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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지리산

지리산 화대종주 47km (종주 2일차, 세석 대피소~천왕봉~대원사)

by 호야(Ho) 2023. 10. 19.

지난 3~4년간을 돌이켜보면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정한 패턴으로 장거리 산행을 해 온 듯하다.

          

여름휴가철에는 제주도 한라산으로

구정명절이나 겨울철에는 설악산으로

그리고 추석연휴에는 지리산으로...

         

물론 구정명절이나 추석명절에는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종주 2일차.

세석 대피소의 이른 새벽.

           

웅성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아뿔싸~ 늦잠을 잤다ㅋㅋ

             

어젯밤 생각으로는

2시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3시쯤 장터목 대피소로 출발해서

대청봉에 올라 일출을 보려 했는데...ㅠ.ㅠ

          

그런데 헐~~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옳거니...

오히려 잘 되었다ㅋㅋ

       

어차피 일출을 못 볼거라면

잠이라도 더 자는게ㅋㅋ

          

아침을 챙겨먹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려 보지만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우비를 걸치고

장터목 대피소를 향해 출발한다.

         

             

높은 경사도의 큰 돌길을 따라

700미터 가량 걸으니

촛대봉에 올라선다.

         

우비를 입고 헤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을려니

덥기도 하고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지리능선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연하선경을 걷는다.

        

동이 완전히 트지는 않았지만

어슴푸레나마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어

그나마 행운이다.

          

         

연하봉에 올라서니 날이 완전히 밝아온다.

머리에 쓰고 있던 헤드랜턴을 벗어

배낭 안에 집어넣는다. 

        

          

연하봉에서 내려다 보는

지리능선의 풍광은

비록 곰탕이지만 희미하게나마

장쾌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물웅덩이와

질퍽거리는 흙탕 길을 피해 걷느라

체력소모가 여간 많은게 아니다.

         

            

장터목 대피소에 가까와지자,

돌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오늘 천왕봉 오르는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겠는 걸?ㅎㅎ

         

         

장터목 대피소의 마당에서 내려다 보는

지리산의 산그리메도 한 풍경하는데

오늘은 영...ㅋㅋ

         

         

장터목 대피소에 들어선다.

          

세석 대피소를 나선지

대략 1시간 30분만이다.

        

장터목 대피소는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산객들이 항상 붐비는 관계로

설악산 중청대피소와 마찬가지로

예약이 쉽지 않은 곳이다.

        

          

장터목 대피소에 들러

간단히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제석봉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의 돌 계단길도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선다.

        

          

제석봉에 올라서니

메마른 고사목과 초록의 구상나무,

그리고 울긋불긋 물든 잡초들의 조화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통과한다.

         

이 곳을 지나면 천왕봉까지

또 다시 가파른 돌 계단길이 이어진다.

        

          

천왕봉이 가까와지자

등 뒤쪽으로는...

      

어제 걸었던

장쾌한 지리산의 주능선이

병풍처럼 길게 펼쳐져

장엄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장엄하다 못해

대자연에 압도당하는 이 기분...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나를 낮추게 된다.

        

         

        

        

지리산 자락을 휘감은 구름이

춤을 춘다.

       

마치 드러누운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는 형국이다.

         

        

드디어 천왕봉에 올라선다.

         

지난 1월 1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중산리로 올라온 후

딱 9개월만이다.

          

             

천왕봉 정상에 올라서자,

비바람이 장난 아니다.

         

세찬 비바람에

천왕봉에 오르느라 달궈졌던 몸은 근방 식어

정상에 올랐다는 감격 보다도

추위가 먼저 밀려온다.

        

          

이제 천왕봉을 내려와

대원사를 향해 출발한다.

        

원지행 버스를 탈 대원사 주차장까지는

아직도 14km를 더 걸어야 하니

갈 길이 멀지만,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뒤돌아 천왕봉을 바라본다.

            

           

지리산 제2의 봉우리 중봉에 올라선다.

          

중봉은 1874m로서

설악산 대청봉 보다도 높지만

천왕봉의 명성에 가려

정상석 하나 서 있지 않다.

           

중봉을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유행어ㅋㅋ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ㅋㅋㅋ

            

            

중봉에서 내려다 보는 지리산 자락들.

       

비록 조망은 곰탕이지만

천왕봉을 넘어오면서부터

확연하게 나뭇잎이 더 붉게

물들어 있는 느낌이다.

          

           

써리봉에 오니 비가 그치고

한 쪽에서부터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덥고 거추장스러운 우비를 벗어 던지고

써리봉에 올라 지리산의 운해를 만끽한다.

           

             

비가 그치니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장쾌한 지리능선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아름다운 운해에

입이 쉬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치 춤을 추 듯 일렁이는 구름에

한 동안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놓고 바라보고 서 있다.

        

          

         

           

산 허리에 걸쳐있는 운무가 춤을 출때마다

풍경이 시시각각 변한다.

        

황홀한 장관이다.

       

           

치밭목 대피소에 들어서니

하늘이 활짝 개었다.

         

이 곳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는다.

         

           

대원사 주차장까지는

아직도 10km가 남은 상황.

       

이제 점심도 먹었겠다.

다시 힘을 내서 배낭을 들춰메고

길을 서두른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지만

아침에 내린 비로 길이 젖어 있어

방심하다간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새재와 유평마을 삼거리를 지난다.

       

작년 추석연휴 때

성대종주를 하면서

이 삼거리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하지만 오늘은 좀 늦은 관계로...ㅋ

       

        

하산길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친다.

         

군데군데 거친 너덜길을 만난다.

산행에서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되는이유다.

         

          

         

         

드디어 종주길의 끝지점,

유평마을 통제 게이트를 통과한다.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유평마을 마을회관 앞을 지난다.

       

이 곳에서 원지행 버스를 탈 수 있는

대원사 주차장까지는 도로 갓길을 따라

3.5km를 더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대원사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하는 길이니

지루함이 덜하다.

         

         

이윽고 3.5km를 걸어

지리산 국립공원 삼장분소에 도착한다.

          

길 건너편에 있는 대원사 주차장에서

원지행 버스를 기다린다.

        

이렇게 1박 2일 동안

47km의 화대종주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