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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레킹/2023 네팔 쿰부 3Pass 3Ri

네팔 쿰부 3Pass 3Ri 트레킹 12일차 (고쿄~렌조라패스~룽덴~타메)

by 호야(Ho) 2023. 7. 26.

트레킹 12일차.

오늘은 5000m급 7개 고지 중 마지막으로

해발 5415m의 렌조라패스를 넘는 날이다.

         

발이 무섭긴 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온 길이

어느새 쿰부 히말라야를 한 바퀴 돌아

마지막 고지를 넘는 날이 왔으니 말이다.

          

             

일찌감치 아침을 챙겨먹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

렌조라패스를 향해 길을 나선다.

         

초반에는 고쿄호수를 옆에 끼고

산자락을 돌아 완만한 길로 이어진다.

          

            

뜻밖의 산객을 만난다.

우리의 꿩을 닮은 듯도 하고...

            

우리는 용을 쓰며 올라야하는

이 높은 고산지대에서 유유자적 노닐고 있다.

         

남이야 신경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빨리 가라는 듯ㅋㅋ

        

          

고쿄마을이 해발 4790m,

렌조라패스 정상이 5415m...

           

오늘도 고도를 625m나 올려야하니

고달픈 하루가 예상된다ㅎㅎ

          

             

역시 히말라야답게

길은 또 다시 본색을 드러낸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급경사의 오르막이다.

게다가 거칠고 황량한 돌너덜길이다.

       

          

가팔라진 산길에 호흡은 쉽게 가빠지고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거칠고 척박한 돌너덜길을 오르는 발걸음은

좀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올라왔던 길을 돌아본다.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저 멀리 고쿄호수와 고쿄마을이 보이고

에베레스트 로체 등 히말라야 고봉들이

사열하 듯 줄지어 서서

마치 우리 일행을 환송하는 듯하다.

           

          

길 조차 없는 까마득한 언덕...

올려다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언제 저기까지 올라간담?ㅋㅋ

          

그런데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저 검은 점은...

사람인가 귀신인가?ㅋㅋ

         

           

고줌바 빙하지대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고쿄마을과 고쿄호수를 뒤덮고

히말라야 고봉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지인 포터가 자신의 몸집보다 큰

등짐을 짊어지고 나를 따라붙기 시작한다.

         

이 놈의 경쟁심ㅋㅋ

괜시리 추월 당하기 싫은 건 또 무슨 심보람?

         

나도 모르게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붙고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이 고산지대에서 무리하게 그러다가

영원히 일찍 가는 수가 있는데...ㅋㅋ

          

고산지대에서는 남을 의식하지 말고

그저 자신의 페이스대로 걷는게 최고.

           

            

히말라야 고봉들이

마치 구름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구름층이 점점 두꺼워지는 걸 보니

이제 에베레스트와도 이별이 멀지 않은 듯...

        

에베레스트, 로체, 눕체, 촐라체, 다보체

안~녕~~

      

성질 급한 마칼루는 이미 구름 속에 파묻혀

종적을 감추었다.

        

          

가도 가도 정상은 나타날 기미가 없다.

        

이번 언덕을 올라서면

정상이 나타나 주기를 학수고대하며 올랐지만

또 다른 언덕이 눈 앞에 나타난다.

           

           

오를수록 길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숨소리도 덩달아 거칠어진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 뿐이다.

        

           

드디어...

         

저만치 위에 정상을 알리는 타르초와

그 앞에서 환호하고 있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정상에 올라선다.

고쿄 롯지를 나선지 3시간만이다.

        

먼저 올라와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마지막 봉우리라고 외친다.

        

           

저 멀리 고쿄호수와 고쿄마을 그리고

고줌바 빙하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히말라야 고봉들은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 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잠시 정상에 앉아

지난 10여일간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해발 5550m의 추쿵리를 시작으로

5535m의 콩마라패스를 넘고

       

5364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5550m의 칼라파타르에 올랐다.

        

또 5330m의 촐라패스를 넘고

5360m의 고쿄리에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마지막으로

5415m의 렌조라패스를 넘는다.

        

         

특히나 오늘은 렌조라패스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도 크지마는

          

무엇보다 이번 트레킹의 목표였던

3Pass 3Ri 1BC라는 7개 고지를

모두 오르는 날이기에

          

어느때보다 벅찬 감동과 환희가 몰려온다.

       

        

끝은 또 다른 시작.

이제부터는 하산이다.

          

하산길도 역시 오를때 만큼이나 가파른

급경사의 돌계단이다.

           

게다가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발끝에 집중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레 내딛는다.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와

비로소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렌조라패스를 넘느라

몸은 이미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에 발걸음은 가볍다.

         

             

이제 위험하고 힘든 구간은 넘었으니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간다.

        

이제부터 3일 동안은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탈 루클라까지

줄곧 하산길이다.

         

물론 크고 작은 언덕은 넘겠지만...

         

           

렌조라패스에서는 하산을 했어도

이곳은 여전히 4000m급의 고산지대.

       

날씨가 순간순간 급변하면서

변화무쌍한 고산의 날씨를 보여준다.

         

          

하산길은 마음도 가볍고 발걸음도 경쾌하다.

        

이번 트레킹의 목표였던

3패스 3리 1베이스캠프라는 7개 고지를

모두 무탈하게 오르고 하산하는 길이니...

         

          

해발 4380m의 룽덴 마을을 지난다.

전체 10가구도 안되는 조그만 마을이다.

        

           

이어서 해발 4200m의 마라룽 마을에 다다르자,

주택과 논밭의 경계를 이루는 돌담이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지금까지 히말라야에서 먹었던 라면 중에

한국 라면 맛에 제일 근접했던 곳이다.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창고 같은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용도가 뭔지...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은 아닐텐데...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수해를 입었는지 군데군데 상처투성이다.

         

계곡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청량한 물소리와 함께 걷는다.

         

          

드디어 오늘의 숙박지인

해발 3820m의 타메 마을을 만난다.

         

지난 8일 동안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먹고 자고 걷다가

이제야 다시 4000m 아래로 내려온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산소가 풍부해져

몸도 마음도 모두 가벼워진 느낌이다.

          

           

오늘 묵을 롯지에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는다.

          

고쿄에서 시작해서 렌조라패스를 넘어

21.7km를 걷느라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간다.

         

이 고단한 길을 왜 오르냐고 묻는다면

답은 없다.

        

그저 좋아서 오른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