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13일차.
타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선다.
오늘은 타메에서 남체를 거쳐
팍딩까지 갈 예정.
비록 하산길이지만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보니
만만치 않은 하루가 될 듯하다.
해발고도가 4000m 이하로 내려가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게다가 목적을 달성하고 하산하는 길이니
발 걸음마저 경쾌하다.
마을을 지날때마다
신령스런 마니차와 스튜파, 룽다와 타르초 등
티벳 불교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마치 마을마다 신에게 충성경쟁이라도 하 듯...
척박하고 황량한 5000m 이상의 고지대와 달리
수목한계선인 4000m 이하의 지역에는
꽃도 나무도 풀도 무성하다.
특히 네팔의 국화인 랄리그라스가 꽃을 피워
그동안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느라
녹슬어 버린 감정에 기름칠을 해준다.
분명 하산길인데...
어찌된건지 한동안 오르막이 이어진다.
가이드에게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올라가느냐고 물어도 씨익 웃기만 할 뿐ㅋ
하산길이라고 긴장을 풀어서 그런지
오르막은 더욱 힘들게만 느껴진다.
마치 무방비 상태에서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랄까ㅋㅋ
카투만두로 가는지...
루클라로 가는지...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헬기에 올라 타느라 분주하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히말라야도
한번쯤은 경험해 볼 만 할텐데...
언덕을 하나 넘어서자,
계단식으로 형성된 대형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남체바자르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도시 보다 물가는 비싸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등산장비는
이곳 남체에서 대부분 구입할 수 있다.
마을 중앙에 형성된 수로를 따라 걷는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수로에는
어린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고 있고
몇몇 마을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 아스라이 걸쳐 있는
남체의 출렁다리.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매달아 놓은
하얀 카닥과 오색의 타르초가
바람에 힘차게 흩날리고 있다.
드디어 도착한 팍딩.
12일전 트레킹 첫째날 묵었던
그 롯지에 다시 찾아가 여장을 푼다.
그동안 축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오늘 저녁은 칼질로 마무리...ㅎ
트레킹 14일차.
오늘은 팍딩을 떠나
공항이 있는 루클라까지 가는 일정이다.
실질적으로는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고산지역 마을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롯지에 필요한 식재료를 실어 나르는 좁교.
야크와 물소의 이종교배종으로
4000m 이상 지역에서만 사는 야크와 달리,
좁교는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오르내리며
평생 물건을 실어나른다.
신앙심이 깊은 네팔인들.
마니차 옆에 향을 피워 두었다.
네팔에서는 마을 입구나 집 앞에
향을 피워 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마도 종교의식인 듯...
슈퍼맨 같은 포터들.
빈 몸으로도 걷기 힘든 산길을
저런 건축 자재를 짊어지고 오른다.
팍딩-루클라 구간은 하산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도를 230m나 올려야 한다.
완만한 오르막 길이 줄곧 이어진다.
트레킹 첫째날 2000루피를 납부하고
트랙카드를 발급 받았던
트레커 등록 데스크를 지나...
파상 라무 게이트를 통과한다.
이제야 히말라야에서
하산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반가운 루클라 거리를 지난다.
마치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기분은 뭐람?
14일만에 다시 만난 루클라 공항.
이른 시각이라 가이드에게
오늘 카투만두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있으면
카투만두로 가자고 제안했더니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오늘 카투만두로 돌아가게 되면
전체 트레킹 일정 중 하루가 짧아지게 되고
그럼 자기 사장이 하루치 일당을 안 줄거라는
설명이다.
그래~
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트레킹도 이제 모두 끝났겠다.
일정이 하루 더 소요된다고
세상이 뒤집어 지는 것도 아닌데 뭐...ㅋ
루클라에서 하룻밤 묵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루클라 숙소.
다이닝 룸 천정에는
세계 각국의 트레커들이 남긴 흔적들로 가득하다.
그중에는 태극기와 한글도 제법 많다.
오늘 저녁도 역시 칼질로...ㅎ
트레킹 15일차.
아침을 챙겨먹고
일찌감치 루클라 공항으로 나간다.
공항은 카투만두로 돌아가려는 트레커들과
짐들이 뒤엉켜 시장통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카투만두행 비행기는
라메찹행 트레커들을 먼저 실어나른 후에
날씨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
만약 날씨 상황이 안 좋아지면
오늘 카투만두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질 급한 사람은 숨 넘어갈 일이지만
도리가 없다.
애를 쓴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는 수 밖에...
두,세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카투만두행 비행기가 배정되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타고 갈 카투만두행 경비행기.
저 조그만 비행기를 다시 타게 되다니...ㅎ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긴장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오늘 카투만두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다.
비행기는 짐을 먼저 싣고나서
승객들을 태운다.
승객이라고 해봐야
트레커와 가이드들이 전부다.
15일만에 돌아온 카투만두 거리는
퇴근 시간이 되자,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카투만두에서 2일동안 휴식을 취하며
자주 찾았던 한국 식당.
외국에서 오랜만에 먹는 한국음식이야
고추장만 들어가면 뭐든 맛이 없겠냐마는
사장이며 직원들이 깍듯이 친절했기에
별 5개ㅋㅋ
이틀 후...
다시 에어인디아를 타고
인도 델리공항을 거쳐 귀국길에 오른다.
인도 델리공항은
보안검색이 까다로운 공항 중 하나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코로나 검사부터...ㅋ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있었기에
다소 우려했던 부분이나
다행히도 음성...
이로써 19박 20일간의
네팔 쿰부지역 3Pass 3Ri 1Bc 트레킹을
무사히 마무리 한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을 통해
그 동안 좁은 틀 속에 갇혀 아옹다옹하며
돈과 명예 등을 끊임없이 추구했던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며...
내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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