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2일째다.
어제는 거의 워밍업 수준으로
완만한 내리막 길을 따라
고도를 230미터 정도 내려왔다면...
오늘은 830미터를 끌어 올려
해발 3440미터의 남체 바자르까지 가는 일정이다.
아침일찍 일어나 롯지 주변을 둘러본다.
산중생활이란게...
어두워지면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자연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된다.
아침을 챙겨먹고
일찌감치 남체를 향하여 출발...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타르초들...
어릴적 학교 운동회 때
운동장에서 펄럭이던 만국기가 떠오른다.
타르초가 많은 지역을 지날때면
괜시리 기분이 차분해지고 경건해진다.
슈퍼맨 같은 포터들...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고산의 산길을
저런 거대한 등짐을 지고도
트레커들을 앞질러 오른다.
다시 만난 체크포인트.
트레커들 신원을 체크하는데
모든건 가이드가 알아서 척척~
트레커는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면 된다.
가이드가 있으면 이럴땐 정말 편하다는ㅋㅋ
보급수송부대.
하산길이라 빈 가스통일텐데...
오르막 길이 힘에 부치는지
길을 가로막고 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너희들이 그러고 서 있으면
우리는 어떡하라고...ㅋㅋ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따라 걷는다.
해발고도가 3000미터에 가까와지면서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진다.
네팔의 국화 '랄리구라스'가 활짝 피어
산객들을 맞는다.
랄리구라스 꽃은 분홍색 흰색등 다양한데
왜 새빨간 꽃만 국화로 지정되었는지 모르겠다.
빨갱이 공산당도 아니고ㅋㅋ
이 녀석은 빈 몸으로 오르는데도
오르막 길이 힘들다며
도중에 멈춰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주인이 앞에서 고삐를 잡아당기는데도
"더 이상은 못 가!! 배 째!!"라는 식이다.
괜히 엄살부리다 한 대 맞는다ㅋㅋ
해발 2835미터의 몬조를 지난다.
그러고보니 벌써 고도를 200미터나 올렸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이 곳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또 납부한다.
이 곳에는 군인들이 나와 지켜서서
출입하는 트레커들을 일일이 체크한다.
하기사!!
트레커 한명 한명이 국가의 수입원이니...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아스라이 떨어지고 있는
한 줄기 폭포가 눈길을 끈다.
이 곳 조르살레에서 남체까지는
고도를 700미터나 올려야 하는 급경사의 오르막길..
더군다나 도중에는 음식을 섭취할 마을이 없기 때문에
이 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한국사람은 역시 밥심!!
뭐니뭐니해도 일단 배부터 든든해야ㅋㅋ
트레킹하는 동안
출렁다리를 셀수 없이 건너게 된다.
네팔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엔 마음속 한구석에 꺼림직한 면이 있었지만
자주 건너다 보니 이젠 즐기는 수준...ㅋㅋ
남체로 가는 고행의 길이 시작되기 전,
쌍둥이 처럼 닮은 두개의 출렁다리를 만난다.
아래쪽 출렁다리는 사용하지 않는 예전 다리...
기존 다리가 낡아지자,
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했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포터들...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고산의 산길을
저런 짐을 지고 오른다.
아찔한 협곡 사이에 걸쳐진
출렁다리 위에 올라서니
두드코시강의 에메랄드빛 물줄기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다.
무사 안녕을 기원하며 다리 난간에 매달아 둔
하얀 카닥과 오색 타르초가
바람에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의 사람들은
오색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일때
자신의 기도가 신에게 전달된다고 믿으며
깃발에 적힌 라마불교의 경전이
온세상에 널리 퍼진다고 믿는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가파른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고 또 오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트레킹 초기라 힘이 있고
고도도 낮으니
유쾌한 고행길이랄까ㅋㅋ
어라??
포터가 짊어지고 가는 물건 위에
반가운 한글이 보인다.
포터가 잠시 쉬는 틈을 타서 확인해보니
'뜨겁고 매운'이라는 한글이 적혀있다.
하지만 가이드 왈...
한국 물건이 아니라
한국인 트레커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단지 한글로 적어 놨을 뿐이라고ㅋㅋ
저거 사기 아니야?ㅋㅋ
남체 초입에서 다시 체크포인트를 만난다.
2일 동안 걸으며
4번째 만나는 체크포인트다.
이렇게 자주 트레커들의 행적을 체크하는 이유는
만의 하나 트레커들이 실종되었을 시
어느 구간에서 실종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사진 찍고 있는 나를 기다려 주는 가이드...
기다리지 말고 서서히 가고 있으면
바로 따라 가겠다고 해도
기다리는건 자신의 의무란다ㅎㅎ
그래~~
가이드로서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
보기 좋구나~^^
아니... 너희들...
아무리 목이 타들어가도 그렇지...
한 쪽 길은 열어둬야지?
세 놈이 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서서 그러고 있으면
우린 또 어떡하라고?
엉덩이를 힘껏 후려쳐보지만
"어쩌라고?"하는 태도로 미동조차 없다ㅋㅋ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오르고 또 오른다.
고도가 3000미터를 넘어서면서
숨소리는 확연하게 거칠어진다.
고개를 넘으니
남체 바자르 시내가 눈 앞에 나타난다.
셰르파의 고향이자,
쿰부지역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이다.
숙소에 들어가 창문을 열고
남체 시내를 내려다 본다.
해발 3440미터나 되는 이 높은 곳에
어떻게 저런 큰 도시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건축자재나 모든 물자를
인력이나 동물의 힘으로 옮겨왔을텐데...
간식거리로 한국에서 가져온 에너지바가
낮은 기압으로 인해 한껏 팽창해 있다.
마치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복어 배를 보는 듯...ㅋ
오늘 저녁은 네팔의 전통음식이자,
주식인 달밧.
우리로 치자면 김치찌개나 한정식 정도 될까?
거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을 뿌려
매콤하게 먹으면 고산병도 얼씬 못하겠지ㅋㅋ
이렇게 히말라야에서의 둘째날 일정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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