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트레킹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루클라를 통해 히말라야에 첫 발을 디딘지
몇 일 지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하산할 날이 다가오다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걸 내려놓고
오직 두 발끝에만 집중했던 시간들...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은 심정이다ㅋㅋ
그 시간들이 벌써부터 그립다.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난 고쿄마을이다.
앞쪽으로는 에메랄드빛 고쿄호수를 마주하고
뒤로는 거대한 고줌바 빙하와 설산 준봉들이
마치 호위무사처럼 버티고 늘어서 있다.
마치 엽서에서나 볼 법한 그림 같은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고쿄 지역은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다음으로
인기 높은 트레킹 코스가 되었다.
오늘은 고쿄리에 오르는 날이다.
고쿄리는 칼라파타르와 함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쿰부 히말라야 지역 최고의 전망대이다.
고쿄 - 고쿄리 코스는
거리상으로는 비록 2km 밖에 안되지만
고도를 570m나 올려야 하기에
그리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쉬운 듯 보이나
역시나 고산은 고산이다.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심장은 터질 듯 벌렁거리고
거칠기 짝이 없는 숨을 토해낸다.
에메랄드빛 고쿄호수 너머로
고줌바 빙하지대에서 하얀 운무가 피어 오르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해발 6782m의 캉테카, 그리고
6623m의 탐셰르쿠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따로 없다.
5500m급의 봉우리를 오르는게
오늘이 6번째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적응이 되어
오르막 오르는 길이
더 쉽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ㅠ.ㅠ
어찌된건지 갈수록 더 힘들게만 느껴진다ㅋ
초반보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가이드에게 괜히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몇 발자국 올라서서 뒤돌아 보고
풍경 감상하는 척하며 쉬고
또 몇 발자국 올라서서 사진 찍는 척하며
쉬어가기를 반복한다ㅋㅋ
남자들의 자존심이란ㅋㅋ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든
중도포기하고 내려오든
하산중인 트레커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고쿄마을 뒤쪽으로는
어제 가로질러 걸었던 고줌바 빙하가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모래 자갈 바위투성이의
황량한 사막지대로 보이지만
그 아랫쪽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빙하지대다.
5000m급 고지는 참으로 힘겹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아주 천천히 움직여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언덕을 하나 넘어 이제 다 왔나 싶으면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난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해발 6440m의 촐라체와 6510m의 다보체,
6782m의 캉테카,
그리고 6623m의 탐셰르쿠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돌탑들이 즐비한걸 보니
이제 정상이 멀지 않은 듯한데...^^
가까이에서 보면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고줌바 빙하지대.
멀리서 보니 나름 아름다운 면이 있다ㅋㅋ
군데군데 보이는 빙하와
빙하가 녹아 형성된 작은 호수만이
저 곳이 빙하지대임을 알리고 있다.
좌측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와 로체,
그리고 눕체가 보이고
그 오른쪽에 마칼루가 수줍은 듯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우측에는 촐라체와 타보체가 고줌바 빙하와
고쿄마을을 내려다보고 우뚝 서 있다.
해발 8848m...
지구상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수 많은 고봉들 사이에서 도도하게 서있다.
북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네팔-티베트의 국경지대이다.
발 아래쪽으로는
고줌바 빙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해발 8203m의 초오유 옆쪽에
유독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봉우리가 있다.
마치 부엉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박쥐가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궁금한건 또 못 참지ㅋㅋ
검색 결과 해발 7952m의 갸충캉이라고...
8000m급의 14좌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저 멀리 바람에 힘차게 나부끼고 있는
타르초가 보이고
이 완벽한 날씨와 황홀한 풍광을
만끽하고 있는 트레커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올라선다.
먼저 올라온 가이드가 바위에 걸터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정상에 올라 고개를 돌리자마자,
"fantastic!!" "amazing!!"이란 수식어가
절로 튀어나온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지구상 가장 높은 설산들의 파노라마가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약간은 흥분된 상태로
이 방향 저 방향 번갈아가며
설산들의 파노라마를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을 찍느라 좀 빨리 움직이면
여지없이 숨이 차 오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잠깐만 숨을 참아도
머리가 핑핑 돌며 눈 앞이 캄캄해진다.
해발 8203m의 초오유는 유난히도 희다.
갸충캉으로 이어지는 초오유 특유의
부드러운 능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장엄하고도 다채로운 풍경과도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하산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주변 풍광을 둘러보며
이 비현실적인 파노라마를 눈과 가슴 속에 담는다.
에베레스트, 로체, 눕체, 마칼루와도
눈을 맞추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1년이 될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훗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초오유와 갸충캉에게도 다시 한번 눈길을 준다.
하산 도중
말을 타고 오르고 있는 트레커를 만난다.
그런데...
말이 도중에 멈춰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주인이 앞에 서서 달래도 보고
소리도 질러 보지만...
"더 이상은 한 발자국도 못 가!!
배 째!!" 라는 식이다.
산소가 부족한 이 높은 곳에서
동물이라고 힘들지 않을까?
오늘로써 7개 목표지점 중 6개를 올랐다.
이제 내일 넘게 될
렌조라패스 하나만을 남겨놓은 상황...
무엇보다 5500m급 고봉들을
아무탈없이 오른 데 대해 감사할 따름이며
내일 마지막으로 넘을 렌조라패스도
행운이 함께 해주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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