호야(Ho) 2023. 1. 15.

 

2023년 계묘년
새해 첫 일출을 보고자
지리산 천왕봉으로 향한다.

1월1일 새벽 3시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 뿐만 아니라,

경찰들과 산악구조 대원들까지 나와서

산객들의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동절기 입산 시간이

새벽 4시라는건 잘 알지만...

           

새해 첫날 일출 산행하는

산객들을 위해서

조금은 융통성 있게

입산 시간을 조절할 줄 알았는데...ㅠ.ㅠ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객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국공 직원들에게 항의도 해 보고

사정도 해 보지만

씨알도 안먹힌다ㅋㅋ

           

이태원 참사 여파로

안전사고에 대비한 조치라나 뭐라나...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우르르 올라가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한라산에서는 새해 첫날에 한해

야간산행을 허용한다는

뉴스도 들었는데...

           

            

기어코 4시가 다 되어서야

게이트 문이 열리고...

             

일렬로 늘어서서 이동하는 오리떼 마냥

줄지어 산길을 오르는

랜턴 불빛들의 행렬이 장관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반 쯤...

로타리 대피소를 만난다.

        

이정표를 보니

제법 많은 거리를 걸었다.

      

중산리 탐방안내소로부터

걸어온 길이 3.3km...

         

하지만 천왕봉까지는

아직도 2.1km가 남았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에너지를 보충하고

배낭과 장비를 재정비한다.

       

대피소 직원들이 마당에 나와

위쪽으로는 길이 많이 미끄러우니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당부한다.

           

어찌보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산행일수도...

          

        

영하의 한겨울 날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고 있지만...

        

등에서는 땀방울이 줄줄 흘러 내리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른다.

       

겨울산행의 장점 중 하나라면

쌓인 눈이 다져져서

계단이 실종되었다는 것!!

        

           

겹겹이 이어진 산 능선들 너머로

붉은 여명이 어둠을 몰아낸다.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3시쯤 입산을 허용했더라면

좀 여유있는 산행이 되었을텐데...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

오르고 또 오른다.

       

수북히 쌓인 하얀 눈길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는 이 길이

         

삶을 위해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

어쩌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7시경...

천왕봉에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이다.

         

           

첩첩이 포개진 산봉우리들 사이로

얕게 깔린 운해가

춤을 추듯 일렁인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일출을 보고자

천왕봉에 오른 산객들로

      

정상부근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고 서서

해가 떠오를 동쪽 하늘을 주시한다.

       

        

일출 예정시간이 가까와지면서...

         

까만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능선들 뒤쪽으로

붉은 여명의 기운이 번진다.

       

          

지평선 넘어로

붉은 불덩어리가 꿈틀댄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2023년 첫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추위도 잊은 채

한동안 넋놓고 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주시한다.

        

이 순간만을 고대하던 산객들은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서로 덕담을 건넨다.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데...

       

조상님들의 덕이 컸던지

오늘 제대로된 일출을 만난다.

       

조상님~

감사합니다ㅋㅋ

         

       

매일 같이 보는 태양이지만

아침에 솟아오르는 해는

역동적이고 희망적이다.

      

특히나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며

사람들은 소원을 빌거나

한 해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천왕봉의 정기를 받고

붉은 태양의 양기를 품어

       

2023 계묘년 새해에는

만사형통을 빌어본다.

         

           

멋진 새해 일출을 만나서 그런지

산객들의 표정이

떠오르는 태양만큼이나 밝다.

      

       

정상석 주변은

인증샷을 남기려는 산객들로 인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선수교체 타이밍에 맞춰

멀리서 담은 정상석 사진으로

인증샷 대체...

         

           

천왕봉에서 내려와

장터목 대피소로 향하는 길...

         

쌓인 눈이 다져져서

돌계단이나 너덜길 보다

오히려 걷기에 수월하다.

          

           

         

         

장터목 대피소에 들어선다.

        

원래 마음은 장터목 대피소에서

12월 31일 밤을 보내고,

       

1박 2일로 좀 여유있게

새해 일출 산행을 하려 했으나,

        

예약을 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무박 당일산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피소에 들어가

발열도시락과 햇반으로

늦은 아침을 먹는다.

         

뭐니뭐니해도 밥심이다.

든든하게 먹어줘야

하산길도 즐길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중산리까지는 5.3km...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지만

눈길이라 결코 만만치 않은 하산길이다.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요,

가장 비싼 산은 부동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산은 하산..."

        

엄홍길 대장의 말을 되새기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눈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걷는다.

       

       

         

         

통천길이라 적힌 문을 통과한다.

       

중산리 - 천왕봉 코스에서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지점이다.

        

이후로는 아스팔트가 깔린

차도를 따라 걷게 된다.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하산을 시작한지

2시간 20분만이다.

         

비록 무박당일 일정으로

조급하게 오른면이 있었지만,

        

모처럼 맑은 날씨 덕에

또렷하고 생생한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