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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레킹/2023 네팔 쿰부 3Pass 3Ri

순탄지 않았던 히말라야 가는 길

by 호야(Ho) 2023. 4. 18.

        

         

히말라야로 가는 길은

출발부터가 순탄지 않았다.

         

출국 당일 새벽 5시.

[국제발신]이라 적힌 영어 문자 한 통이 날아든다.

그 순간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혹시 피싱은 아닐까?

괜히 클릭했다가 모조리 털리는거 아니야?ㅋ

         

하지만 오늘이 출국이니 만큼

열어보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빗겨가지 않고

왜 이리도 잘 들어 맞는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인디아가

1시간 20분 정도 지연된다는 소식이다.

       

이런 젠장...

      

그렇잖아도 인도 델리공항에서의 환승시간이

2시간 40분으로 짧아서

조금은 우려스러웠던 참인데...

         

비행기가 1시간 20분 지연되면

결국 환승시간이 1시간 20분 밖에 안된다는 뜻.

        

그 비상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인도에서

1시간 20분만에 환승이 가능할까?

        

하지만 뭐... 어쩔겨?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여기서 걱정해봐야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단 긍정적인 생각으로 공항으로 출발한다.

어떻게 되겠지 뭐...

인도니까...

그래!!!  인도다.

        

공항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던 중,

또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하지만 왠지 외면하고 싶다.

문자를 열어 보지 않고 그대로 공항에 도착한다.

         

잠시 후,

체크인 카운터에서 최악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런... 된장 맞을...

하마터면 어여쁜 항공사 여직원 앞에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올뻔 했다.

         

항공기가 더 지연된단다.

결국 오늘 저녁 인도 델리에서

네팔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는 자동 취소가 되고

다음날 낮시간으로 재배정되었다.

          

결국 인도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아무리 인도라지만...

완전 지들 맘대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인도비자가 있기 때문에

시내에 들어가 하룻밤 자고 나올 수도 있지만,

          

입출국 수속과 시내까지 오가는 노력이면

그냥 공항에서 하룻밤 보내는게 나을 듯.

        

하지만 문제는 트레킹 일정...

          

내일 새벽 3시에 라메찹 가는 지프와

루쿠라행 항공권을 예약해 두었는데...

          

게다가 하루가 딜레이 되면

트레킹 일정도 그 만큼 여유가 없게 되고

결국은 고산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ㅠ.ㅠ

        

         

탑승구 앞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그 문제의 느림보 녀석을 만난다.

        

우선 네팔 에이젼시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내일 새벽 3시에 라메찹 가는 지프와

루크라행 항공권을 취소하라고 전한다.

         

이래서 인도경유는 피하고 싶었는데...ㅠ.ㅠ

         

곧이어 탑승이 시작되고...

       

        

기내식도 역시 인도스럽다.

10년전 인도 여행때 지겹도록 맡았던

인도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7시간을 날아간 뒤에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한다.

         

환승 데스크 앞에서

같은 상황에 처한 승객들이 모여 항의를 시작한다.

        

"우리 어쩔겨?

오늘밤 인도공항에서 노숙하게 생겼다.

항공사에서 조치를 취해 줘야 하는거 아니야?"

        

"5분만 기다려라.

10분만 기다려라."

          

아무리 항의를 해도

돌아오는 답은 마냥 기다리라는 말 뿐.

      

승객들이야 열불나서 죽든 말든

그저 '세월아~ 네월아~'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3시간이 흐른 뒤에야

항공사에서 호텔과 식사를 제공 받는다.

       

그래, 여긴 인도다.

인도니까 용서가 된다.

        

인도에서는 하루에도 수 십번씩 마인드콘트롤을 해야만

내 명대로 살 수가 있다.

        

       

항공사에서 제공해 준 델리공항 내 호텔.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명색이 공항내 호텔이라면 상당히 비쌀텐데

이렇게 하룻밤 묵어볼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식사..

저녁은 인도식으로, 아침은 서양식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저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겨?

          

잠시 후...

네팔 에이젼시로부터 날라온 희소식~^^

라메찹 - 루크라행 항공권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운좋게도 카투만두에서 루크라로 바로가는

비행기표를 구했다는 것.

      

오호라~~

그럼 새벽에 지프로 4~5시간을 달려

라메찹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한화 20만원 정도 되는

지프 대여비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는 항공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모든게 뒤틀리는 듯한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더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줄이야^^

          

이런 상황을 두고 유식한 말로

'전화위복'이라 하던가?ㅋㅋ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탑승게이트를 찾아간다.

        

그 짧은 순간에도 탑승게이트가

9번에서 18번으로 왔다갔다 한다.

       

그래, 여긴 인도지ㅋㅋ

인도니까 용서가 된다.

      

          

델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기내식으로 점심을 마치자마자

네팔 카투만두 공항에 내려선다.

        

11년만에 밟아보는 네팔 땅이다.

       

카투만두 공항이나 시내 거리나

어쩜 11년전과 똑같을까?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공항에서 픽업나온 가이드를 만나

오늘밤 묵을 호텔에 들어선다.

       

그래~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항상 좋은 일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나쁜 일만 생기란 법도 없다.

        

지금 당장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것 같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헤쳐나가다 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당장 눈 앞의 상황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시선을 멀리 두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보면

뜻밖의 선물을 얻을 수도 있는 법!!

       

그래서 혹자는 여행에서 인생을 배우고

산행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카투만두에서의 첫날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