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순백의 세상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딩보체 주변 풍경을 둘러본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눈이
밤새 히말라야를 하얗게 뒤덮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히말라야 준봉들이
장엄하다 못해 압도적이다.
4월 말에 이런 설경을 원없이 보다니...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축복이다.
사실 어제 눈이 시작될 때만 해도
혹여 앞으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되는 마음이 앞섰지만...
그건 그 때 가서 걱정하면 될 일이고
일단은 이 비현실적인 설경을
만끽하고 볼 일이다.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마도 햇볕이 뜨거우니
햇볕을 받는 곳은 바로 녹기 시작하고
햇볕이 없는 곳은 기온이 차가우니
다시 얼어 붙는 듯...
다보체와 촐라체를 바라보며
롯지를 나선다.
오늘은 딩보체를 떠나
해발 4730미터의 추쿵까지 가는 일정.
비록 고도 차이는 320미터 밖에 안되지만
해발 고도가 이미 5000미터에 가까와지면서
힘겨운 고행길이 예상된다.
히말라야 트레킹 최대의 적이라면
바로 고산병과 극한의 추위.
첫째, 고산병이란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가 희박해짐으로 인해
체내에 필요한 산소의 양이 줄어들어 생기는 증상이다.
하지만 현재 고산병 예방과 치료제로써
개발된 약은 없는 상황.
단지 다이아막스가 고산병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뭐니뭐니해도 고산병 최선의 예방약은
몸이 높은 고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치료제는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의 하산이다.
둘째, 추위와 관련해서...
모든 것을 익혀버릴 기세로
이글거리는 사막의 태양 못지않게
히말라야 고산지역의 태양 역시 무척이나 뜨겁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기만 하면
온 세상을 얼려버릴 듯이
기온이 곤두박질 친다.
게다가 히말라야 지역 롯지의 방에는
난방시설이 없다.
마치 가건물처럼 합판으로 칸막이만 되어있는 수준.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 보면
머리맡에 둔 생수병이 꽁꽁 얼어있을 정도ㅋ
몸이야 침낭 속에 들어가
그 위에 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신의 체온에 의지해 자면 된다지만...
얼굴 부위는 찬공기에 그대로 노출되다보니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감기환자 신세...
다이닝룸에 잠시라도 앉아 있다보면
이쪽에서 쿨럭!!!
저쪽에서도 쿨럭!!!ㅋㅋ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은 감소하고 산소도 희박해지고
기온도 하강하지만,
고도와 함께 같이 올라가는 것이 있다.
바로 살인적인 물가ㅋㅋ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카투만두에서 에이젼시 사장으로부터
높은 지역에 올라가면
물가 때문에 깜짝 놀랄 것이라는 얘기를 통해
예방주사를 맞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삶은 계란 2개에 한화 7000원ㅋ
코카콜라 500ml 하나에 6000원
신라면이 10000원
휴대폰 충전하는데 7000원
모든 식재료를 포터가 짊어지고 오르거나
동물들을 이용해 고지대까지 운반해야 하니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가이드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힘겹게 산길을 오르고 있다.
저 배낭의 내용물 중 절반은 내 옷가지들!!
그리고 손에는 내 카메라 가방이 들려있다.
과거 포터로 일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잘도 오른다.
16살 때부터 포터로 5년 동안 일하고
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현재 3년째 포터겸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의 꿈을 위해 한국어도 배우는 중이라며
가끔 한국어 단어도 섞어서 말을 한다.
가이드가 앞서가다 쉬어가자며
배낭을 내려놓고 나를 기다리고 서있다.
저렇게 고되게 일을 하고
저 친구가 에이젼시로부터 받는 일당이
한화 18000원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다 일정이 끝나면
트레커들로부터 약간의 팁을 받는게
수입의 전부라고...
네팔에서 가이드는
외국어 소통능력까지 인정받아야만 취득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전문직일 듯.
외국어 소통능력이나
가이드로서의 전문지식이 부족할 때는
짐을 나르는 포터로서 일을 한다.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 추쿵이 눈에 들어온다.
해발 4730미터의 고산마을이다.
내일은 해발 5550미터의 추쿵리를 다녀오고
다음날엔 5535미터의 콩마라 패스를 넘어
로부제까지 갈 예정이라
추쿵에서는 이틀밤을 묵게된다.
장하다~ 내 다리^^
고생했다~~ 내 무릎^^
출국하기 전에 다이소에서 급하게 산
5000원짜리 무릎보호대가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밥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먹어야 하기에...
우리의 수제비와 비슷한 셰르파스튜로
점심을 먹는다.
같은 셰르파스튜라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지는 듯...
쌀이 잔뜩 들어가 있어
마치 묽은 카레라이스를 먹는 듯ㅋ
에너지가 귀한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롯지마다 접시안테나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태양열로 주전자의 물을 끓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체내의 산소포화도는 떨어지고...
입맛까지 같이 실종되다 보니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ㅋ
앞으로도 10일 이상을
산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데...ㅋ
아무튼 히말라야에서의 5일째도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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