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8일째.
오늘은 해발 4910m의 로부제를 떠나서
5140m의 고락셉에 숙소를 잡아
배낭을 내려놓은 뒤,
5360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까지
왕복하는 일정이다.
일찌감치 아침을 챙겨먹고
로부제를 떠나 고락셉으로 향한다.
거친 돌길이라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두 다리엔 힘이 들어가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긴급환자를 이송하는지...
트레커 승객들을 태워 나르는지...
헬기들이 이른 아침부터
연신 우리 주변을 지나다닌다.
헬기를 보고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거나
기분 좋다고 "야호~" 하고 소리지르면 안된다.
기장이 구조 요청 신호로 오인해서
잘못하다간 수 십만원을 배상하게 될 수도ㅋㅋ
초반엔 그나마 평탄한 길이라 걷기 좋았는데
돌연 까마득한 높이의 가파른 언덕이
우리 일행을 막아선다.
로부제 패스다.
어디 한번 올라올테면 올라와 보라며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또 다시 오르막과의 싸움이 반복된다.
이젠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허~얼~~
하지만 저런 등짐을 짊어지고도
말없이 오르고 있는 포터들이 있으니
투덜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ㅋㅋ
언덕을 넘으니
길 위에 쌓인 눈은 더 두꺼워지고...
언덕만 넘으면 거의 다 온 줄로 알았는데
앞쪽에 또 다른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
길 오른편으로는
쿰부빙하의 장관이 펼쳐진다.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힘든 내리막 오르막 길이 반복된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고소적응을 위해
남체나 딩보체 등 도중에 하루씩 휴식일을 갖는다.
하지만 나로서는 빠듯한 일정상
고산에 적응할 여유도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올랐기에
고산병에 대한 우려가 살짝 있었던 건 사실ㅋㅋ
다행스럽게도 오늘까지 큰 무리없이
걷고 있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게다가 지난 이틀 동안
5500m가 넘는 고개를 두 번이나 넘었기에
이제는 고소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는 느낌이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
하지만 오르막에서 숨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ㅋㅋ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게 펼쳐져 있다.
오른쪽 끝에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언덕배기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쿰부빙하 너머로는
고산의 설산 영봉들이
양털 같은 하얀 구름을 두르고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저 멀리 파란 지붕들이 눈에 들어온다.
반가운 고락셉의 롯지들이다.
앞서 걷던 가이드가 이제 다 왔다고
반가운 소식을 빨리 전해주고 싶은건지
돌아서서 나를 기다리고 서있다.
해발 5140m의 고락셉.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지막 롯지이다.
고락셉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일러서
롯지는 아직 룸 청소가 안 된 상태.
다이닝 룸에 배낭을 내려놓고
빈 몸으로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한다.
베이스캠프에는 또 어떤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이 곳 고랍셉에서
칼라파타르로 향하는 길과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길이 갈린다.
고랍셉을 지나
왼쪽 언덕으로 오르면 칼라파타르에 닿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베이스캠프를 만난다.
베이스캠프(EBC)로 가는 길은
거칠고 황량한 돌너덜길이다.
다른 코스에 비해 큰 오르막은 없지만
고도가 높아서 만만치 않은 길이다.
오늘은 사방이 짙은 구름 속에 갇혀서
히말라야의 영봉들을 조망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쿰부빙하에 집중할 수 있어
쿰부빙하의 진면목을 볼 수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안타깝게도 쿰부빙하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매년 빙하가 녹아 내리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려 곳곳에서 호수를 이루었다.
일명 '빙하의 눈물'인 셈이다.
언덕배기 위에 올라서니
드디어 저 멀리 노란 점으로 뒤덮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시야에 들어온다.
현재 봄철 등반 시즌이라
각국의 원정대 캠프가
베이스캠프를 가득 메우고 있다.
빙하 위를 덮고 있는
노란 텐트의 물결이 장관이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배경으로
추억 한 장을 남긴다.
비수기라면 텅텅 비어 있어
쓸쓸하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쿰부빙하이지만,
4~5월은 봄철 등반시즌이라
세계 각국의 원정대 텐트들이 모여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베이스캠프가 있는 쿰부빙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급속도로 녹으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구간.
결국엔 베이스캠프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뉴스에 따르면
매년 빙하의 두께가 급속히 얇아지고
크레바스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어
베이스캠프의 안전성을 고려한 네팔 정부는
베이스캠프를 고도가 더 낮은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셰르파들과 산악인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라 적힌 바위에 올라
인증샷 한 장 남기고...
이 곳이 이번 트레킹의 7개 목표 중
3번째 고지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스캠프가 지닌 상징성 때문인지
또 다시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이 곳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는
일반인들이 에베레스트와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정작 베이스캠프에서는 에베레스트가
다른 산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을 위해
각국의 원정대들이 설치한 텐트들이
점점이 수를 놓고 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 트레커가
오를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일반인 트레커들의 종착지이자,
정상 등정을 위한 원정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기 세상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삶과 도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세계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명언을 되새기며
베이스캠프에서 발길을 돌려
고락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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